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5월 1일에 다시 태어나기로 했다
1. 퇴사자들의 수상한 도원결의
회사는 그만두었지만, 우리의 인연은 아직 퇴사하지 않았다. ‘전 직장 동료’라는 이름으로 묶인 우리. 보통은 "언제 밥 한번 먹자"는 기약 없는 인사로 멀어지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질척거려 보기로 했다. 새해 벽두, 누군가 단톡방에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시작이었다. "우리, 이대로 나이만 먹을 순 없잖아요? 몸이랑 머리 좀 챙깁시다."
그렇게 결성된 이름하여 <작심삼일 무한 리필 프로젝트>. 종목은 클래식하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두 가지, '다이어트'와 '독서'다. 목표일은 5월 1일. 꽃피는 봄, 우리는 서로의 앞에서 달라진 모습을 '대공개'하기로 약속했다.
2. 우리의 전략 : "뻔뻔하게 다시 시작하라"
솔직히 안다. 우리는 의지박약이다. 헬스장 기부천사였고, 사놓고 읽지 않은 책으로 탑을 쌓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3일만 지나면 열정이 식어버리는 '작심삼일'의 아이콘들.
그래서 우리는 전략을 바꿨다. "의지를 믿지 말고, 시스템을 믿자. 그리고 실패를 인정하자."
3일 만에 포기하고 싶어지면? 쿨하게 포기한다. 대신 4일째 되는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1일을 시작한다. 작심삼일을 100번 반복하면 300일이 된다. 끊어지지만 않으면 그것은 이어진 것이다. 넘어진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지 않고, 툭툭 털고 다시 운동화 끈을 묶는 것. 그것이 이번 챌린지의 핵심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감시자이자 페이스메이커가 되기로 했다. 야식의 유혹에 흔들릴 때 단톡방에 "살려줘"를 외치고, 책장이 넘어가지 않을 때 좋은 문장 하나를 공유하며 서로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갈 것이다.
3. 몸은 가볍게, 머리는 무겁게
우리가 꿈꾸는 5월 1일의 풍경은 이렇다.
겨우내 두꺼운 패딩 속에 숨겨두었던 군살을 덜어내고, 조금 더 가벼워진 몸으로 만나는 것. 단순히 체중계의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나를 돌보는 건강한 감각을 되찾는 과정이다.
그리고 스마트폰 가십 기사 대신 책 속의 지혜로 머리를 채우는 것. 대단한 지식인이 되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어제보다는 조금 더 깊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다.
몸은 가볍게, 하지만 머리와 내면은 묵직하게. 그 밸런스를 찾아가는 4개월의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4. 5월의 우리를 기대하며
지금은 비록 "오늘 점심 뭐 먹지?"를 고민하고, 책 표지만 봐도 졸음이 쏟아지는 우리지만. 하루하루 쌓이는 작은 기록들이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전 직장 동료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에게 고한다.
완벽하려고 애쓰지 말자. 오늘 못 하면 내일 두 배로 하겠다는 강박도 버리자. 그저 멈추지만 말자.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말은 틀렸다. 오늘 걷지 않았으면, 내일 다시 걸으면 된다.
우리의 5월은 분명 지금보다 푸르를 것이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야, 다시 해!"라고 외쳐줄 내 편들이 있으니까.
자, 이제 시작이다. 준비됐나, 동지들? 5월 1일, 웃으면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