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의 책임감
오랫만에 잠을 푹 잤다. 계획이 취소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피곤함을 조금 지우기 위해서 침대를 벗어나지 않고 계속 잤다. 알람은 일찍 맞춰 놓았는데 무시하고 오전을 보냈다. 고양이가 침대에서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여기 있다고 계속 알린다. 얼굴을 들이밀기도 하고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배에 걸쳐서 눕기도 한다. 밥과 츄르를 달라고 애교를 부리고 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집사들이 늦게 일어난다는 걸 이해해주진 않는다.
안방의 통창으로 햇살이 들어왔다. 날씨가 참 좋은 날이구나 생각했다. 한겨울에는 주말에도 잘 나갔는데 날이 풀리면서 영상 5도 이하로 쌀쌀한 날이 되니 더 나가기가 싫어진다. 다음주에 기온이 좀 더 오르면 나아지겠지 싶다. 오늘 나가려는 계획은 실패다. 내일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식빵을 토스터기에 색이 변하지 않을만큼 약하게 구웠다. 맛있다고 추천받은 맥스봉 소세지 같이 생긴 가염버터를 잘라서 얹었다. 커피와 같이 먹으니 괜찮았다. 오늘은 늦게 시작한 덕에 커피를 한 잔 만 마셨다. 밤이 되니 졸리다기보다 눈이 따갑다. 커피를 두 잔 마실 걸 그랬나 잠시 생각을 했다. 그랬으면 아마 잠도 안왔겠지.
책을 이리저리 옮기고 잠시 뒤적거리다가 다시 쇼파에 파묻혔다. 애매한 단어나 표현은 타이핑하다가 찾아보는데 오늘은 ‘파묻혔다’와 ‘파뭍혔다’가 헷갈렸다. ‘디귿’이 들어간 ‘파묻혔다’가 맞는 표현이다. 사람들이 많이 틀리니까 ‘파뭍혔다’는 틀린 표현이라고 잘 적혀 있었다.
뉴스는 절반이 이란과 중동의 소식이다. 그동안 오랜 시간 평화로왔던 시간이 아닐까 새각이 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이 크고 길게 있었고 계속해서 전쟁이 있어왔다. 평화로운 시간이 길어지면 그것이 일상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긴장은 깊은곳에서 계속해서 으르렁 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이 나지 않았는데 이스라엘과 미국이 시작한 이란 전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평화에는 힘이 필요하지만, 힘으로 만드는 평화는 위태위태하다. 스파이더맨에 나온 유명한 대사처럼, 거대한 힘에는 그만큼의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20260314. 1,115자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