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소비 중 가장 만족한 것은?
나는 생일이 4개였다. 양력과 음력, 신분증 생일과 실제 생일. 이런 연유로 실제 생일을 기억하는 지인들은 거의 없었고, 드문드문 아무런 날도 아닌데, 영문모를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어떤 날은 깜짝 준비한 생일 파티에서 분위기를 깰 수 없어, 생일인 척 연기를 했던 적도 있었다. 근 반백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불편함을 제거하려, 작년부터 헷갈리던 생일을 통폐합했다. 실제 생일을 신분증 생일로 음력은 양력으로! 이런 깔끔한 정리로 내 생일은 2달 정도가 빨라졌다. 어차피 일 년에 한 번 태어난 날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게 중요하지, 그 날짜가 언제든 어떠하리.
2회째 맞이하는 신규(?) 생일은 아직도 낯설다. 날짜가 근처에 임박했어도 가족이 먼저 말해주지 않으면, 생일이란 자각이 없다. 신규 생일날 무엇을 먹으려 어디를 갈까 와이프가 제안했다. 내 생일날 가족끼리 좋은(비싼) 곳을 가보지 못한 게 마음이 쓰였는지 의외로, 갑자기 웬 비싼 곳을 제안했다(내 생일날만 유독 우리 세 식구가 좋은 곳을 안 갔을 뿐, 평소 처가 식구랑 좋은 곳을 자주 가는 편이다. 참고로 엥겔지수도 높은 편).
흐음. 나름 비용 효용성을 따지며, ‘이 돈이면..??’ 계산하기를 시작. 아이는 회는 좋아하지만 해산물을 싫어하고, 와이프는 해산물은 좋아하지만 회를 싫어하고(기구한 가족의 입맛), 아무리 내 생일이라지만 1인당 100달러를 내고 가기엔 가성비가 너무 안 나온다. 그렇게 만족할 만한 아이템을 물색하던 중 모두가 만족할 만한 아이템이 있었으니, 바로 햄버거였다! 와이프는 생일날 무슨 버거킹이냐고 힐난에 눈빛을, 아이 역시 그래도 생일인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며 엄마와 공조했다.
“왜? 재밌잖아. 그리고 토핑 왕창 추가해서 내건 2만 원짜리 만들어 먹을 건데? 단품으로!”
그러면서 햄버거 왕인 버거킹을 생일에 먹는 게, 의미도 얼마나 좋냐며 혼자 히죽히죽 웃었다. 아이도 내심 생파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사이드 메뉴도 맘껏 시켜 먹자던 말이 기대감을 한층 높였나 보다. 역시 아이들에게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가 최고다. 싱글벙글 웃으며, 키오스크에 서서 아이가 먼저 주문했다.
“맘대로 추가해도 돼?”
한 번 더 엄빠를 번갈아보며 물었고, 고개를 끄덕이자, 빛의 속도로 모든 토핑 추가. 다음은 내 차례다. 나는 아이와 격이 다르게 모든 토핑을 두!번!씩! 추가했다. 그래도 2만 원을 못 넘기자 베이컨을 하나 더 추가해, 19,800원짜리 거대 버거킹 단품 햄버거를 완성했다. 와이프도 메뉴를 고르고, 콘 샐러드, 너겟, 어니언링, 치킨, 새우튀김까지 거침없이 골라 담았다.
이윽고 주문한 음식이 2개의 트레이에 나눠 담기고, 거대한 두께의 햄버거를 한입 왕창 베어 물며, 아이는 아주 신나는 미소를 지었다. 내 햄버거는 더 했다. 아주 웅장했다. 내 큰 입으로도 한입에 다 베어 물기 힘든 두께였으니!(초코파이 하나를 통째로 입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난 입이 큰 편이다)
'아~ 햄버거에서 고기 맛이 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 패티가 3장이 들어간 육즙이 느껴지는 햄버거의 이 맛! 치즈도 3장 들어간 꾸덕꾸덕한 풍미의 이 맛! 베이컨은 4장 들어간 환상적인 짭조름한 이 맛! 부른 배를 움켜쥐고 사이드 메뉴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버거킹 3인 식사 비용으로 7만 5백 원이 나왔다. 이른바 버거킹 생파 플렉스! 아낌없이 만족한 신규 2회째 생파였다.
Ps: #내돈내산 #버거킹ppI아님 (근데 이 정도면 버거킹에서 쿠폰 좀 안 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