메리 크리스마스

문 밖으로 나가지 않은 평범한 하루

by 이웃의 토토로

올해가 크리스마스날 가장 추운 해인 것 같다. 찬바람이 불어 들어오는 것이 문이 열린 냉장고 냉장실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냉동실 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오랫만에 겨울다운 날씨인데 추운게 좋은 건 아니다.


춥다는 핑계와 월요일에 수술받은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서 하루종일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익숙한 휴일의 루틴대로 10시쯤 물을 끓여서 커피를 마시고 어제 받은 슈톨렌을 포함해서 브런치를 먹었다. 크리스마스지만 트리 하나 없으니 그냥 한가한 일요일 같은 기분이다. 별일 없는 평범한 하루가 지나가는데 와이프는 행복하다고 말해주었다.


저녁에는 가볍게 화이트 와인을 한 잔 하고 최근에 난각번호로 맛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는 계란으로 후라이를 해서 먹었다(친구가 먹어보라며 난각번호 1번인 제주 애월아빠들의 계란을 보내줬다). 문 밖으로 나가지 않은 크리스마스였지만 행복한 하루다.


내일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도로 급강하한다는데 모스크바보다 추운 날씨가 될 것이라고 한다. 겨울이니까 겨울다운 하루가 될 것 같다. 일기예보에 맞춰서 따뜻한 옷으로 준비해야겠다. 다행히 눈은 안내릴테니 출퇴근길이 힘들지는 않을 것 같고, 연말이라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을 것 같다. 회사도 남은 연차를 몰아서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직원들이 제법 있는 편이다.


생각해보면 눈뜨고 제일 먼저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다. 비나 눈이 오는지, 아침과 낮의 기온은 몇 도나 되는지, 퇴근할 때는 어떤지 같은 것들을 살펴보고 기억해 둔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입어야할 옷과 준비해야할 도구들과 먹어야할 식사까지 다 날씨에 맞춰야 하니까.


몇 년 전에는 소나기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면서 내가 밖에 있을 시간에는 그냥 흐리구나 하면서 우산 없이 나갔다. 모임이 있던 식당에서 지하철역까지 500미터도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비가 쏟아졌고, 그냥 갈 수는 없어서 편의점에 들러 우산을 샀다. 요즘은 비닐우산보다 장우산이나 접이식 우산을 많이 파는데 그렇게 모인 급하게 산 우산이 몇 개나 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회사 자리에도 두 개, 차 트렁크에도 두 개를 넣고 다닌다. 집에 가져오건 빌려주건 어떻게든 다시 두 개를 맞춰놓으면 안심이 된다.


일요일 같은 오늘이 지나면 월요일 같은 금요일이고, 다시 주말을 맞이할 수 있으니 춥더라도 기쁘게 다녀와야겠다.


20251225. 1,185자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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