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2025년 09월 22일 맑음

by 강인함

욕을 많이 들으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말이 있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부터 상쾌하게

어떤 노인의 욕을 한 바가지 들었다.


이유는 바쁜 아침 출근길에

서울 버스 특성상 사람들이 많이 혼잡한 탓에

탑승객들의 편의와 버스기사의 요청으로

후문으로 탑승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하차해야 하는 정거장에서 노인이 내리기 전에

사람들이 양보 없이 후문을 향해 몰려 탄 거 같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후문으로 탑승하는 승객들의 마지막에 따라 탔는데

모든 욕설의 화살이 나한테 향하더라


불편을 이해하지만

그 정도로 화낼 일인가 싶기도 하고,


쓰레기를 주우면 결국 내 것이 된다는 말처럼

대꾸를 했다간 오히려 화만 돋우겠다 싶어

그냥 노인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한 거 같다.


그러고 나서 사무실에 도착해 출근을 하고

기른 지 두 달이 넘어가는 방울토마토와 캐모마일에게

주말 동안 주지 못한 물을 흠뻑 주었다.


확실히 식물을 키우다 보면 느끼는 게

무언가를 돌보는 일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지만,

매일 심과 정성을 들이고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많은 보람을 느끼는 거 같다.


한편으로는

사람 또한 애정과 관심을 꾸준히 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부서 인원에 조금의 변화가 있다 보니

원래 많은 문서 업무 하던 것을 덜어주신 덕분에

업무를 크게 덜었다.


원래 책임을 지고 하던 일을 맡긴 탓에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다 보니

큰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오전, 오후 업무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최근에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줄다 보니

편두통의 빈도가 많이 줄긴 했지만


두통이 생길 때마다 복용하던 약이 떨어진 탓에

병원에 잠깐 들러 5일 치 약을 처방받았다.


그러면서 오는 길에

이번 주에 있을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 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얼마 전 베이스를 맡고 계신 윤덕원 님의

신간 에세이를 완독 해서 더 기대가 되는 건지


벌써부터

공연을 볼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도 한 거 같다.


퇴근하고 나서는

비락식혜로 유명한 팔도에서

이천햅쌀이 들어간 신상 풀소유 식혜가 나왔다길래

편의점을 한번 들렀다.


근데 아직 우리 동네에는 입고가 안된 건지

보이지가 않더라.


결국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보려 일반 비락식혜를 2캔서 가는 도중에


어제 촬영을 의뢰드렸던 사진관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길래


늦게까지 고생하시는데 방해가 되진 않을까

갈팡질팡 망설이다가 조심히 문을 두드리고

짧은 인사와 식혜를 건네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와서 메일 알림을 확인해 보니

어제 촬영했던 사진을 보내 주셨고,


천천히 작업을 부탁드렸음에도

아마 늦은 시간까지 촬영했던 사진을 정리하시느라

늦은 시간까지 계셨던 것 같아서 걱정과 함께


고객에 대한 책임감이나 사명감을 갖고 직업에 임한다는 것에 존경심을 느끼기도 했다.


촬영해 주셨던 사진들을 보면서

생각보다 직업병으로

거북목이 심하다는 것을 알았고 (?)

(사진 보정으로 거북목도 교정이 되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스스로를 본다는 게

참 재밌고, 어떤 사진에서는

순수하게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보정할 사진들을 골라서

회신을 달라고 메일이 오긴 했는데

사진이 워낙에 많다 보니 신중하게 추려보고는 있는데


이번 사진들은 구도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

아무래도 쉽지는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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