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타 피라 호텔의 아침식사는 호텔의 명성만큼 다양하고 고급스럽다. 베이컨과 스크램블 그리고 갖가지 소시지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빵과 화려한 디저트가 여행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생각해보면 스페인 호텔의 아침식사는 대부분 훌륭한 편이다.
여유 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지하철을 이용해 구엘 공원에 도착했다.
1890년 영국의 전원도시를 다녀온 구엘이 감명을 받아 바르셀로나 외곽에 전원주택단지를 짓기로 하고 이 공사를 가우디에게 맡긴다. 작업을 맡은 가우디가 입구에 있는 집 2채와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콜로네이드 홀과 홀 위의 광장을 완성해갈 무렵 구엘의 파산으로 공사는 중단된다. 이후 바르셀로나시가 이 곳을 인수받아 구엘공원으로 만들었으며 화려한 가우디의 작품으로 인하여 1894년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먼저 콜로네이드 홀 위에 조성된 광장으로 입장하면 가우디가 화려한 색감으로 생명력을 부여한 세라믹 장식의 테라스가 눈에 띈다. 이는 멀리 보이는 지중해와 더불어 여행자에게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고 오직 곡선만 있다고 주장한 가우디의 구불구불한 테라스를 지나 아래의 콜로네이드 홀로 내려오면 86개의 경사진 기둥과 화려한 천장이 보인다.
안정적인 형태를 위해 기울인 기둥이 바치고 있는 천장에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해와 달의 모습을 담았다.
콜로네이드 홀에는 중요한 비밀이 담겨 있다. 물이 부족한 바르셀로나에 비가 내리면 홀 위에 있는 광장의 자갈과 모래로 비를 정화시켜 경사진 기둥으로 내려보낸다. 그리고 홀 바닥에 있는 저장고에 이를 보관했다가 분수를 통해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계단에 있는 분수는 구엘 공원의 상징으로 도마뱀과 카멜레온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지하수를 지키는 거대한 뱀 피톤을 상징하는 도마뱀은 현재 많은 여행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분수를 따라 입구로 내려오면 가우디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헨젤과 그레텔의 동화 속 집이 보인다. 경비실과 세탁소 용도로 건설된 두 채의 집이 이 정도로 환상적인데 만약 주택단지가 완성되었다면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구엘 공원을 나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그라시아 거리로 이동하면 가우디가 지은 가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가 나온다. 카사는 스페인 말로 집을 말하며 밀라와 바트요는 건축을 의뢰한 주인의 이름이다.
1877년 바르셀로나는 산업혁명 시기에 있었다. 당시 섬유업으로 성공한 조셉 바트요는 자기가 살고 있던 집의 개축을 가우디에게 맡겼다. 1904년부터 2년 만에 완성된 건물은 바트요의 두 자녀를 위해 동화 속 이야기를 담았다.
어느 마을에 사나운 용이 사람들이 바치는 양이 지겨워 사람들을 먹이로 요구하자 백성을 사랑했던 왕은 결국 공주를 바치게 된다. 그때 성 조지가 나타나 용과 엄청난 싸움을 벌리는데 성 조지가 용을 창으로 찌르자 용의 피가 장미로 변하며 용은 죽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공주와 결혼을 허락하였으나 성 조지는 작은 교회 하나만을 지어달라는 이야기를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성 조지>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가우디는 지붕을 용의 비늘로 만들었으며 굴뚝을 성 조지가 용을 죽인 창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지붕 아래의 테라스는 용의 피에서 탄생한 장미모양으로 장식하였다. 또한 건물의 기둥과 테라스는 용이 먹었던 짐승의 뼈와 해골 모양으로 표현하였으며 그 위로 색유리 조각을 입혀 반짝거리는 바다를 떠올리게 장식하였다.
카사 바트요에서 조금 걸어가면 굴곡이 있는 카사 밀리가 나온다. 동쪽 방향을 향해 있는 카사 바트요가 항상 해를 등지고 있어 갖가지 화려한 장식을 주어 빛나게 하였다면 하루 종일 해를 보고 있는 카사 밀라는 굴곡이 있은 단순한 벽면으로 장식해 햇빛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도록 지었다.
돌을 캐는 채석장처럼 보여 채석장이라 불리는 카사 밀라는 섬유업으로 성공한 사업가인 밀라의 부탁으로 지어진 집으로 1906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4년 만에 완성하였다.
가우디는 코너에 있어 삼면으로 이루어진 집의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직선 없이 곡선으로 삼면을 연결시켜 입체적이며 자연스러운 건축물을 탄생시켰다. 카사 밀라의 압권은 옥상에 있는 굴뚝과 출입구 그리고 환기탑이다. 로마 군인의 투구를 연상시키는 굴뚝은 하나 또는 서너 개씩 무리 지어 있으며 하얀색 타일로 장식된 환기탑은 소용돌이 모양을 하고 있다.
