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를 틈 없이 새해를 맞이한 너에게 쓰는 편지
모두가 "새해 복 많이 받아"라며 축배를 들고, 새로운 다이어리에 설레는 계획을 적어 내려가는 시간. 창밖의 세상은 '새 출발'이라는 단어로 반짝이는데, 우리의 책상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12월 31일의 마침표와 1월 1일의 시작점 사이에, 우리에겐 넉넉한 여백이 없었다. 남들이 말하는 '리셋' 버튼을 누를 새도 없이, 어제 하던 일을 오늘로 이어받아 묵묵히 처리해내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새해부터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아?"라고 묻기도 하고, SNS 속 여유로운 풍경들이 부러워 문득 서글퍼질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렇다. 여전한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쌓여있는 할 일들을 마주하며 조금은 퍽퍽한 마음으로 새해 아침을 열었다. 그래서일까. 오늘만큼은 막연한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을 네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친구야. 나는 우리가 새해 첫날부터 바쁜 것이 '복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오히려 세상이 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우리가 그만큼 자신의 자리를 책임감 있게 지켜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세상이 멈춘 듯한 연휴에도 누군가는 불을 밝혀야 하고, 누군가는 길을 닦아야 하며,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해야 세상이 돌아간다. 남들이 쉴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쉼 없이 움직이는 우리의 수고로움 덕분일 것이다.
그러니 오늘 너의 분주함을 초라하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는 지금 그 누구보다 뜨겁게, 그리고 성실하게 너의 우주를 지탱하고 있는 중이니까. 새해 벽두부터 흘리는 너의 땀방울은 그 어떤 화려한 덕담보다 값지다.
다만 바라는 건 딱 하나다. 바쁜 와중에도 밥은 거르지 말 것. 일이 아무리 몰아쳐도, 잠깐 창문을 열어 차가운 겨울바람 한번 쐴 틈은 스스로에게 허락할 것. 스스로를 기계처럼 다루지 말고, 고생하는 너 자신을 가여워하고 또 기특해할 것.
우리의 새해는 조금 늦게 시작될 뿐이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찾아올 휴식은, 치열했던 만큼 더 달콤하고 깊을 것이다.
지금도 모니터 앞에서, 혹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나의 친구야. 너의 그 변함없는 성실함이 올 한 해 너를 가장 높은 곳으로 데려다줄 거라 믿는다. 우리는 결국 해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새해 복, 누구보다 찐하게 받자. 그리고 오늘은 집에 가면 제발 푹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