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엄마처럼

사춘기를 끝내준 엄마의 편지

by 스페라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늘 바빴다.

아침저녁으로 일을 다녔고, 우리 넷을 먹이고 입히고 키우느라 늘 쫓기며 사셨다.

그런데도 엄마는 잠깐잠깐 엄마만의 '여유'와 '쉼'을 지키며 살았던 거 같다.

그 '쉼' 속에서 엄마는 기도와 명상을 했다.

지금도 아침이면 일어나 제일 먼저 우리를 위한 기도를 하신다.

큰 딸네부터 막내네까지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건강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말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의 몸 하나하나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신다.

그렇게 평생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산 엄마는 행동으로 나에게 삶의 진리와 방향, 인생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중 가장 잊지 못할 선물이 하나 있다.






중학교 2학년 생일날이었다.

그날도 역시 엄마는 새벽부터 일을 나가야 했고, 나는 엄마가 없는 생일상을 언니들 손에 받아야 했다.

그게... 그게... 그날따라 서운했던 걸까.

아니면 사춘기 반항이 터진 걸까.


전날 저녁

미역국을 끓이던 엄마에게 괜히 심술을 부렸다.

엄마 속을 뒤집어놓고 화난 채 잠자리에 들었는데

얼마 안 있어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철이 없게도 엄마 때문이 아니라 내일 있을 생일파티 때문이었다.


생일이 되면 친구들과 학교 앞 분식점에서 라면을 나눠 먹으며 생일파티를 했는데...

생일인 내가 라면값을 내야 했다. 그런데 용돈이 다 떨어졌던 것이다.

돈은 없고, 파티는 해야 하고 엄마랑은 싸웠고 걱정을 하면서 잠이 들었던 거 같다.


새벽 5시

문득 눈을 떴다.

엄마가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출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 엄마한테 돈 달라 해야 하는데.."

몸을 일으키려는데 베개 밑에서 뭔가가 손에 닿았다.

엄마의 짧은 편지와 용돈 2만 원이었다.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막내딸, 00아

기분 풀고 오늘 친구들이랑 생일파티 잘해.

저녁에 보자. 엄마가 제일 사랑해.

생일 축하해 내 아기


엄마의 편지를 보는 순간, 나는 미친 듯이 울기 시작했다.

편지를 쥔 채 엄마가 나간 현관문을 바라보며

너무 미안해서... 정말 너무 미안해서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의 그 작은 편지가 얼마나 따뜻하고 좋았던지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생일이 되면 엄마가 적어준 '편지'를 떠올린다.

그날 이후, 내 사춘기 끝이 났다.


엄마는 내게 진심이 담긴 글의 힘을 알려주었고

나는 그 힘을 지금 내 아이에게 전하고 있다.


포스트잇으로 '마음'을 나누고

짧은 쪽지로 '고마움'을 전하고

긴 편지로 '삶'을 이야기하며 말이다.


나는... 그래서 나는...

쓰는 게 참 좋다



#사춘기 #엄마와딸 #생일편지 #글쓰기의이유 #감동실화

이전 05화중2 아들과 매일 뽀뽀하는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