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의 나에

너무 비장하지 않게, 다만 다정하게

by 팀포라

#. 어제와 다름없는, 그러나 낯선 오늘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새로운 숫자를 마주한다. 거창한 팡파르가 울린 것도 아니고, 세상이 뒤집힐 만한 기적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어제와 똑같은 태양이 뜨고, 여전히 차가운 겨울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그런데도 마음이 일렁이는 건, '시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인력 때문일 것이다.

한 해를 보내고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는 이 경계선에서, 나는 습관처럼 지난날을 복기한다. 이루지 못한 계획들, 지키지 못한 약속들, 그리고 유난히 아팠던 밤들이 필름처럼 스쳐 간다. "더 잘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먼저 고개를 든다. 하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기로 한다. 후회로 첫 페이지를 얼룩지게 하기엔, 내 앞에 놓인 365일의 백지가 너무나 눈부시다.


#. 잘 버텼다, 나의 지난 계절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반성이 아니라 감사다. 타인에게는 밥 먹듯 건네던 "고생했어"라는 말을, 정작 나에게는 얼마나 인색하게 굴었나.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끝내 다시 일어섰던 나에게.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흘렸던 눈물과 땀방울에게. 불확실한 날들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나에게.

나는 진심을 담아 악수를 건네고 싶다. 대단한 성취가 없어도 괜찮다. 살아낸다는 것, 견뎌낸다는 것 자체가 실은 가장 위대한 투쟁이니까. 너의 지난 1년은 실패한 시간이 아니라, 더 단단한 나이테를 만들기 위한 인고의 시간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참 애썼다. 정말로 고생 많았다.


#. 새해의 다짐 : 나를 닦달하지 않기

새해라고 해서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여전히 게으르고, 때로는 겁쟁이이며, 자주 흔들릴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나를 바꾸기 위해 '새벽 기상', '독서 100권', '다이어트' 같은 빡빡한 리스트로 나를 옥죄었다. 작심삼일로 끝날 때마다 나를 미워하면서.

올해의 다짐은 조금 다르게 적어본다. '나를 몰아세우지 않기.' '넘어져도 툴툴털고 일어나 다시 걷기.' '완벽하지 않은 나를 사랑하기.'

엄청난 속도로 달리지 않아도 좋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더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계절마다 피는 꽃을 눈에 담고, 좋아하는 커피 향을 음미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여유를 잊지 않기를.


#. 너는 결국 피어날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 1월의 추위가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온다는 자연의 섭리처럼, 내 인생에도 따스한 볕이 들 날이 올 것임을 믿는다.

불안할 때마다 기억하자. 나는 생각보다 강하고,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지난 시간들이 증명하지 않는가. 숱한 비바람 속에서도 나는 부러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올해 어떤 파도가 밀려와도, 나는 유연하게 파도를 타며 나아갈 것이다.

나에게 빈다. 올해는 덜 아프고 더 많이 웃기를. 스스로를 의심하는 시간보다 믿어주는 시간이 더 길기를. 무엇보다, 나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한 해가 되기를.

"새해 복 많이 받아." 세상을 향해 외치기 전에, 거울 속의 나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다정하게 말해준다.

안녕, 나의 2026년. 잘 부탁해. 우리, 꽤 멋진 일 년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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