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의 죽음과 루이와의 만남까지
토토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의 일상에는 참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꼭 토토의 빈자리 때문은 아니었다.
돈을 벌기 시작함에 따라 부모님에게서 경제적인 독립할 수 있었고 주변 친구들이 결혼하니 자연스럽게 오래 만나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다.
그 일 즈음 거의 바로 독립을 결정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 본가에 토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토토가 익숙한 곳에서 오래 살기를 바랐다. 그런 바람이 아빠의 은근한 투덜거림과 엄마에게 문득문득 들어오는 슬픈 동정심을 외면할 수 있게 했다. 이제 더 이상 집에서 버틸 이유가 없었다.
부모님의 서운함과 섭섭함을 애써 무시하여 낸 용기는 내 생각보다 숨통을 터주었다.
'누군가'의 취향을 고려하지 지 않고 나를 위해 마음껏 요리할 수 있었고
혼자 있고 싶으면 마음껏 혼자 있을 수 있었다. 이기적 이게도 토토가 죽고 나니 생활적으로 편해진 것이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2023년. 새내기 직장인이었던 나는 어느덧 5년을 꽉 채운 너덜너덜한 인간으로도 변했다.
결혼을 하니 여러 방면에서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간간히 토토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에 들였다. 강아지를 다시 키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금방 거두곤 했다.
다시 동물을 키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데에는 상처를 다시는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토가 죽을 때, 우리 가족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토토는 입원 중이던 동물병원 처치실에서 죽었는데 밖에 있었던 가족 아무도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나는 마음대로 CPR을 진행하여 임종도 지키지 못하게 한 동물 병원에게 분노했다. 동물병원에서 큰 언급이 없었기에 우리는 토토가 죽을 것을 예상 못했고, 병원 대기실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토토가 종이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는 나에게 담당 수의사가 책을 하나 건넸다. 제목도 기억 안나는 그 책은 펫로스 증후군을 주제로 한 동화책이었다. '나를 잊고 또 다른 동물을 사랑해 주세요'라는 내용이 가득 담긴 그 동화는 왜 인지 모멸감을 주었다. 그리고 적어도 여섯 달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문득문득 눈물이 났다. 가슴 찢어지게 슬프고 미안했다. 다시는 이런 슬픔과 이런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직장 동료가 ‘유기견 임시보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유기견들은 시보호소에서 관리되어 보호소 내 봉사만 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유기견을 직접 집에서 몇 개월간 케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몇 개월 데려다가 있으면 마음 싹 가시겠지?
좋은 일도 하고 나는 상처도 안 받고 너무 좋다!
그렇게 인스타그램 유기견 임시보호 피드를 보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루종일 유기견을 찾아보고 임시보호 신청을 하려다가 말고.
옆에 있던 남편도 그렇게 보는 것도 중독이라며, 지겹지 않냐고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 달쯤 흘렀을까, 10월이 되었고 나는 부산 출장 중이었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누워 여전히 피드를 보는데 그날은 유독 한 아이가 눈에 띄었다.
분명히 우리 토토를 닮았는데 ‘믹스견’이라 붙여져 있는 아이.
지저분한 털로 가득 덮여 종을 확신하기는 힘들었지만 분명 토토의 형제였다.
이 애를 데리고 와야겠다!
이미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멈춤 없이 임보신청서를 작성했다.
연락을 기다리다 못해 DM을 보내고 전화도 걸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임시보호 신청해서 나한테 못 오면 어쩌지?
다행인 건지 나만 이 친구가 슈나우저라고 생각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슈나우저라는 종이 워낙 까다롭다는 편견이 많다 보니 임보신청도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
서면, 전화 면접, 거주 공간 확인 등으로 루이의 임보가 확정되었다.
루이를 구조한 단체는 작지만 세심하고 진심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곳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음이 조급해져 부산에서 서울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남편은 나의 이런 갑작스러운 진행에 조금 불만을 가졌지만 루이를 만나자마자 거두었다.
처음 만난 루이는 예상대로 너무나 토토를 닮아있었다.
우리 둘 다 심장이 쿵 내려앉아 눈물까지 날 지경이었다.
루이도 우리한테 곧장 안겼다.
어색함 없이 제 집인 양 돌아다니는 루이를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귀여운 강아지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그렇게 루이와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강아지로 토토를 잊을 생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