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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자원, 개발이 우선인가? 보존이 우선인가?

Ⅱ. 관광에 대한 다양한 시선

by 정란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질문이다. 아름다운 해변가에 들어선 대형 리조트를 보며 "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반대로 접근이 어려운 비경을 발견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설이 갖춰져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기도 한다. 관광자원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이 오래된 딜레마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이번 글에서는 관광자원의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가지 접근법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실제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균형점을 찾은 지역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단순히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이분법적 선택이 아닌,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현실적인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보자.


개발 중심 접근의 장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경제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다


관광 개발은 지역 경제의 강력한 엔진이 된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호텔, 레스토랑, 상점, 투어 회사 등 다양한 사업체가 생겨나고, 이는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1992년 올림픽을 계기로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을 단행한 바르셀로나는 몰락해가던 산업도시에서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했다. 항구 지역이었던 바르셀로네타는 한때 위험하고 쇠락한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매력적인 해변과 활기찬 레스토랑들로 가득한 인기 명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 전체 GDP의 약 15%를 관광 수입이 차지하게 만들었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바르셀로나 관광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산업은 도시 전체 일자리의 약 14%를 차지하며, 지역 내 수많은 가구에 안정적인 소득원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연구에서도 관광 개발이 지역사회에 가져오는 경제적 혜택은 명확하게 나타난다. (물론 이러한 관광객 급증으로 인해 잘 알다시피 바르셀로나는 오버투어리즘의 가장 큰 폐해를 겪고 있기도 하다)


인프라 개선: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관광지 개발은 도로, 대중교통, 상하수도, 통신망, 의료시설 등 기반 시설의 대폭적인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태국 푸켓의 변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낙후된 어촌이었던 푸켓은 관광 개발 이후 국제 수준의 병원, 학교, 쇼핑센터가 들어서고 도로망이 확충되었다. 푸켓 국제공항의 확장은 섬 전체의 접근성을 높였고, 현대적인 쓰레기 처리 시스템 도입은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했다.


태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관광 개발 이후 푸켓의 의료 시설은 2000년 이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국제 수준의 병원들이 섬 곳곳에 들어섰다. 이는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킨 사례다.


접근성 확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다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유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히 편의시설을 넘어, 교육과 영감의 기회를 확대하는 의미를 갖는다.


코스타리카의 몬테베르데 구름숲은 접근성을 높이는 인프라 개발을 통해 생태관광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안전한 트레일과 현수교, 생태 교육 센터 등의 시설은 방문객들에게 열대우림의 경이로움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곳을 방문한 많은 이들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국으로 돌아가 환경 운동에 동참하게 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코스타리카 관광청의 연구에 따르면, 몬테베르데 구름숲을 방문한 관광객의 87%가 환경 보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응답했으며, 약 40%는 귀국 후 환경 보호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접근성 있는 생태관광의 교육적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보존 중심 접근의 장점: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한 선택"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호: 한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다


자연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다. 보존 중심 접근은 이러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


뉴질랜드의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은 엄격한 환경 보호 정책으로 유명하다. 밀포드 사운드와 같은 핵심 지역은 하루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특정 지역은 가이드 동반 없이 입장할 수 없도록 관리한다. 선박은 엄격한 환경 규제를 준수해야 하며, 소음 공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도 시행 중이다.


뉴질랜드 보존부(Department of Conserv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피오르드랜드의 엄격한 방문객 관리 정책은 해양 포유류 개체수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밀포드 사운드의 병코돌고래 개체군은 지난 20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이는 관광 활동과 자연 보존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적 정체성 유지: 획일화에 저항하다


전 세계 관광지가 비슷한 모습으로 개발되면서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이 사라지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보존 중심 접근은 이러한 문화적 획일화에 저항하고 지역의 고유성을 지키는 데 기여한다.


일본 교토는 도시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 높이 제한, 전통 건축 양식 유지, 간판 규제 등 엄격한 정책을 시행한다. 기온 지구의 전통 마치야(상가 주택) 보존 프로그램은 현대적 편의시설을 갖추면서도 전통 건축 양식을 유지하도록 지원한다. 이로 인해 교토는 "진정한 일본"을 경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한다.


KakaoTalk_20200124_181247853_03.jpg 교토는 일본의 과거를 보여주는 진정성을 보여주며 가장 방문하고 싶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일본 관광청의 조사에 따르면, 교토의 전통 상점과 공방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전통 양식을 보존한 기온 지역의 상점들은 현대적 매장보다 평균 1.8배 높은 관광객 방문율을 기록했다. 이는 문화적 정체성 보존이 관광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장기적 지속가능성: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생각하다


보존 중심 접근은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이는 관광 자원이 미래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한 선택이다.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관광 규제를 시행하는 지역 중 하나다. 모든 방문객은 가이드와 함께 정해진 경로만 따라 움직여야 하고, 섬 간 이동 시 신발 소독과 같은 생물안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숙박시설과 선박은 엄격한 환경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방문객 수도 제한된다.


2018년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이 실시한 방문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엄격한 환경 규제에도 불구하고 방문 경험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78%는 이러한 보존 노력이 오히려 방문 가치를 높인다고 평가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분석에서도 갈라파고스는 관광과 보존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이룬 모델 케이스로 소개되고 있다.


