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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쓰 Eath Oct 10. 2019

나는 위내시경이 힘들지 않다 (번외 편)

과학이 물어다 준 뜻밖의 소득

혐짤의 보고, 구글 이미지 검색


구글 검색이라는 놈이 좀 그런 성향이 있다. 원하는 자료를 찾을 때에 상당히 유용하기도 하지만, 가끔 도가 지나쳐서 원치 않는 혐짤을 잔뜩 보여주기도 한다. 본인은 학위 과정 중에 실험 장비를 만들기 위해 humid box였나 하는 단어를 검색한 적이 있다. 본인이 원하는 건 식물이 마르지 않게 보관하는 상자 같은 것이었다. 본인의 모니터를 한 가득 채운 것은 뱀 사진들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모니터를 바로 보기 힘든데, 그 이유는 본인이 대단히 심각한 snake phobia 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분명 괜찮았다. (아 지금도 머리털이 곤두선다 진짜 기분 더럽다) 사춘기 즈음에 어느 순간부터 볼 수가 없게 되었고, 정도가 가장 심하던 시절에는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조차 못했다. 지금은 글자 정도는 쓸 수 있는데, 여전히 그림조차 못 본다. 본인은 한겨울이 아니면 절대 등산을 하지 않는다.


아무튼, 구글 검색은 그렇다. 뭔가를 기대하고 검색어를 넣었을 때, 상상도 못 한 것들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경우 혐짤로 인해 정신적 대미지가 +1, 그리고 지식이 +1 증가된다.



구토 반사를 검색하기 위해 gag reflex라는 단어를 넣었다. 그리고 이 gag reflex를 조절하기 위한 다른 훈련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gag reflex training을 검색했다.


                                                                          짜잔!

많은 이들이 성공적인 구강성교를 위해 구토 반사 억제 연습을 하고 있더라.



배드걸스 바이블. 딥 쓰롯팅을 전문가처럼 하기 위한 테크닉의 일환으로 구토 반사 훈련이 이용되고 있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숙한 삶을 살던 본인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고, 아아.. 남들은 저런 까닭으로 구토 반사를 억제하는 연습을 하는구나.. 하고 깨달음 +1, 약간의 슬픔 +1 이 더해졌다. 들어가서 봤냐고? 안 봤다. 왜냐면 본인에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삶의 태도는 다양하고, 본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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