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 서문
삶은 말을 떠나게 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남는 것들이 있다.
말로 설명되지 않아도 흐르는 감정들,
말없이 건너오는 진심들.
나는 그 고요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났다.
처음에는 침묵이 두려웠다.
입을 열지 못하는 나를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해지는 순간이 오면,
나는 부서질까 봐 겁이 났다.
그렇게 입을 닫고, 마음을 닫고,
세상과 단절된 줄 알았던 시간들이
실은 내가 나를 가장 깊이 껴안고 있던 시간이었다.
말이 사라지고,
내 안에서 조용히 살아나는 언어를 들었다.
세상이 요구하던 말이 아니라,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속도의 마음들.
숨소리처럼 작고 조심스러웠지만,
그 속에는 진짜 내가 있었다.
고요는 결코 비어 있지 않았다.
고요는 나를 향해 열린 문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내 진심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혼자 있는 시간,
아무 말 없는 시간,
그것들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했다.
누군가는 말로 세상과 연결되지만,
나는 고요로 나와 연결되었다.
그리고 그 연결은
더 이상 나를 부정하지 않게 해주었다.
이 기록은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고요로 나를 살아내려는
한 사람의 조용한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