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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면

도시형 대안교육기관, 삼각산재미난학교 학부모의 24문 24답

by B급 사피엔스


우주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4대 힘.

그중 모든 인간들이 실제로 느끼고 있고, 모두에게 예외 없이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 중력.

중력을 거슬러 본다면 어떨까?




먼저 지구를 떠나야 할 것이다.

중력이 없는 우주정거장으로 순간이동. 나는 한순간에 우주인이 됐다. 끼얏호! 중력이 없는 상태가 어떤 느낌인지,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온몸으로 느껴볼 테다. 일단 무게라는 것이 사라지니 발바닥에 가해지는 짓눌리는 느낌도 사라질 것이다. 허리에서부터 목까지 이어지는 척추 마디마디가 눌리는 감각도 사라지고, 그럼 거북목 증후군이나 허리 통증들도 같이 사라지려나? 두둥실 떠다니는 유영해 보고, 똑바로 서기 연습도.


우주에서 바로 선다는 게 맞는 개념이려나?

중력도 없고, 무한한 공간인 우주에서는 위아래가 정해져 있진 않을 것 같은데, 실제로 경험해 보면 그거 참 정말 신기할 것 같다. 아래가 없고, 바닥의 개념도 없으면 그냥 있는 자리에서 몸만 쭉 뻗으면 바로 그곳이 곧 눕는 곳이 되고, 그대로 잠들면 그만일 것 같은데? 상상해 보니 꼭 체험해 보고 싶다.


음식을 먹을 때도 음식을 삼키는 순간과 식도를 타고 음식이 내려갈 때, 온몸의 감각들을 초 집중해서

지구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느껴볼 것이다. 몸 안은 꽉 차있어서 큰 차이가 없을지도.




화장실 경험도 필수다.

먹고, 자고, 싸는, 인간의 기본적 생존 행위는 꼭 몸소 체험해본다. 지구에서는 자연스럽게 생활했던 지극히 당연한 생리현상들이 모두 처음 경험한 것처럼 생경하게 느껴질 것이다.


몸 밖으로 큰 것과 작은 것이 빠져나올 때 지구와는 어떻게 다를까?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 몸 밖으로 나온 배설물들이 나오자마자 그 즉시 지구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지?


아니면 몸 안에서 몸 밖으로 배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일종의 추진력(?) 또는 가속력(?)에 의해 아주 짧은 순간은 지구와 비슷하게 재현되다가 두둥실 떠다니며 흩어지게 될 것인지. 꼭 확인해 보겠다(좀 이상한가?).




지구 관찰도 빼놓을 수 없다. 진짜 지구가 둥근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유리 가가린이 외쳤던


“지구는 푸르다"


과연 얼마나 푸르게 보이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인증샷도 필수.

또 지구에서 바라보는 태양과 우주에서 바라보는 태양은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오존층이 없는 태양빛은 어떻게 느껴지는지. 혹시 필터되지 않은 자외선 때문에 태양빛을 직접 바라보면 안 될지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칼 세이건이 말했던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는 ‘창백한 푸른 점’ 사진처럼 먼 거리는 아니지만,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는 얼마나 작게 보이는지, 그 작은 지구에서 끊임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생각하며, 관조적인 태도로 지구를 응시할 것이다. 찰리 채플린의 이 말을 떠 올리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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