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다 2025년. 슈톨렌도 다 먹었다.
2025년이 끝났다. 20대 후반까지는 자정에 보신각에서 타종행사 하는 것을 보면서 해가 바뀌는 것을 기념했다. 하지만 서른이 되는 해에 별다른 감흥 없이 지켜보고 흥미를 잃은 후로 12월 31일의 자정은 특별하지 않은 시간이 되었다. 1월 1일의 하루 전 날이라는 정도? 하루 차이지만 마무리를 하고 시작을 하는 전환점과 같은 날이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신정보다 설날을 지내는 것으로 중심이 옮겨가면서 더 그런 것 같다.
13579로 구성된 홀수가 짝수보다 날씬해보인다는 심리가 있는데 24680으로 구성된 짝수는 홀수보다 통통한 느낌을 준다. “2026”이라는 숫자는 짝수로 이루어져 있어서 둥글둥글하게 부드러워보이고 더 채워져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홀수와 짝수라는 구분이 날씬하고 통통해보이는 느낌을 다르게 주는 것도 신기한 심리다. 그래서 가격표를 만들때는 가급적 홀수가 많이 포함되거나 홀수로 끝나게 붙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원단위의 표시상 000원이 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나머지 숫자를 홀수가 많도록 바꾸는 것이 최선이다.
오늘은 하루종일 느리게 자리를 정리했다. 미련을 조금 버리니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았는데 그 작은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다시 집어넣은 것도 제법 된다. 20여 년 전에 어린왕자가 그려진 종이박스 네 개를 사서 접어쓰는데 10년 전에 하나를 버리고 오늘 조금 떨어진 것을 다시 버려서 이제 두 개가 남았다. 종이봉투와 택배 박스로 서너번 버렸는데도 책상위에 남은 물건들은 그대로인 것 같다. 가벼워진 마음은 나만의 생각일지도.
내일은 영하 11도라고 한다. 이불 밖이 위험한 날이고 침대 옆 전면 통유리창으로 외풍이 세게 불어올 아침이지만 첫 날에 움츠리지 말고 아침 먹고 나가볼까 생각중이다. 조금은 멀리 드라이브를 가도 괜찮을지, 아니면 밀려서 차 안에서 보내게 될지 아직 모르겠다.
연말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말을 나누며 퇴근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들도 별로 없다. 오늘 직접 받은 인사는 다섯 번 정도. 카톡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채 열 명이 넘지 않는다. 그래도 한 달은 써먹을 수 있으니 말 그림이 그려진 새해 인사 이미지는 몇 개를 저장했다.
올해 4분기부터 글을 매일 쓰겠다고 시작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1천자 이상을 적었다. 이제 시동이 걸린 것 같고 쓰면서 스스로 어색해하는 시간이 조금은 지나간 것 같다. 새해에도 계속 이렇게 쓸지, 주제를 잡아서 좀 더 길게 쓸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어떤 방식이든 계속 써나는 것은 당연하다.
20251231. 1,270자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