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믹스커피

믹스커피가 땡기는 날이 있다.

by 이웃의 토토로

보통 출근하면 책상 위에 있는 몇 가지 커피 원두 중에 하나를 고르거나 적당히 섞어서 드립을 한다. 그날의 날씨와 컨디션, 땡기는 맛에 따라 적당히 산미도 조절하고 모닝 루틴으로 드립을 한다.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강렬하게 믹스커피가 먹고싶었다.

대학원을 거쳐 입사후 주니어 시절까지 하루에 4~6잔의 믹스커피를 마셨는데 어느 순간 딱 끊게 되었다. 아메리카노로 입맛을 바꾸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잘 정착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 믹스커피를 마시고 싶은 때가 있다. 요즘은 일 년에 10잔도 채 마시지 않을텐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믹스커피를 마시고 나니 드립을 할 마음이 사라졌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카페에서 진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해서 돌아왔다. 오후에 마시던 차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생수로 나머지 시간을 대신했다. 맥심모카골드는 너무 달아서 조금 더 진한 수프리모 믹스를 사서 먹고 있다. 100개 들이를 사서 다 먹을 수가 없어서 막 나눠주는 중이다.


커피믹스가 생각날 때는 생각을 정리할 때나 집중할 때다. 물론 배고플 때도 몇 번 먹긴 했다. 달달한 맛을 먹으면 집중이 더 잘되었다. 한참 공부할 때의 느낌을 되새기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달달한 향으로 한 번, 달달한 맛으로 한 번. 대학원 논물 쓸 때와 주니어 시절 기획서 쓸 때 가장 많이 먹은 것 같다. 그때는 늦은 밤에 마셔도 잠이 안오진 않았다. 요즘은 오후 5시가 넘어서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말똥말똥해서 잠들기가 쉽지 않다. 카페인에 더 민감해진 것은 아닐텐데 각성효과는 여전한 것 같다.


커피믹스는 종이컵에 마셔야 제 맛(?)인데 머그잔에 가루를 붓고 뜨거운 물을 채우기 시작하면 정확한 양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매번 다른 농도의 커피가 만들어져서 곤란하다. 믹스 전용 작은 종이컵이라도 채워놔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머그컵에 눈금을 그어놓을 수도 없고. 지금 쓰는 머그컵은 하얗지만 약간 아이보리 색이 들어간, 파란 로고 하나만 심플하게 새겨져 있는 블루보틀이다. 그래서 눈금을 가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어서 계측이 어렵다.


내일은 다시 원두를 골라서 드립 커피를 내려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루틴을 지키지 않는 날은 가끔으로 충분하다.


20260304. 1,095자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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