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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제 Dec 10. 2022

1형 당뇨 확진 판정을 받았다

296이라는 혈당을 만난 다음날, 당화혈색소 검사와 마주했다. 12점대인데, 일반적으로 4~5점대가 정상으로 판정받는 수치라고 한다. 야구였다면 던지는 족족 얻어맞는 투수들의 방어율이다. 그 다음날 바로 대학병원으로 향해 검사를 받았다. 부모님은 "그래도 당뇨가 아닐 수 있지 않느냐"며 위로하셨지만 이런 위로는 브라질에게 전반전 4대0으로 뒤진 상황에서 "그래도 후반에 5대4로 역전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위로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객관적인 통계가 너무 까마득히 당뇨임을 증명하는 상황에서 당뇨가 아닐 수 있을까.


대학병원에선 당뇨가 맞으며, 현재 혈당이 너무 높기에 인슐린 주사로 조절하며 1달 후 다시 검사를 진행해 보겠다는 말을 들었다. 같이 당뇨라는 말을 들었던 부모님의 심정이 어땠을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느 정도 각오는 된 상황이었기에 그나마 무덤덤했다. 당뇨에 좋은 음식, 당뇨에 좋지 않은 음식, 당뇨인데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위주로 죽어라 찾아봤다. 의사분에겐 당뇨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근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여기엔 그냥 나무위키에서 퍼와서 적으려고 한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또는 수용에 문제가 발생해 혈당치가 높아지는 병을 의미한다. 인슐린 분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1형 당뇨, 정상적으로 분비되지만 수용체에 문제가 생기는 걸 2형 당뇨라고 말한다. 공장으로 비유하자면, 몸에 있는 인슐린 공장 속 인슐린 일꾼들의 작업 효율이 느려지면 2형 당뇨, 일꾼들이 모두 죽어버리면 1형 당뇨다. 2형 당뇨는 약을 먹거나 식이요법으로 대략 작업 효율을 조절하면서 치료할 수 있지만, 1형 당뇨는 일꾼들이 모두 죽어버린 상태기 때문에 밖에서 채네로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왜인지는 대략 모르겠는데 1형 당뇨는 약을 먹어도 위장에서 소화되기 때문에 혈당을 낮추는 게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근데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1형 당뇨가 확정된 후 의사분이 신신당부하면서 여러번 반복했던 말도 "1형 당뇨는 무조건 주사를 맞아야 하는 질병이다, 절대 잊으면 안된다."였다. 


당시엔 몰랐지만, 1형 당뇨의 특성 때문에 주사만 잘 조절한다면 대부분의 음식은 먹을 수 있다. 그만큼 1형 당뇨 환자에게 주사를 맞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당시엔 몰랐다. 나는 도시의 수도승처럼 삼시세끼 야채 샐러드를 먹고 샐러드 도시락을 싸다니며 평생 야채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한달 정도는 그 꼬라지로 살았다. 


진단을 받은 후 병원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 교육을 받았다. 당장 하루이틀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재수가 없다면 죽을 때까지 평생 할수도 있는 일이다. 우선 내가 맞는 인슐린 주사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아침에 맞은 후 하루 종일 효과가 가는 지속형 인슐린, 맞은 후 바로 효과가 발휘돼 빠르게 사그라드는 초속형 인슐린으로 2종류다. 초속형 인슐린은 식사하기 전 매번, 지속형 인슐린은 아침에 일어난 후 한번 맞는다. 우선 인슐린 주사를 위해 하루 삼시세끼를 디폴트로 먹어야 한다. 원래 아침을 안 먹었기에 이를 위해 생활패턴을 강제로 바꿔야 했다. 결론적으로 하루에 최소 4회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말이 된다. 주사부위는 배부터 팔다리까지. 대략 살이 뭉쳐서 아프지 않은 곳이라면 괜찮다.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조금 암담했다. 평소에 주사를 맞을 일이 몇번이나 됐겠는가. 그러던 사람이 한달에 최소 120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야말로 좆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혈당을 재는 방법에 대해 설명받았다. 내 팔뚝에 어떤 기계 하나가 장착됐다. 연속혈당측정기라는 물건인데, 피를 뽑지 않아도 혈당을 잴 수 있다고 한다. 기계를 달고 휴대폰에 대면 혈당이 측정된다. 기계를 달고 1시간이 되자 내 혈당이 측정되기 시작했다. 350이란다. 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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