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떠나는 두 번째 여행
내가 처음 기타를 접한 건 중학생 시절이었다.
같은 반 친구가 밴드부 활동을 하며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YB의 "나는 나비"를 연주했던
학교 체육관 공연을 계기로
그 무대를 본 뒤,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서
동네 악기점에서 제조사도 모르는 일렉기타와
15와트짜리 SG-15라는 이름의 작은 앰프를 구입했던 것이
기타와의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그땐 기타만 무턱대고 산 채
배울 곳도, 주변에 함께 할 사람도 없었기에
악기점에서 받은 교재를
몇 달 동안 혼자 붙잡고 씨름하다
결국 흥미를 잃고 기타를 처분하게 되었다.
그 이후 성인이 되어, 회사를 다니면서도
버즈, 체리필터, 델리스파이스, 윤도현 밴드,
크라잉넛, 버스커버스커, 혁오 등
유명한 가수나 아이돌 음악 대신
밴드 음악을 즐겨 들었고
밴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그대로 남아,
2015년쯤 또다시 기타를 구매했지만
이번에도 독학으로는 오래가지 못했고,
기타는 그렇게 몇 년 동안 방치하게 되었다.
그러다 2022년,
삶이 버거울 정도로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지내던 어느 날
무심코 눈에 들어온 것이
7년 동안 먼지만 쌓여 있던 "그 기타"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다음 날, 동네 기타 레슨을 알아봤고
그렇게 2023년에 만난 분이
당시 "전기뱀장어 밴드"의 세션 기타리스트인 스승님이셨다.
마침 거리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주말마다 1시간씩 레슨을 받게 되었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악기를 '제대로' 배우는 경험이 없다 보니,
배우는 속도가 많이 더딘 것에
스스로 답답함을 많이 느끼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1년 넘게 배우는 시간 동안
점점 꾸준히 늘어가는 실력을 보고,
나뿐만 아니라 스승님께서도 뿌듯함을 느끼셨고
더욱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던 것을 기억한다.
그 해 연말,
스승님의 초대로
전기뱀장어 밴드의 [LEVEL UP!] 콘서트를
난생처음 홍대 벨로주라는 공연장에서
처음 보게 되었는데,
공연장을 꽉 채우는 현장감과
그날의 분위기는 아직도
평생 없을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던 거 같다.
그 공연을 계기로
인디 밴드라는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
전기뱀장어의 모험 (2024/3/2)
The Glow 락페스티벌 (2024/4/13)
전기뱀장어 하계수련회 (2024/7/12)
청년 마음 콘서트 (2024/8/10)
이다온 밴드 크리스마스 콘서트 (2024/12/24)
71회 라이브클럽데이 (2025/2/28)
그동안 다녀온 위 같은 공연들과
스승님의 추천곡과 직접 찾아 들은 곡들을 통해
전기뱀장어, 브로콜리 너마저, 실리카겔, 검정치마, 유다빈 밴드, 한로로, 해서웨이 등
다양한 인디 밴드들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내 취향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작년 11월을 마지막 끝으로,
스승님의 이사와 건강상의 이유로
레슨은 마무리되며, 독학으로 전환되었고
바쁜 일상 탓에 기타는 잠시 내려놓게 되었지만,
최근,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또다시 ‘밴드’라는 꿈이 되살아났고
주변에 악기를 다루는 몇몇 지인들에게
가볍게 해 보자고 권유도 해봤지만,
모두가 직장인이다 보니
시간, 실력, 생계 등 현실적인 이유로
합을 맞추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누군가와 함께 연주하고
작은 무대라도 올라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내가 다시 꿈을 꾸는 이유는,
결국 음악이 내 마음을 치유하고
지금까지 버티게 해 준 증거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