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일지 5

최대한 보다 최소한의 목표, 건강하게 거절하는 법

by 강인함

PaperPickle - 연습장


평소 퇴근 후 늦은 저녁에 받던 상담을 이번에는 조금 서둘렀다.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앞두고 오후 반차를 낸 덕분이다.


​상담실에 앉아 한 주간의 안부를 가볍게 나누고,

다가올 4월 사진전에 참여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러다 문득 요즘 나를 짓누르던 답답한 심정에 대해 털어놓았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계획대로 끝내지 못하면 강박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최대의 목표'가 아닌 '최소한의 목표'를 요일별로 세워보기로 했다.

글쓰기: 하루 한 편

사진: 주말 낮 시간 활용

악기 연습: 하루 30분

독서: 하루 10페이지


​그동안 책 한 권을 잡으면 하루 만에 완독해야 했고,

악기를 잡으면 곧장 완곡을 목표로 삼곤 했다.

당장 실행 가능한 작은 걸음보다 늘 더 높은 곳을 먼저 보았기에 스스로 압박감을 느끼며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는 '얼마나 많이' 보다 '최소한 이만큼'이라는 작은 체크포인트가 더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왜 손해 보고 사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타인을 우선해 온 나는, 연민과 친밀함 사이에서 상황과 감정을 분리하는 데 서툴렀다.


추운 날 곤경에 처한 낯선 이에게 선뜻 현금을 쥐어주고, 길을 묻는 외국인을 지나치지 못하며, 친구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면 관계가 틀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곤 했다.

때로는 그 연민을 이용당하면서도, 거절 뒤에 밀려오는 불쾌한 죄책감 때문에 마음을 앓았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거절은 그 상황을 거절하는 것이지, 그 사람과의 관계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령 그로 인해 사이가 틀어진다 해도 그것은 내 탓이 아닌 상대의 몫이며, 무조건적인 도움보다는 상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두는 것이 진정 그를 돕는 길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동안 나의 죄책감을 자극하며 의존적으로 다가왔던 사람들의 얼굴 또한 스쳐 지나간다.


매주 상담을 통해 나는 타인보다 나 자신을 더 아끼는 법을 배우고 있다.

관계의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법, 그리고 단호하지만 건강하게 거절하는 법을 알아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