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단 한 명'을 위해 글을 쓰는 이유
"혹시... 해킹당하셨나요?"
며칠 전, 조심스럽게 안부를 묻는 메시지 하나를 받았습니다. 최근 제 브런치에 올라온, 평소와는 사뭇 '다른' 결의 글을 보고 놀라신 분이 비단 그분 하나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제 아이디로 버젓이 올라온 낯선 제목과 건조한 문체에 당혹감이나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셨을 독자분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먼저 이 자리를 빌려 안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행히 해킹은 아닙니다. 비밀번호는 무사합니다.
그 글은 사실, 데이터를 먹고사는 마케터로서의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저의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실험'이었습니다. 어쩌면 직업병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평소 제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라며 감성과 경험을 눌러 담았다면, 그 글은 철저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브런치에 쓴 글 하나가 과연 몇 명에게 닿을 수 있을까?'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어떤 글을 더 좋아할까?' '의도적으로 키워드를 배치하고 정보 중심의 글을 썼을 때, 그 '숫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의 제 스타일과는 완전히 정반대 되는, 지극히 실용적이고 정보 중심적인 글 한 편을 발행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감성을 불어넣는 대신, 검색 엔진이 좋아할 만한 단어들을 조합하고 가독성보다는 정보의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죠. 그것은 어쩌면 브런치라는 공간에 대한 저의 작은 도전이자, 데이터에 대한 맹목적인 호기심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생각보다 노출이 잘 되지는 않는다'였습니다. 새로고침 버튼을 누를 때마다 폭발적으로 치솟는 조회 수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통계 창에 찍힌 숫자는 제 예상보다 훨씬 더 고요했습니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날카로운 마케팅 전략이나 노골적인 홍보, 혹은 건조한 정보의 나열보다는, 깊은 공감이나 따뜻한 위로, 혹은 반짝이는 인사이트를 주는 '사람 냄새' 나는 글들이 더 사랑받는 공간이니까요. (물론, 유독 제 담벼락에만 그런 글들이 자주 보이는 걸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독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정보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정보 너머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 '진심'이 담긴 문장을 찾아 헤맵니다. 저의 실험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사소한 실험을 진행하고 그 차가운 결과를 마주하는 과정에서, 저는 그 '노출 수'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숫자에 대한 미련이 스르르 사라지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단 한 명에게라도 이 글이 확실하게 닿는다'는 감각이었습니다.
비록 저의 실험적인 글은 수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그 고요한 통계 창 속에서 미미하게 빛나던 '1'이라는 숫자, 혹은 그 글을 끝까지 읽어낸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저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어떤 뜨거움을 느꼈습니다. 그 한 명은 어떤 마음으로 이 낯선 글을 클릭했을까요? 어떤 필요에 의해 이 건조한 문장들을 끝까지 읽어냈을까요? 어쩌면 그에게는 제 글이 그 순간 꼭 필요했던 단 하나의 정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마케터로서 저는 늘 수천, 수만 명에게 도달하는 콘텐츠를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의 눈에 띌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전환율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숫자로 증명되는 성과에 집착합니다. 그것이 저의 일이고, 저의 역할이니까요. 하지만 '작가'로서 키보드 앞에 앉을 때, 저는 그 숫자들의 무게에서 벗어납니다. 스크롤의 홍수 속에서, 수많은 자극적인 헤드라인 속에서, 기꺼이 시간을 내어 제 글 위에 머물러 주는 단 한 사람의 눈빛을 상상합니다.
그 단 한 사람이 제 글을 통해 작은 위로를 얻거나, 잊고 있던 어떤 감정을 떠올리거나, 혹은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하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면. 설령 통계 창의 숫자가 '1'에 머무른다 할지라도, 저의 글쓰기는 이미 충분히 성공한 것이 아닐까요.
숫자는 종종 우리를 속입니다. 더 많은 '좋아요'와 더 높은 '조회 수'가 마치 글의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척도인 것처럼 우리를 현혹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숫자가 결코 채워주지 못하는, 한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진심의 힘을 말입니다. 저의 엉뚱한 실험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실패를 통해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저는 그 단 한 명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글을 씁니다. 광활한 인터넷 바다에서 저의 작은 조약돌 같은 글을 발견하고 집어 들어줄, 바로 당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브런치에서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가' 여러분은, 오늘 어떤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