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봉기 Sep 12. 2020

프라하 카를교

유럽 최고의 야경

세계적인 여행 정보 책자 <론니 플래닛>의 프라하 편은 프라하에서 오랜 세월 동안 가이드를 한 두 명의 저자가 쓴 책이다. 이 책에서 프라하에 가면 반드시 해 보아야 할 것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추천한다.


새벽안개가 내린 카를교 감상하기.
레트나 언덕의 여름 정원에서 프라하 맥주 맛보기.
국립 미술관 감상하기.


그래서 새벽안개에 휩싸인 환상적인 카를교를 감상하기 위해 카를교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 두고 삼일 내내 새벽잠을 설치며 카를교를 방문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계절이 여름이었는데 새벽안개에 싸인 카를 교를 보려면 비가 많이 오는 겨울에 가야 만나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새벽마다 아무도 없는 카를교를 혼자서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카를교는 12세기 중엽에 건설된 다리이다.

처음에는 목조교였다가 석교로 대체되었으나 홍수로 붕괴되었다. 1357년 카를 4세는 어떠한 물살에도 붕괴되지 않는 다리를 재건하라고 명하였다. 1402년 건축가인 피터 팔 레지가 왕의 명령에 따라 카를교를 짓기 시작하였는데  꿈에서 신을 만난다.


신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다리를 만드는 비법을 알려줄 테니 다리가 완공된 후 제일 먼저 건너는 사람의 목숨을 가져가겠다고 제안한다. 이때 피터 팔 레지는 자신이 키우는 개가 제일 처음 다리를 건너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신은 다리를 지을 때 돌에다 계란 노른자를 묻혀서 지으라고 한다. 피터 팔 레지는 신의 비법에 따라 다리 석판에다 계란 노른자를 묻혀 다리를 완공한다.


개교식 아침에 팔 레지가 기르던 개를 다리 위로 보내려는 순간, 반대편에서 자신의 아내가 다리 완성을 환영하기 위해 걸어왔다. 팔 레지의 부인은 그로 인해 죽고 아직도 카를 교를 받치는 기둥에는 계란 노른자가 묻어 나온다고 한다.


516m의 길이에 두 개의 교탑과 16개의 기둥이 있는 카를 교는 18세기 바로크 시대에 만들어진 30여 개의 조각상이 다리를 장식하고 있다.


다리 입구에 있는 교탑은 적이 쳐들어오면 방어 문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평소에는 지나가는 상인들에게 통과세를 거두는 곳으로 이용되었다. 교탑에 오르면 카를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교탑에서 내려와 다리 위를 걸으면 오른쪽 중앙에 머리에 다섯 개의 별로 둘러싸인 네포무크 동상이 있다.


얀 네포무크는 남부 보헤미아 지방의 필젠 근처에서 태어나 당시 왕인 바츨라프 4세의 사제가 된다. 바츨라프 4세에게는 소피아라는 부인이 있었는데 그녀가 바람을 피우고 죄책감에 네포무크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우연히 이 장면을 보게 된 왕이 네포무크에게 고해성사 내용을 말하라고 명령하지만 네포무크는 하느님과의 약속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여 거절한다. 격분한 왕은 네포무크를 카를교로 데려가 강으로 떨어뜨려 죽인다.

 

1323년 3월 20일에 일어난 실화이다.


다음 날 네포무크가 죽은 강에서 다섯 개의 빛줄기가 떠올라 강을 조사하니 네포무크의 시신이 나왔다고 한다. 지금 현재 네포무크의 시신은 프라하 성 내에 있는 성 비타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카를 교에 있는 네포무크 동상 아랫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네포무크가 왕비 소피아에게 고해성사를 받는 장면과 카를 교에 빠져 죽는 장면을 그린 두 개의 동판화가 있다.


동판화 속에 있는 네포무크를 왼손으로 만지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네포무크 동상을 지나면 네포무크가 죽임을 당한 장소가 나온다. 이 장소에 네포무크가 빠져 있는 모습을 그린 동판 조각과 다섯 개의 별 모양 동판이 새겨져 있다. 여기에 손가락 다섯 개를 대고 소원을 빌면 역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카를 교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밤에 방문해야 한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이 카를 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 성의 야경이기 때문이다.



낮 시간은 프라하 성을 한 바퀴 둘러보면 좋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스트라호프 수도원을 방문하여 수도원 아래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서 바라보는 프라하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려와 구시가를 이리저리 헤매다가 날이 어두워지고 다시 카를 교로 향하면 그 화려한 여경에 말문이 막힌다. 프라하 성 주위의 수많은 불빛들이 무대 위의 주인공처럼 프라하 성을 비추고 그 불빛들이 다시 강물을 비추며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이전 12화 프라하 구시가 광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