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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Sep 30. 2018

제가 엄마가 된다네요

#임밍아웃

어느 순간부터 앞으로 꿈이 뭐냐는 질문에 좋은 엄마가 되고싶다는 말이 먼저 떠올랐어요.


혼자서의 삶이 남편을 만나 둘이 되고, 가족이 두 배로 늘어나니 행복도 두 배가 된다는 걸 경험하면서, 우리가 셋이 된다면 더 행복하지않을까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죠. 처음 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확인했을 때, 처음 병원에 가서 콩알만한 아기집을 확인했을 때도 사실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쿵쿵쿵 작지만 씩씩하게 뛰고있는 심장소리를 처음 듣게 되었을 때 비로소 실감이 나더라구요. 고작 손가락만한 크기의 아가였을뿐인데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어요. 세상의 많은 엄마들이 자기 자식을 이렇게 콩알만할 때부터 소중하게 품어내는데 어찌 귀하고 특별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아가가 꽤나 사람형상을 갖추면서 하루가 다르게 내 몸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설레고 행복해요. 벌써부터 아가옷과 신발을 준비하시는 양가부모님과 엄마가 되기위해 필요한 책이나 아가용품을 선물해주는 지인들. 그리고 까탈스러워진 나를 누구보다도 행복해하며 아껴주는 우리 남편까지. 매일 밤 자기 전 따뜻한 목소리로 태교동화를 읽어주는 남편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전생에 나는 무슨 덕을 쌓았길래 이렇게 행복한걸까요.


아가가 태어나면 분명 달라질 제 삶이 사실은 많이 두렵기도 해요. 나 혼자만의 의지로 일하는 사람인지라 '관광커뮤니케이터 윤지민'이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지, '리얼관광연구소'가 하고싶었던 일들을 이룰 수 있을지, 좋아하는 여행은 계속 할 수 있을지 그저 막연하고 두려울 따름이에요.


좋은 엄마가 되는 것 또한 나의 꿈이지만, 그동안 내가 오롯이 나로서 이루고 싶었던 꿈이 사라지는 건 아닐거라 믿고 싶어요. 당분간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져야하는 '엄마'가 되는 순간 '나'의 꿈으로 가는 여정은 잠깐 멈칫할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된다고 '나'라는 사람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엄마'라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직업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에 어떤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카피를 봤어요. '윤지민'이라는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제 자리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볼게요. 옆에서도 항상 응원해주세요.


그동안 내가 이뤄냈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지라도 나는 나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고 항상 되뇌이며 살아왔어요. 앞으로 아가를 키우면서 내가 희미해지는 경험을 하고 경력단절의 두려움에 우울할지라도, 지금 품고있는 아가가 건강하게 태어나 제게 가져다줄 새로운 세상 속에서도 저는 매 순간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거라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날 새로운 세상에서는 또 새로운 기회와 도전들이 저를 설레게 하겠죠. 벌써부터 제가 경험할 생명의 탄생 과정을 기억하고싶은 기록으로 남길 순간들을 기대하고 있어요.


2019년 2월, 황금돼지띠 아가의 엄마가 될 예정입니다!



*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글로 기록하고 싶어서 새로운 매거진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지금의 진심을 꾹꾹 눌러담은 글들을 남겨서 나중에 우리 아가가 크면 꼭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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