균형을 찾은 성공 사례: "개발과 보존, 공존의 가능성"


부탄의 '고가치, 저영향' 관광 정책: 품질로 승부하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은 독특한 관광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든 관광객은 하루 최소 $250(성수기 $350)의 '지속가능 개발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 금액에는 숙박, 식사, 교통, 가이드 비용과 함께 교육, 의료, 환경보전 등에 쓰이는 $85의 정부 기금이 포함된다.


이 정책은 단순히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관광의 질적 측면을 강조한다. 부탄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적지만, 체류 기간이 길고 소비 수준이 높아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다. 동시에 자연환경과 문화적 정체성은 잘 보존되고 있다.


부탄 왕립관광청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고가치, 저영향' 관광 정책을 통해 2019년 기준 약 31만 명의 국제 관광객이 방문했으며, 이들이 지불한 지속가능 개발비는 약 8,8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수익은 무료 의료와 교육, 환경 보존에 투자되었으며, 관광 개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서도 부탄의 관광 정책은 관광 개발과 국민 행복, 환경 보존 사이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페루 마추픽추의 방문객 관리 시스템: 보존과 접근성 사이의 균형


세계적 유적인 마추픽추는 과잉관광으로 인한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었다. 이에 페루 정부는 2017년부터 예약제와 시간제 입장을 도입하고, 하루 방문객 수를 제한(코로나 이전 기준 약 2,500명)했다. 또한 전문 가이드 동반 의무화, 지정된 경로만 이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시행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제한이 오히려 방문객 경험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혼잡함이 줄어들면서 유적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고, 사진 촬영도 용이해졌다. 또한 지역 커뮤니티가 관광 수익의 일부를 받아 보존 활동과 지역 발전에 참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페루 문화부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방문객 제한 정책 시행 이후 마추픽추의 방문객 만족도는 이전 대비 37% 상승했다. 또한 유적의 물리적 손상률은 연간 약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의 지속가능 관광 연구팀은 마추픽추의 사례를 통해 "적절한 방문객 관리는 문화재 보존과 관광객 경험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보고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관광 관리: 과잉관광에 대한 현명한 대응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해진 두브로브니크는 과잉관광의 대표적 사례였다. 인구 4만 명의 작은 도시에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크루즈 선박이 한꺼번에 도착하는 날에는 좁은 구시가지가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이에 두브로브니크 시는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구시가지 입장객 수를 한 번에 4,000명으로 제한하고, 실시간 인원 카운팅 앱을 개발해 혼잡도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또한 하루에 입항할 수 있는 크루즈 선박 수를 제한하고, 선박 도착 시간을 분산시켰다.


더 중요한 것은 관광의 시간적, 공간적 다양화 전략이다. 비수기 행사와 축제를 개발하고, 구시가지 외곽의 새로운 관광 명소를 개발해 관광객 분산을 유도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요리 체험, 지역 와이너리 투어 등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도 적극 개발했다.


크로아티아 관광연구소의 2019년 분석에 따르면, 두브로브니크의 관광객 관리 정책 도입 이후 관광객 1인당 평균 소비액은 21% 증가했으며, 지역 주민의 관광에 대한 만족도도 15% 상승했다. 시 정부의 공식 발표에서는 "지속가능한 관광 전략이 경제적 이익과 주민 삶의 질 향상,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균형적 접근: "모두가 이기는 방법"


지역사회 참여와 이익 공유: 주인공은 현지인이다


관광 개발과 보존 모두에서 지역사회의 참여는 성공의 핵심 요소다. 지역주민이 소외된 관광 개발은 결국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케냐의 마사이 마라 자연보호구역에서는 지역 마사이족이 관광 운영에 직접 참여한다. 보호구역 내 에코 롯지의 상당수가 지역사회 소유이며, 마사이족은 가이드, 직원으로 일하거나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관광 수익의 일부는 학교, 의료시설, 우물 건설 등 지역 발전에 투자된다.


케냐 야생동물보호청(KWS)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마사이 마라 지역의 지역사회 기반 관광 프로젝트는 사자와 코끼리 같은 멸종위기 동물의 불법 사냥을 78%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아프리카야생동물재단은 이 지역의 관광 수익 중 약 35%가 지역사회로 직접 환원되며, 이를 통해 65개 이상의 학교와 의료시설이 건립되었다고 보고했다. 세계은행의 연구에서도 지역사회 주도형 생태관광 모델이 보존과 발전의 균형을 이루는 효과적인 방식임을 확인했다.


케냐는 많은 관광자원이 이렇게 지역 발전에 투자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케냐의 기린센터는 케냐 아이들의 교육에 의하여 입장료가 쓰이고 있으며, 바로 옆에 있는 데이비드 쉘드릭 코끼리 고아원은 이곳의 방문을 통해 코끼리들의 양부모 제도를 통해 기부를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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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기린센터에 방문한 필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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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센터 옆에 위치한 데이비드 쉘드릭 코끼리 고아원


교육과 인식 제고: 책임 있는 관광객, 책임 있는 지역민 키우기


지속가능한 관광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관광객과 지역주민 모두에게 보존의 중요성과 책임 있는 관광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스타리카는 전국적인 환경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관광객들에게도 책임 있는 관광 행동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실시한다. '팔로 베르데 서약'은 방문객들이 자연을 존중하고 지역 문화를 이해하며 지역 경제를 지원할 것을 약속하는 자발적 서약이다.