카사 밀라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비니투스 식당으로 이동하여 오늘의 점심을 즐긴다.
비니투스에서 인기 있는 요리는 꿀 대구이다. 올리브 오일과 마요네즈 그리고 꿀을 첨가하여 만든 대구 요리는 부드러우면서도 기분 좋은 달콤함으로 여행자들의 입맛을 녹인다.
다음으로 인기 있는 타파스는 소고기 안심과 맛조게이다. 작은 바게트 위에 쇠고기 안심과 고추 튀김이 쌓여 있는 타파스는 육질의 식감으로 여행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쫄깃한 맛조개는 지금까지 먹은 스페인 요리를 모두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여행자를 황홀하게 한다. 여기에 레몬 맥주인 클라라를 곁들이면 달콤하면서 시원 맛으로 여행자의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맛있는 점심 식사 후 바르셀로나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성가족을 성당으로 이동한다.
식당에서 나와 지하철로 2코스를 이동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장엄한 성가족 성당이 나온다. 1925년, 가우디에 의해 완성된 탄생의 파사드는 예수가 탄생하여 그의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와 보낸 어린 시절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돌에 새긴 성경이라 불리는 탄생의 파사드의 중앙에는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장면이 있으며 그 아래로 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리는 수태 고지 장면이 보인다. 또한 그 주위로 요셉이 마리아와 결혼을 하는 장면과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데리고 이스라엘을 떠나 이집트로 피신하는 장면도 보인다.
탄생의 파사드 뒤편으로 이동하면 있는 수난의 파사드로 이동하면 예수님의 삶 중 마지막 이틀을 보여주는 수난의 파사드가 나온다.
가우디가 기획하고 그의 제자들이 완성한 수난의 파사드 중앙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있다. 그 아래로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모습과 예수님의 얼굴이 담긴 보자기를 펼친 베로니카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베일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주었는데 후에 베일에 예수님의 얼굴이 그대로 나타나게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수난의 파사드 왼쪽 아래에 유다와 악마의 키스 장면이 있다. 악마 밑으로 파충류의 꼬리가 보이며 그 옆으로 가로와 세로 그리고 대각선 등 어느 방향으로 숫자를 더해도 예수님이 돌아가신 나이인 33이 나오는 숫자판이 있다.
성당의 외부를 감상하고 성당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창으로 들어오는 다채로운 빛의 향연에 여행자는 마치 천국에 온 듯 경이로움에 사로잡힌다.
황홀한 빛을 배경으로 무수한 대리석 나무들이 들어서 있는 성당의 실내는 밀림처럼 압도적이다. 나무 잎 사이로 쏟아지는 빛을 표현하고 있는 천장은 생동감이 넘치고 성인들의 이름과 모습을 담은 스테인드 글라스는 황홀하다.
실내 입구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탑의 정상으로 올라가면 지중해를 배경으로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바르셀로나가 내 눈앞에서 펼쳐진다.
성가족 성당을 나와 지하철로 람블라스 거리로 이동한다.
람블라스 거리의 중앙에 유럽 최대의 규모의 보케리아 시장이 있다. 이곳에서 싱싱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체리를 비롯한 다양한 과일과 하몽 등을 맛보자.
보케이라 시장을 나와 맞은편으로 가면 바르셀로나의 구시가지인 고딕지구가 나온다,.
2천 년 전 지중해의 진주인 바르셀로나를 발견한 로마인들은 이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성벽을 쌓았으며 이곳에 있는 왕의 광장에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이사벨 여왕을 알현하였다. 바르셀로나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고딕 지구의 대성당과 미로 같은 골목 그리고 레알 광장을 배회하다 보면 중세의 밤이 찾아온다.
레알 광장에 접하고 있는 라 폰다 식당으로 이동하면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 저녁이 기다린다.
빠에야로 유명한 이 식당에서 마지막 만찬은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한 고딕 세트 메뉴이다. 고딕 세트 메뉴에는 음료 2잔과 함께 튀김과 하몽과 그리고 빠에야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바삭한 튀김과 감칠맛의 하몽 그리고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빠에야의 저녁식사는 스페인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이제 마지막 일정으로 분수쇼를 보기 위해 스페인 광장으로 이동한다.
스페인 광장에 도착하여 지하도를 올라오면 광장 입구에서 왕궁까지 약 4백 미터에 이르는 길에 수많은 분수가 하얀 거품을 뿜으며 여행자를 맞이한다.
셀 수 없이 많은 2미터 높이의 분수를 헤치고 중앙 분수대로 가면 웅장한 음악에 맞추어 장대한 물줄기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때로는 하늘을 찌를 듯 급히 솟구쳤다가 곤두박질치고 때로는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세다가 잠시 뒤 언제 아름다운 분무를 뿌리며 부드러운 자태로 돌아온다. 날리는 분무가 깜깜한 하늘을 장식했다가 사라지면 바르셀로나의 밤은 깊어가고 우리의 아름다웠던 여행도 끝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