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아들과 매일 뽀뽀하는 엄마입니다

포스트잇의 비밀

by 스페라

어느 날부터 말수가 부쩍 줄었다.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고, 눈을 마주치는 대신 문을 닫는 일이 많아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 아빠보다는 말없이 함께 있어주는 친구가

더 편한 시기.

그렇게 서서히 멀어지는 것 같아 아쉽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다는 그 시기.

사람들은 그걸 ‘중2 사춘기’라고 부른다.


내 아들은 지금 딱, 그 ‘중2 사춘기’다.


이 말을 하면 사람들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중2면 사춘기가 한창일 텐데..."
"요즘 아이들은 빠르면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면서도 "중3쯤 되면 좀 나아지더라"며 나를 위로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정말 전혀 위로받을 일이 없다.

사춘기는 맞지만, 특별히 ‘사춘기답지 않은 사춘기’라서 그렇다.


나는 사춘기를 단순한 반항의 시기로 보지 않는다.

자신의 뜻을 펼치고 싶은 욕망이 자라나는 시기,

다만 그 뜻이 부모의 방향과 다르기에 갈등이 생기는 것뿐이다.






여하튼, 남들이 말하는 중2, 아무도 못 말린다는 중2인 아들과 나는 아주 친하다.
감사하게 정말 잘 지내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사탕을 나눠주면 먹고 싶어도 꼭 나와 나눠 먹겠다며 집에 가져왔다.
내가 감기에 걸려서 누워 있으면 밥에 물을 말아 밥상을 차려주기도 했다.
주위 엄마들이 "효도는 다 받았다"며 부러워할 정도였다.


지금도 그렇다.
급식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주스나 과자가 나오면 꼭 챙겨 와서 내 입에 넣어주고,
학교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는 “엄마, 먹고 싶은 거 없어? 아이스크림 사줄까?”라고 묻는다.

청소, 빨래, 설거지까지 집안일은 알아서 척척 도와주고, 주말이면 아침밥도 차려준다.

그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물론 가까운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지만, 괜히 자식자랑 같아 밖에서는 말하지 않는다.

지금도 조금 민망하지만, 오늘만큼은 마음을 꺼내 보기로 했다

‘중2 아들과 어떻게 이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를 얘기하려면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아,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아이가 등교할 때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가서 배웅한다.

엘리베이터가 올 때까지 아이는 나를 꼭 안아주고, 뽀뽀하고, 아빠에게도 기분이 좋으면

간혹 뽀뽀를 하고 등교를 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어떻게 이렇게 아이와 잘 지낼 수 있냐고.

어릴 때야 누구나 그런다지만 크면서 변하는데 왜 변하지 않느냐고.

나는 그 힘 중 하나가 '독서와 글쓰기'라고 믿는다.


독서의 중요성은 익히 알려졌기에 말해 무엇하랴

오늘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아이에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가르치기보다는, 그냥 내가 많이 썼다.

그리고 내 글을 자주 읽어줬다.


아이를 가졌을 때 썼던 태교일기

자라면서 적은 육아일기

먹이면서 쓴 이유식 일기

함께 다니면서 쓴 여행 일기까지


무심히 지나갈 수도 있는 순간들을 글로 남기고, 커갈 때마다 하나씩 꺼내 읽어줬다.

그러자 아이는 마치 내가 쓰는 만큼 자라는 듯했다.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

유치원 때부터 동시를 쓰더니, 중학생이 된 지금도 가끔 ‘시’를 써서 보여준다.

나는 한 번도 글쓰기를 강요한 적이 없는데,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엄마가 쓴 글은 아이를 따뜻하게 만든다.
내가 쓴 글을 읽는 아이의 표정은, 비를 흠뻑 맞은 나무가 한층 더 푸르러지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 표정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내 행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글쓰기는 ‘포스트잇 편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작은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어찌나 애틋하던지.
그날부터 나는 포스트잇에 짧은 편지를 써서 필통에, 공책에, 책 속에 몰래 숨겨두기 시작했다.


"○○야, 학교 가는 뒷모습이 참 늠름하고 멋지다.
엄마는 네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
내 사랑하는 아들,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야, 오늘은 비가 오니까 쉬는 시간에 창밖 비를 한번 바라봐 봐.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반갑게 맞으면 복이 온단다.
사랑해. 나중에 보자!"


아이는 학교에서 내 편지를 발견하고는 답장을 쓰기도 하고

집에 오자마자 나를 꼭 안고 뽀뽀를 하며 편지 받았을 때의 기분을 말해주곤 했다.

그렇게 포스트잇 한 장이 우리 사이를 더 단단하게 이어준 것이다.

별것 아닌 포스트잇 편지였지만,
아들은 그걸 통해 감정을 나누는 방법을 배우고, 마음을 말로 풀 수 있는 힘을 키워갔다.


그래서인지 사춘기인 지금도 삶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나와 함께 이야기하며 자란다.

이것이 내가 중2 아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아, 이쯤 되면 누군가는 "그냥, 순한 아이, 너무 마마보이 아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아들은 반에서 체육도 제일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아주 건강하고 남자다운 중학생이다.


글을 쓴다는 건, 감정을 전하는 가장 조용하고 따뜻한 방식이다.

포스트잇이면 어떻고, 노트 한 켠이면 어떠하랴.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사랑이 끝없이 펼쳐진다는 것을 받는 아이가 알 텐데...


각 잡고 폼 잡고 뭔가를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바로, 포스트잇에 내 마음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

사춘기 아들에게 기습 뽀뽀를 받는 행운이 뜻밖에 찾아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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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그래서 나는 쓴다’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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