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지민 Oct 01. 2018

임신 사실을 알게되었다

아직 콩알만한 너를 상상하기

결혼한 지 1년 반 정도 되면서 행복한 신혼생활에 익숙해지니 주변 지인들의 육아생활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낳아보니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더라는 말, 행복의 차원이 달라진다는 말. 이런 말들이 조금씩 마음에 와닿으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이대로도 행복한데 우리를 닮은 아가가 함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는 육아를 감당할 용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각자의 커리어에도 분명 영향을 미칠거라는 생각도 당연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런 게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않을 정도로 우리는 이제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다른 어떠한 조건에도 상관없이 서로와 함께하기를 선택했던 결혼과 마찬가지로, 내가 그동안 꿈꾸던 커리어가 다 사라질지라도 이제는 '좋은 부모'가 되고싶다는 생각이었다. 어릴 적 우리가 부모님과 함께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우리도 이제는 그 기쁨과 사랑을 주고싶은 대상을 바란다는데 서로가 충분히 동의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아가를 낳는다면 돌아오는 겨울방학 쯤에는 낳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박사과정의 수료시기와 맞물리기도 했고 남편도 올해 비교적 편한 보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시기가 적당하다는 판단이었다. 그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가 막상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니 괜히 조급해졌다. 아가가 나에게 온다는 건 한 달에 오직 한 번의 기회이기에 매 달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하고 설레다 실망하기를 4개월 째. 여름에 미리 잡아둔 2주간의 유럽여행을 앞두고 있어 오히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습관처럼 예정일에 손에 잡은 테스트기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선명한 두 줄이 찍혀있었다.


기대했던 순간이었지만 막상 상상만 했던 두 줄을 보는 순간 실감이 나지 않아 멍했다. 만약 알게되면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할까 어쩔까 장난스러운 고민을 하던 게 무의미할정도로 머릿 속이 하얘졌었다. 자고있던 남편을 깨워 말없이 테스트기를 손에 쥐어줬다. 남편도 잠결에 당황했는지 얼떨떨한 얼굴로 서로 마주보고 웃기만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예정일에 두 줄이 나왔다고 바로 병원에 가봤자 초음파로 아기집을 볼 수 없으니 며칠을 기다렸다 가는 게 좋다고 했다. 기다리면서 매일 아침 여러 브랜드의 테스트기로 아가의 존재를 확인했다. 뭘 그렇게 계속하냐는 남편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몇 번이고 이게 정말 현실인가 확인을 해야만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 며칠을 지나 처음 병원에 가서 동그랗고 까만 점 모양의 아기집을 봤다.


정말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내 눈엔 그냥 까만 점일 뿐인데 내 뱃 속에 동그랗게 잘 자리잡은 아기집이란다. 이 콩알만한 게 진짜 커서 사람이 된다니 믿기지가 않아 첫 초음파 사진을 들고 남편과 함께 매직아이처럼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떤 아이로 자랄까, 누구를 닮을까, 딸일까 아들일까 그 때부터 우리의 상상은 시작되었다. 행복하고 감사했다. 우리에게 진짜 와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콩알만한 점 하나에 우리는 벌써 품에 안은 아가를 상상하고 있다.


병원 앞에서 처음으로 찍은 우리 셋의 가족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제가 엄마가 된다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