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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환상을 파는 기술인가 신뢰를 쌓는 과정인가?

"마케팅이란 무엇일까요?"

by 팀포라

오래전, '누구나 월 1,000만 원'이라는 슬로건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열풍을 타고 대한민국을 강타했습니다. 당시 저는 스토어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던 중이었습니다. 마침 소위 '쉽게 돈 버는 법'을 파는 강의들이 막대한 광고비와 함께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품 1억 개를 등록하면, 하나씩만 팔려도 돈이 된다."


저 역시 해당 강의 다음 단계 후속 강의 제안을 받았으나,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마케팅 비용 한 푼 없이, 상품 하나하나의 상세 페이지를 깎고 고객 응대를 하며 바닥부터 성장해 본 제 경험상, 그 이론은 명백한 '허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위탁 판매라는 것은 유통 구조의 이해, 상품의 계절적 특성, 누적되는 후기 관리, 그리고 끊임없는 콘텐츠 발행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복잡한 노동의 집합체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모든 본질을 '자동화 프로그램'과 '강의 비용'이라는 단어로 덮어버렸습니다. 더욱 저를 실망스럽게 했던 것은 시장의 반응이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현실적인 데이터와 운영의 민낯을 공개해도, 사람들은 '쉬운 희망'을 좇았고 찬양했습니다. 그들은 복잡한 진실을 '외면'했고, 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강의만 들으면, " "프로그램만 돌리면" 나의 노력과 시간 투입 없이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그릇된 신념이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문제는 허가받지 않은 이미지 도용과 상표권 침해 등, 그 '쉬운 길'에 포함된 명백한 불법적 요소를 알려주어도 믿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쉬운 희망'이라는 달콤한 환상에 중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저는 마케팅의 냉혹한 본질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마케팅이란, 때로 '그 사람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것을. 그들은 상품을 판 것이 아니라, '노력 없이 성공하고 싶다'는 대중의 나태한 욕망에 환상이라는 상품을 포장해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마케팅은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마케팅의 전부일까요? 우리는 환상을 파는 꾼이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는 마케팅의 두 갈래 길을 마주합니다.


첫째는 '환상의 길'입니다. 고객의 무지와 조급함을 연료로 삼습니다. "쉽게", "빠르게", "자동으로" 같은 단어로 유혹하며, 고객이 보고 싶어 하는 환상만을 정교하게 다듬어 보여줍니다. 이 길은 단기적으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기반은 고객의 '무지'이기에, 고객이 똑똑해지는 순간 혹은 환상이 깨지는 순간,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립니다.


둘째는 '가치의 길'입니다. 이 길은 "쉽게 돈 버는 법" 대신 "돈을 버는 현실적인 과정"을 말합니다. '보고 싶은 것'이 아닌 '보아야 할 것'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이해'시킵니다. 당장의 달콤한 위로 대신, 쓰지만 몸에 좋은 약처럼 문제의 본질과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이 길은 느리고, 답답하며, 처음에는 외면받습니다. 환상을 파는 이들에 비해 한없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케터는 '신뢰'라는 가장 강력한 자산을 얻게 됩니다. 고객을 무지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팬'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쌓인 신뢰는 그 어떤 마케팅 기법으로도 뚫을 수 없는 강력한 해자가 됩니다.


지금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쉬운 희망'을 속삭입니다. 하지만 그 환상의 끝에 남는 것은 비싼 강의료의 영수증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기회의 상실이라는 '진짜 현실'뿐입니다. 진정한 마케팅은 고객의 무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 무지를 깨우는 것입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며 욕망에 편승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 길의 끝은 공멸입니다.

'쉽게' 얻으려 할 때, 이미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마케팅은 환상을 파는 기술이 아니라, 그 환상을 걷어내고 현실에 발 딛게 하는 '용기 있는 신뢰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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