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봉기 Sep 12. 2020

프라하 국립미술관 1

나는 화가다.  

체코는 슬라브, 보헤미아 등의 고유한 민족 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일찍이 빈과 파리 등의 서유럽 문화와 교류하면서 뛰어난 문화적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체코에서는 제국주의의 쇠퇴와 더불어 민족주의의 급부상,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의 탄생, 사회주의의 대두, 서구 근대 시스템의 도입 등과 같은 일들이 짧은 시간 속에 한꺼번에 벌어졌다.


체코의 미술가들은 이러한 혼란의 시기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그것을 작품에 담아내었다. 그들은 힘들고 어려운 현실에서 포기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통해 그것을 자발적으로 수용했다. 프라하 국립 미술관은 이러한 체코 미술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먼저 프라하 국립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부터 감상한 후 체코의 작품을 감상하자.


가장 먼저 살펴볼 작품은 앙리 루소의 <나, 초상과 풍경>이다.



앙리 루소는 미술사상 가장 특이한 화가 중 한 사람이다. 세관원이었던 그는 센강을 타고 올라온 상선들의 통행료를 징수하는 일을 하였다.


그는 세관원으로 일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40세가 되어서야 작업실을 마련하고 공식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하였으며 49세가 되어서야 전업화가의 길을 걷기 위해 22년간 몸담았던 세관원을 그만두었다.


루소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도 없었다. 하지만 루소는 스스로를 아주 위대한 화가라고 생각했다. 그는 후배였던 피카소와 자신만이 당대 최고의 화가라고 말했을 만큼 그는 자부심이 뛰어났다. 이 작품은 이를 잘 보여준다.


센강을 배경으로 다소 상기된 얼굴로 서 있는 그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검은색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작품 전체에 원근법이 무시되어 배경의 구름과 그는 무중력 상태로 떠 있는 듯하다. 또한 화면 중앙에 우뚝 선 그는 턱수염과 베레모 그리고 팔레트와 붓 등 화가를 상징하는 소도구로 무장하여 자신이 위대한 화가임을 보여주고 있다. 팔레트에는 사별한 두 아내 클레망스와 조세핀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작품의 배경에는 에펠탑과 만국기 그리고 자신이 디자인했던 깃발을 단 화물선과 열기구가 보인다. 이로써 그는 자기식의 박람회를 자기 마음대로 펼쳐놓고 신기술에  대한 관심과 자신의 애국심을 보여주고 있다.


원근감이 없는 평면적인 그림에,  인물과 사물의 구도라고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루소의 작품은 현실과 꿈이 함께 어우러지는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미술계의 냉대를 받았지만, 피카소와 아폴리네르와 같은 아방가르드 작가들에게는 영감을 주었다.


그들은 루소의 작품이 살롱전의 작품과 달리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그림에서 뿜어 나오는 이국적이며 싱싱한 분위기와 신비롭고 환상적인 에너지를 좋아했다. 이런 루소의 진가는 사후에야 비로소 조명되었다.


다음으로 클림트의 <처녀들>을 감상하자.



남성을 상징하는 어둠을 배경으로 여섯 명의 여성이 몽환적인 모습을 한 채 뒤엉켜 있다. 각각의 여성은 환희와 욕망 그리고 고뇌 등 사랑의 각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인들의 의상은 클림트 특유의 화려한 꽃문양으로 장식되어 여성을 더욱 에로틱하게 한다.


클림트가 바라본 세계는 성적 본능과 욕망이 넘치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성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다. 그래서 클림트의 그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마치 그림 속 주인공을 눈 앞에서 대하는 듯 황홀감에 빠진다. 클림트에게 성적 욕망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것을  통해서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맡았다.


다음은 독일 르네상스의 선구자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인 <장미 화관의 축제>를 감상하자.



이 작품은 뒤러 특유의 세부 묘사와 이탈리아에서 배워 온 인체 묘사가 어우러진 최고의 작품이다.


작품 중앙에 천사들이 받쳐 들고 있는 초록색 장막 아래에 성모가 푸른 옷을 입고 앉아 있다. 작은 구름을 탄 또 다른 천사들은 성모의 머리 위에서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관을 들고 있다.


성모님의 무릎에는 아기 예수가 비스듬한 자세로 누워있는데  예수의 자세와 통통한 살점의 표현 그리고 성모의 옷 주름을 통해 사실적인 르네상스 회화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성모의 좌우로 무릎 꿇고 있는 이들은 교황과 황제이다. 성모는 황제의 머리에 장미 화관을 씌워주고 있으며 아기 예수 또한 장미 화관을 교황의 머리에 씌워주려 한다. 그리고 성모의 왼편에 서 있는 성 도미니코 역시 주교에게 장미 화관을 씌워주고 있다.


교황과 황제의 뒤편에 각각 좌우 대칭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은 이 그림의 후원자들이다. 후원자들은 모두 성모를  향하고 있는데 뒤편에 있는 몇몇 사람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어 작품이 보다 자연스럽게 보인다. 뒤편의 사람들 위로도 다른 천사들이 장미 화관을 들고 내려오고 있으며 성모와 아기 예수 밑에는 뤼트를 연주하고 있는 천사도 보인다.


뒤러는 장미 화관을 쓰고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바치려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봉헌과 구원의 축제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


다음으로 체코 작가들의 작품을 간단히 감상하고 2부에서 체코 최고의 화가인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감상하자.



이 작품은 슈테판의 <압생트를 먹는 여인>이다. 여인의 손과 눈 끝에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생동감이 넘친다.



다음 작품은 토니 그래어의 <사회적 위치>라는 작품으로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의자와 테이블에 수많은 못이 박혀 사회적 관계의 위험과 아픔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작품의 제목은 < 클레오 파트라>이다.

검은 바탕에 노란 해와 꽃 그리고 침대가 보이고 침대 위에 빨간 사람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작품 전체적으로 매우 상징적이지만 침대 및 의 주름은 사실적으로 그렸다.


작가는 검은색의 바탕 위에 노랑과 어울리는 빨간색의 사람을 통하여 우리 마음속에 무엇이 우리를 흥분시키고 행복하게 하는지를 물어보고 있는 듯하다.

이전 13화 프라하 카를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