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란수 Feb 13. 2016

여행자의 입장에서 관광을 보다

여행자의 눈으로 본 멋진 관광개발과 콘텐츠 이야기

내 일에 대한 이야기


다른 연재글인 "여행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기", "관광 사업 구상 방법" 등에도 밝혔지만, 내가 먹고 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국내 정부, 지자체, 공사, 민간 등에서 추진하는 관광사업에 대해 공급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즉, 공급자가 추진하는 관광사업에 대해 개발방향을 설정하고, 프로그램을 구상하며, 이를 통해 관광수요와 사업타당성분석을 하는 일들이다. 조금 규모가 크게는 한 지역의 관광지나 관광단지, 특구지역 등이 될 수 있으며, 조금 규모를 축소해서 본다면 리조트, 테마파크, 골프장 및 스키장, 자연휴양림 등의 사업 단위로 한정하기도 하며, 더욱 작게는 단일 시설, 상가 및 테마시설, 호텔, 콘도미니엄 등 숙박업을 검토하기도 한다. 


보통은 밤낮 없이 컴퓨터와 시름하는 일이다


두 번째로 먹고 사는 일은 여행에 대한 것이다.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야, 내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지만 이 여행을 갔다와서 그 부분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여행을 잘 다녀오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해주는 일이다. 여행에 대한 수요자 측면에서 여행과 관광을 접근한다고나 할까? 대부분은 민간사업체나 지자체 공무원 및 금융권 등 연수시설, 학교 등에서 강연을 주로 하고 있다. 


놀고 먹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으니, 참 만족스러운 직업임에는 분명하다


두 가지의 주로 사는 방법은 하나는 공급자적인 측면에서, 또 하나는 수요자적인 측면에서의 여행과 관광을 바라본다는 점이 내게는 참 매력적이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을 때의 공급자 측면에서의 관광계획은 아주 논리정연하고, 시설계획 측면에서 합리적인 것들이 많았으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가슴"이 없는 계획이 많았다. 진짜 여행자가 좋아할만한 그러한 계획이라기 보다는 잘 맞추어져서 구색을 갖춘 계획이랄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데, 여행자의 입장에서 여행을 다녀오면 진짜 필요한 관광사업이 무엇인지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숫자로서만 표현할 수 없는 진짜 여행이라는 것? 그것이 필요했다. 여행자로서의 특징은 바로 일로만 생각했을 때 느낄 수 없었던 진짜 관광사업이 눈에 들어와서 좋았다.



여행으로 벤치마킹하라


만약, 국내에서 관광사업 등을 개발,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강조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것!


내 돈 주고, 내가 직접 보고 느껴라


이 무슨 이야기인가? 내 돈을 주고, 느끼라니?


말이야! 방구야!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반드시 검토하는 일 중 하나는 국내외 유사한 시설의 개발사례를 검토하는 것이다. 흔히 사례검토 또는 벤치마킹이라고 부르는 이 일은 때로는 직접 현장에 가서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외국 사례의 경우에는 해외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해외조사. 물론 필요하다. 당연히 잘 조사하고 체계적으로 관찰하며, 적용 가능성에 대해 인터뷰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현지조사지역은 이미 정답을 정해놓고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시설과 유사한 시설들이 개발되어 있고, 성공적인 곳! 이러한 곳을 인터뷰한들 답은 정해져있다. 유사하게 개발해서 추진하자고 하는!


마치 답정너와 같은 벤치마킹이랄까?


그런데, 여행자가 최근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직접 가서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를 체험하기는 여간 쉽지 않다. 어차피 벤치마킹이라는 것이 인터뷰 일자 잡고 현지 관리자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제한된 부분만을 보고 체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진짜 여행자로서 느끼고 이러한 감동이 우리 사업에도 전개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다. 


그래서, 인터뷰나 무엇인가를 직접 가서 조사하고 관찰하기 전에, 여행자로서 그 시설을 느끼는 것이 더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이 허락이 많이 허락되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내 돈을 주고, 여행자로서 그곳에 가서 한 번 느껴볼 때, 또다른 감동과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것들


여행자로서의 다양한 참여는 의외로 공급자 입장에서 인터뷰하고 조사한 것보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좋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우연히 찾아간 식당이나 숙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여행자의 입장에서 지역을 돌아다니다보면 지역의 관광정책이 이렇게 바뀌면 어떠할까라는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연재에 이어질 내용들 중 일부이다)


베를린의 최근 떠오르는 25 아워스 비키니 베를린 호텔에 머무를 때이다. 호텔의 생김새나 구조,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마 호텔 전문가들이 더 잘 알 것이고, 그 부분은 추후에 논의하기로 하자. 내게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호텔의 위치와 연결된 컨셉이었다. 베를린 동물원에 인접한 이 호텔은 우리에게 그다지 동물원이라고 하는 매력없는 어트랙션을 이용하여 최고의 호텔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동물원이 조망되는 비키니 베를린


동물원은 호불호가 갈리는 아이템임은 분명하다. 누군가가 여행을 가서 동물원에 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동물원은 생각해보건대 쾌적한 경관이 특징이다. 나무와 숲으로 우거진 지역에 동물들이 있다. 당연히 조망이 트인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서울숲 주변의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았던 것처럼, 조망이 훌륭한 지역의 호텔은 그만큼 가치가 있으리라. 객실뿐 아니라 맨 위의 레스토랑과 바에서도 동물원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은 언제나 인기이다


몽키바의 동물원 조망 위치의 테이블과 좌석들


호텔은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에 가까이 있다. 그만큼 원숭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데, 이에 착안하여 맨 윗층의 바 이름은 몽키바(Monkey Bar)였다. 동물원 옆의 호텔이라는 강점을 극대화시킨 사례이다. 자칫 동물원이라고 하는 곳은 냄새나는 곳. 재미없는 곳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호텔이었다. 이러한 생각으로라면, 서울대공원 옆의 호텔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베를린 한 복판이라는 점이 비키니 베를린의 가장 큰 장점이겠으나!


