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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쓰 Eath Oct 10. 2019

나는 위내시경이 힘들지 않다 (하)

위염을 달고 사는 야식 러버들에게 과학으로 희망을

본인은 양치 마니아다. 

이두가 뻐근할 때까지 이를 닦는다. 칫솔들이 채 한 달을 못 간다. 양치하는 동안 대충 시간을 재어본 적이 있는데 대중가요 세 곡이 그냥 지나갔다. 정확히 닦는 순서가 있고 (그래야 놓치는 강냉이가 없다), 마지막에는 칫솔을 물로 한 번 헹군 다음 혀를 닦기 시작한다. 혀에서 유난히 공을 들여 조지는 구역이 있다. 혀뿌리. 기분 상 거기는 더러움이 두텁게 남는 기분이 들어서 혀뿌리의 미뢰 하나하나를 조진다는 기운으로 힘차게 칫솔질을 하노라면 볼썽사납게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우워어어억. 아저씨들이 양치하면서 내는 그 소리. 그게 너무 싫었다. 특히 점심 먹고 회사 화장실에서 양치를 할 때는, 혀를 안 닦을 수도 없고, 대놓고 왁왁 대자니 그간 줘 패 버리고 싶던 순간에도 온갖 상스런 욕들을 속으로만 삼키며 공들여 쌓아 온 본인의 품위를 고작 양치 따위로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헛구역질을 버티는 연습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혀뿌리를 닦는 동안 헛구역질이 올라와도 겉보기에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제어가 가능하게 되었다. 적고 보니 뿌듯하다.



헛구역질은 왜 하는 걸까?


자, 이제 모든 키워드가 하나로 모아진다. 헛구역질. 위내시경이 고통스러운 건 헛구역질이 나기 때문이다. 헛구역질은 왜 나는가. 나는 이것을 수년간의 양치질 훈련을 통해 단련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헛구역질과 관련된 몸의 근육은 불수의근이 아니라 수의근인가. 와, 또 궁금한 게 생겼다. 그러면 내가 못 참지. 이런 건 네이버 지식인 따위가 알려주지 않는다. 답은 구글 검색이다. 처음에는 잘못된 검색어, 질문을 넣어 신통한 답을 못 얻었다. 그간 스스로 영어 좀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본인을 주제 파악하게 만든 겸손과 인고의 시간이 지나서야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해부학 관련 단어까지 찾아봐야 된다 이 말이다.)


구토 반사 (Gag reflex)

평화주의자인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도가니를 적절히 후려치면 생면부지의 의사 선생님께 난데없이 발길질을 하게 되는 것처럼, 이 헛구역질도 아구창의 후면에 무언가 자극이 닿으면 몸이 자동으로 게워내려 한다는 거다. 반사는 생존의 문제다. 뜨거운 것을 만지면 화들짝 놀라서 손을 떼는 것처럼, 


아, 뭐, 그거야 그렇겠지. 그런데 이게 연습이나 노오오오력으로 조절이 되느냐 이 말이야.


인간이 구토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횡격막과 복부의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켜 압력을 높이는 과정이 수반된다. 그 과정에 사용되는 근육은 한두 가지로 특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크으 쟌넨..) 다만 일반적인 과정이 이러하다. 아구창의 후면에 뭔가가 닿으면 신경을 통해서 뇌로 신호가 전달된다. 뇌 중에서도 소뇌가 구토 반사를 컨트롤한다고 한다. 다시 뇌는 근육으로 신호를 보낸다. ‘게워라.’ 그러면 횡격막이 수축하며 위장을 누르게 되고, 동시에 식도와 위장을 분리해주던 괄약근이 느슨해지며 내용물의 역류가 가능해진다. 이때 식도를 둘러싼 종 근육들도 수축을 해서 이 역류를 보다 수월하게 돕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구토를 하게 되는 건데, 중요한 사실은 실제로 연습을 하다 보면 이 불필요한 토악질을 줄일 수 있다는 거다.



본인의 경우는 매번 양치를 할 때 혀뿌리를 힘차게 닦으면서 구역질이 올라올 때 우선 ‘소리를 내지 않는 연습’부터 했다. 애초에 그것이 목적이었으니까. 회사 화장실에서 웩웩하는 소리만 내지 않아도 쪽팔릴 일은 없다. 그다음으로 애쓴 것이 반사적으로 몸이 수축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즉, 버티는 거다. 토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반사적으로 몸이 수축하며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느낌. 그 모습도 남들이 보면 흉하기 때문에 본인은 고개만 까딱 하는 정도로 줄이도록 버텼다. 지금은 오래간만에 날 잡고 목구멍까지 음식이 차도록 폭식을 한 날이 아니면 양치를 하며 헛구역질을 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 위내시경을 하던 그날도 의식적으로 헛구역질을 참아내는 게 가능했다. 


구토 반사를 억제하는 훈련에 대한 글도 찾아보았는데, 의외로 칫솔을 이용하는 방법이 실제로 있었다. 어떻게 하냐면, 양치를 하듯 칫솔을 혀뿌리 쪽으로 넣고 여기저기 닦아보는 거다. 그러다가 구토 반사가 오면, 그 부분을 천천히 반복해서 자극하면서 이를 컨트롤하려고 해 보라는 거다. 실제로 본인이 했던 방법과 같다. 효과는 본인이 보장한다. 수면마취가 불안하고, 무섭고, 마취가 된 동안 의사 선생님께 일생의 비밀을 내뱉을까 두려워 위내시경을 받지 못했다면 앞으로는 양치질하면서 하루 3분씩만 연습해보시라. 본인 신체의 비밀을 하나 까 보자면, 본인은 우측 흉부가 좌측 흉부보다 비대하다. 보통 심장이 위치한 왼쪽이 크다는데 본인은 우측이 훨씬 크다. 본인은 이 짝가슴의 원인 역시, 격한 양치질을 하며 오른팔과 우측 대흉근이 발달하며 생긴 결과가 아닌가 이렇게 본다. 그래서 최근 왼손 아령 10분을 시작하였다. 만약 1년 안에 본인의 짝가슴이 개선된다면 이 역시 글로 써보겠다. 


꾸준히 매일같이 반복하다 보면 무언가가 남는 법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또 한 번 몸으로 깨친 사건 되시겠다. 



번외 편 '동물의 토악질'


개구리가 토하고 싶을 때는 위장을 입 밖으로 꺼내서 앞 발로 쭉쭉 짜낸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본인은 이것을 알고 있단 사실이 꽤나 자랑거리였다. 여러분들도 앞으로 자랑하시라.

이번에 새로이 알게 된 설치류과 관련된 사실도 흥미롭다. 이 쥐새끼들은 토한다는 개념이 없단다. 토하지 않는다. 근육 (특히 괄약근)이 다르기 때문인데 그것까지는 자세히 안 알아봤다. 토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passive 하게 흘러나온다고 한다. 아마 위장과 식도 사이의 괄약근 문제가 아닐까. (아니면 그냥 위장과 식도 구조가 아예 인간과 다를 수도.) 토끼도 토하지 못하는 동물 중 하나다. 본인은 토끼를 키우는 지인을 알고 있다. 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얼른 알려주고 싶다. 



                                                                        - 끝-


본 글을 쓰기 위해 갖가지 조사를 하면서 가장 본인의 흥미를 끌었던 검색 결과는 번외 편에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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