노르웨이의 '트롤퉁가(Trolltunga) 안전 프로젝트'는 인기 하이킹 코스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안전 정보와 함께 환경 보호 지침을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는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끈 후 급증한 방문객으로 인한 안전 사고와 환경 훼손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노르웨이 관광청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트롤퉁가 안전 프로젝트 시행 이후 해당 지역의 환경 훼손과 안전사고가 각각 65%와 73% 감소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지속가능 관광 연구에서는 "노르웨이의 교육 중심 접근법은 규제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프로젝트 참여 관광객의 89%가 교육 자료를 통해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기술과 혁신의 활용: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첨단 기술은 개발과 보존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물리적 개발 없이도 접근성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산호초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리프 VR 경험'은 노약자나 장애인도 산호초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게 하며, 실제 방문객 수를 조절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스마트 센서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방문객 관리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혼잡도를 파악하고 관광객 흐름을 최적화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혼잡한 시간대와 장소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다.


암스테르담 시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비지터' 앱 도입 이후 주요 관광지의 방문객 집중도가 평균 32% 분산되었으며, 덜 알려진 지역으로의 관광객 유입이 41% 증가했다. 유럽연합의 스마트 관광 이니셔티브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물리적 제한 없이도 관광객 흐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과잉관광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험적이고 기념비적인 개발: 항구적이지 않은 팝업 형태의 관광자원


개발이라는 것이 꼭 영구적인 개발을 통해 기존 자원을 파괴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코하마에서 진행되었던 요코하마 건담팩토리는 팝업 형태로의 한시적 운영이 주는 상징성이 있으면서 새로운 관광자원을 창출한 형태라 하겠다.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항구 도시인 요코하마에서 미나토미라이(みなとみらい), 야마시타 공원, 차이나타운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야마시타 부두에 건담 팩토리가 조성되었다가 2025년 철거되었다. 프로젝트 기획 및 시공에는 반다이남코(Bandai Namco), 선라이즈(Sunrise) 등 건담 IP 관련 기업과 로보틱스·엔지니어링 전문 회사가 대거 참여하여 그 전문성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주요 시설로는 건담 독, 건담 랩, 굿즈 스토어 및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건담-독(GUNDAM-DOCK): 실제 건담 로봇이 수리·정비되는 작업장 콘셉트의 관람 공간. 승강기 등을 이용해 건담의 얼굴과 상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담-독 탑승 투어’ 운영.

건담-랩(GUNDAM-LAB): 건담의 움직임 메커니즘, 로봇 공학, 애니메이션·IP 관련 전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과학·기술·문화 융합 공간.

굿즈 스토어 & 카페: 건담 관련 상품(피규어, 의류,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테마 카페에서 특별 메뉴 제공.


요코하마 건담팩토리는 대규모 부지에 지어진 초고가 시설은 아니지만, 글로벌 인기 IP + 로보틱 기술 + 관광 도시 입지가 맞물려 폭발적인 화제성을 일으킨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사례는 미래형 복합문화공간 조성 시, “IP와 첨단기술을 결합해 관광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221117_112607.jpg 요코하마의 건담 팩토리.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다.
필자가 촬영한 건담 팩토리의 움직이는 건담의 모습



결론: 상황에 맞는 균형점 찾기


관광자원의 개발과 보존 사이의 이분법적 선택보다, 각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요구에 맞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지속가능 관광은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과 장기적인 환경·문화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과잉관광으로 몸살을 앓는 베네치아는 2023년부터 일일 방문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크루즈 선 관광객에 의해 생활 터전이 위협받는 지역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반면 관광 개발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의 외딴 지역들은 더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와 규제 완화가 필요할 수 있다.


여행자인 우리도 이러한 균형에 기여할 수 있다. 혼잡한 인기 명소만 쫓아다니기보다 덜 알려진 곳을 방문하거나, 비수기 여행을 선택하는 것.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소비를 하고, 현지 문화와 환경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 이 모든 작은 선택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관광의 미래를 만든다.


지역사회의 활발한 참여,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 혁신적인 관리 전략, 그리고 관광객과 지역주민 모두의 인식 제고가 균형 잡힌 관광 발전의 핵심 요소다. 결국, 개발과 보존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함께 고려해야 할 상호보완적 가치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여행지들이 다음 세대에도 그 아름다움과 의미를 간직하길 바란다면,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볼 때다. 관광의 진정한 가치는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에 있으니까.


관광의 본질, 쟁점과 대안은 매주 목요일에 연재하도록 합니다. 본 연재글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달아주세요~ 환영합니다.
관광의 본질적 접근도 좋지만, 관광개발이나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관광사업을 어떻게 진단하고 분석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관광사업 진단체계모델 이야기도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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