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을 품고 걷는 길

가을

by 은서


요즘 한 가지 질문을 머릿속 어딘가에 느슨하게 걸어두고 하루를 살아간다. 어떻게 살아야 마지막에 행복하게 떠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고, 누가 건네준 것도 아니고, 어떤 결정적인 사건 하나가 밀어 넣은 것도 아니다. 이상하게도 어느 날부터 알 수 없이 안에서 천천히 자라나 어둑한 밤이 되면 그 조용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질문이 되었다.

그 질문을 피할 수도 있었고, 무심하게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질문을 계속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 안에 어떤 답이 숨어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그 질문 자체가 삶에 대해 말해주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서 그저 가만히 쥐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 모르겠다.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끝까지 품고 갈 마음의 조각이 무엇인지, 어디쯤에서 멈추고 어디쯤에서 다시 걸어가야 하는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이 모든 '모름'의 상태가 예전처럼 혼란이나 두려움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조금 더 깊고 넓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삶이 말을 걸어오고,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여지가 생기고, 답이 없기 때문에 한 문장 한 문장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 삶의 끝에 서게 될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그 순간은 예고 없이 올 수도 있고, 아주 천천히 다가올 수도 있고, 조용히 방문을 두드리다 어느 날 문틈으로 스며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그 마지막을 떠올리며 그 순간 어떤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지를 상상해본다. 그 마지막에 서서 지금을 보고 "괜찮았다, 참 잘해냈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아니면 "조금 더 천천히 숨 쉬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할까. 혹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조용히 사라지는 마음일까.

그 모든 상상이 불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오래 음미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되어준다.


어디선가 들은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정말로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매일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사랑하라고 말하고, 감사하라고 말하고, 욕심을 덜고 마음을 비우면 된다고 한다. 그 말들이 모두 옳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삶에 얹어보면 무엇 하나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삶은 그 말들처럼 단순한 구조가 아니고, 감정은 그 말들처럼 쉽게 정리되는 물성이 아니고, 선택들은 그 말들처럼 선명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고민하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때로는 놓아보고, 다시 붙잡아보면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오래 고민하는 중이다.


어쩌면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마지막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삶을 만드는 과정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정답을 알아서가 아니라, 정답을 모르기 때문에 계속 생각하는 그 태도. 완벽한 방향을 찾아냈기 때문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질문하는 그 움직임. 그 모름과 질문 사이에서 조용히 걸어가는 이 과정이 이미 삶을 조금씩, 아주 사소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전히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마지막에 행복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지, 어떤 하루들이 쌓여야 후회 없는 생의 마무리가 될지, 어떤 선택들이 평온한 방향으로 이끌지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이 모름이 너무 두렵지도 않고, 이 질문이 너무 무겁지도 않다. 오히려 이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더 진실한 길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오늘도 길게 생각한다.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이 질문을 통해 삶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기 위해서. 마치 여행자가 낯선 풍경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듯이.

언젠가 아주 먼 훗날, 마지막이라는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지금의 이 고민과 망설임과 무수한 생각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잔잔한 미소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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