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과 목표
어제의 나는 사직서를 냈다.
올해 6월부터 사직 의사를 표했지만
몇 번의 만류와 설득이 있었고,
그때마다 그저 한 달만 버티자, 두 달만 버티자 하며
무언가에 홀린 듯
회사를 다니는 의미와 보람이라도 얻고자
방울토마토와 캐모마일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매일 아침 커가는 식물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버텨왔는데,
열심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이
한두 명씩 줄줄이 회사를 떠나더니
조금씩 체계들이 무너져가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떠나간 사람들을 탓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떠나간 사람의 몫까지
책임을 짊어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저 본인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할 뿐이었다.
조용히 사직의사를 전했음에도,
소문을 여기저기 퍼트리고 다니는 깃털보다 가벼운 사람이 있는 건지
또다시 만류와 설득 섞인 조언들을 하는 사람이 생겨났지만,
이제는 그들의 말들에 흔들리지 않을 거 같다.
단지 사람들의 계속되는 만류와 설득은
그대로의 나를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과 실질적 편의를 위해서라는 것을
본질을 이해하고 나서야 알았고,
그것으로 떠날 이유는 충분했다.
이와 시기가 겹쳐서
이전에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업무를 담당하다가
퇴사한 선임께서 회사를 방문하고
한 장의 명함을 건네주신 것으로
더 큰 확신이 섰던 거 같다.
지금까지의 두려움과 불안에
내가 알지 못한 더 넓은 바깥세상을 보지 못한 채
현재에 만족하는 삶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몇 년 전에도
지금 있는 회사를 갑작스럽게 떠나고
몇 개월을 다른 곳에 머물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왔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의 나는 그저,
아무런 목표 없이 당장의 괴로움에 벗어나기 위해
도망만을 쳤다면,
지금의 나는 좋아하는 것들과 목표가 생겼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미래가 뚜렷하게 그려지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모아 둔
나만의 글들로 한 권의 작은 책을 엮고 싶고,
작곡을 배워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고,
지금껏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꿈과 희망,
여유를 다시금 찾고 싶다.
더 이상 남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사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