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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Nov 17. 2018

중국 청두로의 태교여행

테교여행인지 체력단련 전지훈련인지

요즘은 다들 간다는 '태교여행'이라는 걸 나도 갈까 고민하면서 남편과 여행지를 정하기 위한 상의를 시작했다. 태교여행지로 제일 핫한 괌이나 오키나와는 아가가 태어나면 함께 갈 수 있을만한 여행지 1순위로 아껴두고 싶었기에 남편과 우리만의 태교여행지 선정기준을 세웠다.


"아가가 태어나면 당분간 함께가기 어려운 곳을 가자!"


비행시간이 4시간 미만인 곳 중에서 고민을 하다보니 우리가 둘 다 좋아하면서 방사능, 지카 등의 영향이 없는 곳은 중국이었다. (미세먼지는 생각 못함ㅋㅋ) 우리가 함께 본방사수를 했던 백종원님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 중 가장 매력적이었던 사천성 청두(성도). 많이들 칭다오(청도)와 헷갈리는 이 곳은 중국 내륙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파두부와 훠궈 등 매운 사천요리의 본고장이다. 


평소의 나라면 걱정없이 떠날만한 매력적인 여행지였지만, 홀몸이 아닌지라 걱정을 했다. 남편이 청두는 인구가 1천8백만이라 오히려 휴양지보다 대형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져있다고 말하는 게 설득력 있어 여행자보험을 조금 더 좋은 보장으로 들고 무려 사천항공의 표를 끊었다. (출산하고 모유수유를 하게되면 매운 음식은 한동안 못 먹는다는 글 한 줄 때문에....이 여행을 결심한 건 안 비밀)


오랜만에 떠난 중국여행은 역시나 여전히 쉽지만은 않았다. 나름대로 대학 시절 중어중문 부전공을 했건만, 이미 다 잊어버린 중국어를 기억에서 소환해 더듬거리기 바빴다. 다행히 나보다 중국어를 더 잘하는 남편이 있었지만 지도와 메뉴판을 앞에두고 함께 사전을 찾아가며 분석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큰 도시를 여행한다는 건 그만큼 걸을 일이 많다는 뜻이다. 택시비가 굉장히 저렴해 이동할 때는 택시를 애용했지만, 삼국지의 영웅들을 모신 무후사, 청두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판다 기지, 시인 두보가 오랫동안 거주했던 두보초당 등 모든 관광지 내부는 걸어서 둘러봐야했다. 게다가 확실히 스케일이 다른 중국은 어딜가나 왜 이리 넓은지. 즐겁게 구경하다가도 불러오는 배 때문에 걷기가 힘들 때면 이게 태교여행인지 임산부 체력단련 전지훈련인지 모르겠다고 남편에게 투덜거렸다.


제일 힘들었던 건 중국 화장실. 최근 중국이 화장실 개선이나 공중위생 사업을 많이 하면서 깨끗한 화장실이 많아졌지만, 청결과는 별개인 문화적특성인지 공중화장실에 양변기가 많지않아 배부른 임산부에게는 밖에서 화장실 가는게 가장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국여행이 너무나 즐거웠던 이유는 중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이나믹함과 친절했던 청두 사람들 덕분. 예상보다 너무나 크고 현대적이던 청두를 보면서 중국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도 있었고, 삼국지 시대의 옛 거리를 재현해놓은 공간들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할 때도 있었다. 음식 때문에 왔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매워서 잘 먹지 못한 적도 있고, 오히려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맛있었던 것도 있고. 아무리 일정을 고민해서 결정했어도 막상 현장에서는 마음대로 되지 않고, 중국어를 잘못 읽어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 우연하게 마주쳤던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예측할 수 없이 다이나믹하게, '우리 둘'스럽게 여행할 수 있는 이런 날들이 소중한 걸 알아서 너무 행복했다.


중국 청두로의 태교여행. 가장 좋은 태교는 엄마의 행복이라는 생각에 우리 둘이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서 즐겁게 다녀온만큼, 우리 아가도 뱃속에서 쑥쑥 성장했기를 바라본다.


다음의 여행은 셋이 되려나. 셋이서 여행하는 기분은 또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겁다.


유난히 행복한 얼굴의 사진이 많이 찍힌 이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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