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아래 천천히 익어가는 밤, 울산 ‘캠핑온유’

도착하자마자 공기가 바뀌는 곳

by 여행콩닥

일상에서 잠깐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다. 멀리 떠날 필요는 없고, 특별한 계획도 없어도 된다. 그냥 잠시, 조용히 숨 고르며 머릿속을 비우고 싶은 그때. 그런 마음으로 향한 곳이 울산의 글램핑 공간 ‘캠핑온유’였다. 이름처럼 마음이 온유해지는 곳. 묵직한 계획 없이 그저 가볍게 떠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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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 도착하는 길, 차창 너머 풍경이 천천히 바뀌기 시작한다. 도심의 번잡한 풍경이 사라지고, 나무가 늘어나고, 바람이 부드럽게 따라붙는다.


주차하고 문을 열자 확연히 다른 공기가 감긴다. 도시의 소음 대신,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와 한두 마리 새 소리. 그 순간 이미, 이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이뤄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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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내려두고, 자리를 둘러보고, 작은 기대처럼 준비해둔 재료를 꺼냈다. 캠핑온유는 준비물이 거의 필요 없다. 그리들팬, 장작, 기본 장비들이 갖춰져 있어 초보 캠퍼도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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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손은 바빠지지 않았고 마음은 먼저 여유로워졌다. 불을 올리고 그리들팬 위에 고기를 올리는 순간, 지글거리는 소리가 일상의 속도를 잠시 멈춰 세웠다. 기름이 또르르 흐르고, 고기가 아주 천천히 익어가는 동안 눈앞엔 시간도 느리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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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한 점을 입에 넣자마자, 여기 온 이유가 확실해졌다. 말 대신 고개만 가볍게 끄덕이며 서로의 입꼬리를 확인하는, 그런 시간. 이어서 오뎅탕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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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하게 끓는 향이 텐트 주변에 퍼지고, 막대기처럼 꼬지에 꽂힌 오뎅을 하나씩 건져 먹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엔 남은 국물에 라면을 넣었다. 바닥까지 싹 비우게 되는 맛. 캠핑에서 먹는 라면은 왜 이렇게 진심을 다해 위로해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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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불멍을 준비했다. 장작이 타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오로라 파우더를 뿌리면 불빛이 색을 바꾼다. 바람에 따라 춤추듯 흔들리는 불빛은 이상하게 마음을 진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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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없이 불을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별이 촘촘하게 떠 있다. 밤이 이렇게 깊고, 이렇게 조용할 수 있다는 걸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을 잊고 앉아 있는 동안, 자꾸만 마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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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래 떠나지 못할 이유는 사람에게도 있었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친절함. 설명은 차분했고, 규칙은 깔끔했다. 밤 11시 이후는 조용히 머물러 달라는 안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공간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편안함이라 그런지, 처음 방문했는데도 두 번째 온 것처럼 불편함이 없었다.


조금 지쳤거나, 그냥 잠깐 멈추고 싶을 때.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이렇게 천천히 쉬어갈 곳만 찾으면 된다. 그리고 울산의 조용한 숲 속에서, 그렇게 다시 숨을 고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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