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군이 잠든 밤, 나는 혼자서 '팀'이 되었다.

6주짜리 프로젝트를 하루 만에 끝낸 새벽, AI라는 증기기관 위에서

by 팀포라

새벽 3시. 도시의 소음이 모두 가라앉은 이 시간, 오직 모니터 빛만이 내 얼굴을 비춥니다.

화면 속에는 낯선 코드 덩어리들이 춤을 추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웹사이트의 레이아웃이 선명한 색채를 입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스크롤을 내려 봅니다. 완벽합니다.


본래대로라면 지금쯤 회의실 화이트보드 앞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어야 했습니다. 기획안을 들고 기획자와 씨름하고, 디자인 시안이 마케팅 포인트와 맞지 않는다며 디자이너를 설득하고, 이 기능은 구현이 어렵다는 개발자퍼블리셔의 난색 앞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했을 겁니다.

그 치열한 조율과 수정의 시간, 통상 6주. 그 긴 호흡의 여정이 필요했을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방에는 '마케터'인 나, 단 한 사람뿐입니다.


나는 오늘 밤, 기획자가 되어 구조를 짰고, 디자이너가 되어 색을 입혔으며, 개발자와 퍼블리셔가 되어 그 모든 것을 작동하게 만들었습니다. 4~5명의 전문가가 합심해야 비로소 굴러가던 거대한 톱니바퀴를, 나 혼자서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내 옆에 있는 조용한 조력자, AI와 함께 말이죠.

문득 묘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흐릅니다. 이것은 단순히 '일을 빨리 끝냈다'는 효율의 차원이 아닙니다. 나의 한계가, 나의 세계가 무너지고 확장되는 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그거, 네 실력 아니잖아. 기계가 다 해준 거잖아."

맞습니다. 나는 코드를 짤 줄 모르는 마케터이고, 포토샵 단축키보다 엑셀 함수가 더 익숙한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AI라는 남의 깃털을 꽂고 으스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조용히 묻고 싶습니다.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힘, 그 자체를 실력이라 부를 수는 없을까?"

과거에는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그 기술을 손에 익힌 '장인'이 세상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목격하고 있는 세상은 다릅니다. 머릿속에 부유하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눈앞의 현실로 끄집어내느냐. 그 '창조의 장벽'을 넘는 자가 승리하는 세상입니다.

나는 이것을 자아실현의 혁명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마케터라는 이름표에 갇혀 기술적인 문제로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상상들이, 이제는 도구를 통해 날개를 답니다.

마치 인류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처음으로 증기기관차에 올랐을 때 느꼈을 그 아찔한 속도감처럼 말입니다. 말타기 실력이 부족하다고 기차를 타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는 이제 거친 들판이 아니라 '지식 산업'이라는 레일 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위에서 증기기관이라는 압도적인 동력을 누가 더 잘 제어하느냐의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얘는 새벽에 왜 이렇게 감상적이야?"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발전 속도는 너무나 빠릅니다. 어제는 불가능했던 일이 오늘은 가능해지고, 6주가 걸리던 일이 하루 만에 끝납니다. 이 속도에 현기증이 날 법도 하지만, 나는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섭니다.


창밖이 푸르스름해집니다. 모든 직군이 하나로 합쳐진 이 밤, 나는 더 이상 마케터만이 아닙니다. 나는 무언가를 짓고, 만들고, 창조하는 사람입니다. 6주의 시간을 하루로 압축한 오늘, 나는 나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도구를 활용해 내 안의 우주를 현실로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짜 실력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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