비키니 베를린 호텔 옆 쇼핑센터에도 동물원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이다. 짤츠부르크에서 할슈타트로 차를 렌트하여 넘어가려는 일정 중 생각보다는 그 구간이 짧은 것을 발견했다. 주변에 어디에 가볼 곳이 있을까를 떠올리던 도중 비엔나 근처에 멜크 수도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멜크수도원을 들어본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학작품 중 "장미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이탈리아의 거장 "움베르토 에코"의 대표적인 소설이다. 바로 그 "장미의 이름"에서 나오는 수도원의 모티브가 된 장소라고 한다.


멜크 수도원은 아주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으나, 일본인 등 단체관광객이 꽤 많이 찾는 곳이었다. 특히, 수도원은 그 자체로 매우 멋진 풍모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역시 "장미의 이름" 모티브에서 비롯된 것처럼 수도원 내 도서관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멜크 수도원 입구에서 찍은 모습
수도원 내 도서관


감동적인 수도원 관람을 뒤로 하고 역시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으러 하는데, 우연찮게 주차장 방향이 아닌 멜크 수도원 밑으로 빠지는 길을 보게 되었다. 어디가 나오나 하는 생각에 밑으로 내려갔는데, 멜크 마을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수도원을 배경으로 아름답고 소소하게 펼쳐져 있는 마을의 모습에 감탄하고, 그 풍경이 멋져서 그곳에서 점심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멜크 마을 경관 - 마치 테마파크와 같은 느낌이다
윗쪽으로는 수도원이 펼쳐져 있다


무엇인가 관광과 관련한 개발을 할 때, 마을과 연결하여 지역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을 때, 이와 같은 연계 개발형태는 참으로 좋아보였다. 대표적인 관광거리를 보고, 바로 연결하여 마을로 이어지고, 그 마을에서 식음이나 쇼핑을 해결할 수 있다면, 관광지의 개발이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라오스의 시눅커피리조트를 들 수 있다. 다른 글에서도 몇 번 소개한 이 곳은 라오스 커피 2위인 시눅이 만든 커피농장안의 리조트이다. 


시눅커피리조트의 경관
이렇게 커피 나무를 볼 수 있다


시눅커피리조트는 농업을 중심으로 한 관광 목적지이다. 여기에는 커피농장과 함께 로스팅된 커피를 생산하는 제조판매장, 세척장 등 커피생산과 관련된 시설이 있으며, 이외에 관광객들이 머무르는 유럽식 정원과 빌라 리조트 10동이 함께 개발되어 있다. 또한, 관광객들이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 및 기념품 판매점이 개발되어 있다. 


커피생산 관련 시설 중 하나인 커피농장에는 커피의 씨앗부터 묘목이 자라는 과정을 볼 수 있고, 커피나무를 연차에 따라 공간을 분류하여 심어놓았다. 대부분은 아라비카 종의 커피나무가 중심이 되어 있으며, 차양막의 역할을 위해 곳곳에 바나나 나무가 함께 심어져 있다. 커피농장 옆으로는 세척과 피킹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함께 개발되어 있다. 


시눅은 아무리 농장을 보여주는 커피리조트라 하더라도 관광객 입장에서 휴식과 휴양을 하는데 커피농장이 좋은 경관성이나 심미감을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판단을 하였다. 즉, 서비스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커피리조트는 커피산업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커피가 갖는 관광객들의 이미지, 즉 기능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휴식과 휴양을 즐기는 공간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프랑스 유학시절과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던 시절, 시눅이 관심있게 지켜보았던 유럽식 조경정원과 커피 레스토랑을 중앙부에 배치하고, 휴식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 독채형 빌라 리조트의 컨셉을 통해 관광산업으로 개발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소재를 그저 그 소재로서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그 소재가 갖는 트렌드와 취향을 리조트로 접목시킨 사례로 의미가 있었다. 


숙소 자체로도 고풍스러운 멋이 있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관광을 바라보자!


물론, 모든 여행이 이렇게 성공적인(?) 사례 발굴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사례를 찾으려 했다면, 그 자체가 여행자 입장이 안 되었을 것이다. 발걸음이 머무르는대로 그렇게 떠나서 바라본 관광시설과 콘텐츠이다 보니, 사실 어떠한 사례 정리 툴이나 양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목요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행과 관광이라는 것이 꼭 그렇게 분석적이어야 하나. 여행자의 입장에서 느껴보자. 여행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진짜 멋지고 감동적인 관광시설과 콘텐츠가 개발될지 또 누가 알겠나?


내가 관광사업 기획 분야의 업무를 한다고 하면, 다른 분야 사람들은 꼭 물어보는 것이 있다. 


그러면, 그렇게 개발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나요?


쓰댕. 성공했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매우 부끄럽지만 성공한 시설과 콘텐츠? 거의 없다. 아니, 더 단적으로 국내에서 성공한 관광시설과 콘텐츠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그 해답과 가능성을 여행자의 입장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함께 찾고 논의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하려 한다



첨언!

이 연재글은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아무래도 글을 쓰다보면, 정확한 근거나 자료가 미흡할 때가 있습니다. 부족한 점이라든지, 만약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에 남겨주세요. 또 댓글 작성이 어려우실 경우, naked38@naver.com, http://www.facebook.com/projectsoo, http://www.tourism.re.kr 에 의견을 보내주세요. 지속적으로 글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동참해주세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