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이 책은 위로의 말로 가득 찬 책이 아닙니다.
치유의 완성도, 성장의 결실도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저, 무너지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하루를 건너온 사람의 기록입니다.
한때는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나름대로 괜찮은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감정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불안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무기력은 매일을 무겁게 눌렀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무너졌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감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그 변화는 나를 낯설게 만들었고,
어느 순간, 나는 나로 존재하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이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라지지 않았다는 단서를 문장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는 분노와 수치심, 무기력과 자책 같은 감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 감정들은 언젠가 나를 힘들게 했고,
지금도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감정을 없애지 않아도 됩니다.
감정은 정리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무엇입니다.
『괜찮지 않아도 하루는 간다』는
완벽한 해결이 아닌 조용한 이해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책입니다.
만약 지금, 당신도 나처럼
감정에 휘둘리며 버티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이 책의 문장들이 당신 안의 작은 여백이 되길 바랍니다.
어떤 위로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그저 조용히 숨 쉴 자리를 찾고 싶을 때
이 책이 곁에 있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