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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갈등의 시대, 관광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Ⅰ. 들어가며

by 정란수

우리는 지금 극명한 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살아간다. 에릭 홉스봄이 『극단의 시대』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현대 사회는 이념적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극단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특히 최근 대한민국의 탄핵 정국은 사회 전반을 '찬성'과 '반대'라는 두 진영으로 나누며 국민 간 소통의 단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혼란과 갈등의 시대에 우리는 관광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2022030101000131000005842.jpg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홉스봄 (이미지 출처: 경향신문)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리영희 교수의 명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문장이 함의하는 바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이다. 좌우 어느 날개가 더 중요하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관광 역시 마찬가지다. 관광은 진보적일 수도 있고 보수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관광은 본질적으로 양면성을 지닌 활동이다. 경제적 이익과 문화적 보존, 관광객의 만족과 지역민의 삶의 질, 개발과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영역이다.


2317280853461644.jpg 고 리영희 교수의 살아생전 모습 (출처: 한겨레)


현재 우리가 직면한 관광의 현실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회복된 관광 수요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환경과 경제 문제, 서울 북촌한옥마을과 같은 관광지에서의 주민-관광객 갈등, 그리고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갑자기 유명해진 소규모 마을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관광이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또한 관광은 현대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반영하기도 한다. '여행의 자유'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으며, 경제적 여건에 따라 관광 경험의 질과 기회가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광 기본권'이라는 개념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는 관광이 사회 정의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관광은 오랜 시간 동안 두 얼굴의 양면적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때로는 경제적 번영의 수단으로 환영받지만, 때로는 지역사회의 일상을 파괴하는 침입자로 배척받는다. 관광의 이런 양면성은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혼란과 갈등의 시대에 관광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첫째, 관광은 '극단'이 아닌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보존만을 강조하는 일방적 접근이 아닌, 발전과 보존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관광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관광은 '분리'가 아닌 '통합'의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관광객과 지역주민, 도시와 농촌, 중앙과 지방 사이의 격차와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포용하는 참여적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관광은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지역별 특색과 정체성을 살린 관광 콘텐츠 개발, 다양한 관광 형태와 스타일의 공존,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관광 문화 조성이 중요하다. 이는 관광이 문화적 획일화의 도구가 아닌,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어쩌면 다양성과 개방성은 관광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차별성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다.


넷째, 관광은 '소비'를 넘어 '생산'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한다. 관광객이 단순히 장소와 경험을 소비하는 주체가 아닌, 지역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참여자로 역할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정여행, 자원봉사 관광, 창의관광 등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의 등장을 통해 이미 나타나고 있는 변화다.


마지막으로, 관광은 '현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구감소,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 거시적 변화에 대응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 대응을 넘어, 관광이 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사회적 합의와 방향성이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관광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탄핵 정국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들은 관광 분야에도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관광은 단순한 산업 영역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공공선을 실현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본 연재는 먼저 관광이 본래 진보적인지, 혹은 보수적인지 본질적 물음으로 시작한다. 관광의 쟁점을 명확하게 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짚어볼 것이다.


다음으로 관광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분석한다. 관광객 중심의 시각과 주민 중심의 시각, 자원의 개발과 보존 사이의 갈등, 정량적 성과와 정성적 성과의 평가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더불어 인바운드 관광 위주의 정책이 옳은지, 아웃바운드를 포함한 정책이 필요한지 질문한다. 또한 수동적 소비자인 '관광객'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관광자'로의 변화를 조명한다.


미래의 관광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도 담을 것이다. 관광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인재 육성,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의 변화 대응, 전통적 관광산업과 융복합 관광산업의 미래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특히 정책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Top-down) 방식과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형성되는(Bottom-up) 방식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며, AI 기술의 발전 속에서 관광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키는 대안도 함께 모색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광을 통해 사회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관광이 인구 감소 시대에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과 '관광 기본권'이라는 새로운 권리 개념을 탐구하며, 정책적으로 변화해야 할 부분과 관광을 통해 지역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고민한다. 나아가 대한민국 관광이 앞으로 10년 동안 고려해야 할 방향까지도 제시할 계획이다.


관광은 갈등을 반영하는 사회적 거울이자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이다. 혼란과 갈등의 시대를 넘어 관광의 새로운 길을 함께 찾고자 한다. 좌우의 날개로 균형을 잡아야 비로소 날 수 있는 새처럼, 우리 관광도 이제 균형 잡힌 미래로 나아갈 때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는 관광이 직면한 다양한 쟁점과 도전을 살펴보고, 좌우 양 날개의 균형을 통해 비상하는 새처럼, 관광이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성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한다. 극단과 대립이 아닌, 균형과 조화를 통해 관광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는 여정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관광의 본질, 쟁점과 대안은 매주 목요일에 연재하도록 합니다. 본 연재글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달아주세요~ 환영합니다.
관광의 본질적 접근도 좋지만, 관광개발이나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관광사업을 어떻게 진단하고 분석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관광사업 진단체계모델 이야기도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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