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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Sep 19. 2020

오슬로 여행

내 몸에서 꽃이 피어나겠지.

오슬로의 유명한 관광지로 국립 오페라 하우스와 시청사 그리고 비겔란 조각공원이 있다. 먼저 중앙역 바로 옆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부터 방문하자. 총 건축비 5억 유로(우리 돈 약 7500억 원)가 투입된 오페라 하우스는 2003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5년 만에 완성되었다.


높이 32m의 높이에 1,364석의 메인무대를 갖추고 있는 오페라 하우스는 440여 석의 중극장 2개를 비롯해 연습실 등 1,100개의 방을 갖추고 있으며 실내는 어두운 갈색 참나무로 장식되어 있다.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가 여행객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그 외관에 있다. 깎아지른 빙하식 침식지형인 피요르드 해안에 지어진 오페라 하우스는 스키장을 연상케 하는 슬로프 형태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건물의 반이 바다로 떨어져 있다.



사선의 하얀색 대리석 지붕 위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산책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으며 , 바다로 이어진 슬로프 끝에 앉아 물장난을 치거나 수영도 할 수 있다. 대중이 쉽게 접근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지은 오페라 하우스는 북유럽의 기념비적인 건축물로 날로 유명해지고 있다.


오페라하우스를 나와 트렘을 이용해 시청사로 이동하자.



두 개의 갈색 치즈라고 불리는 오슬로 시청사는 1931년 착공되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40년부터 1945년까지 건설이 중단되었다가 이후 재개되어 1950년에 완공되었다. 시청사 정면에 있는 분수에 오슬로의 상징인 백조 동상이 보인다. 그 뒤 붉은 벽돌 벽에 시청을 상징하는 황금 장식의 시계가 멋지다.



시청의 정면 오른쪽 벽에는 1049년에 오슬로를 건설한 전설의 바이킹 왕 하랄 3세가 새겨져 있고 반대편 벽에는 난센의 조각상이 보인다.



프리드쇼프 난센 Fridtjof Nansen은 노르웨이의 위대한 탐험가이며 민중 운동가이다. 그는 일찍이 전 세계에 나라 없이 떠도는 유랑 난민들의 인권을 위해 제3의 피난처로 <난센 여권>을 주창하여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시청사를 들어서면 대리석 바닥의 메인홀이 화려한 4단 벽화와 함께 펼쳐진다.



정면 벽화는 <행정부와 축제>라는 작품으로 삼단으로 되어 있다. 제일 위 가장 넓은 면은 노르웨이가 꿈꾸는 평화롭고 찬란한 미래를 보여준다. 그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연회를 열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장면으로 현재를 보여준다. 연회장 오른쪽 끝 계단으로 사람들이 파티장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벽화 제일 밑, 검푸른 하늘 아래 난간에 살짝 가린 모습은 1624년 있었던 오슬로 대화재의 모습이다.


작품 전체적으로 과거의 고난과 아픔을 이기고 현재를 즐기며 찬란한 미래를 열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보여준다.



몸을 돌려 맞은편을 보면 화려한 벽화가 2층 벽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역사를 보여주는 이 벽화의 왼쪽 끝에 노르웨이의 국민적인 영웅 난센이 보이고 반대편에 국민 작가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비에른이 보인다. 그리고 중앙에 노르웨이를 구성하는 농부와 어부 그리고 공장 근로자 등 다양한 국민의 모습을 담고 있다.



시청 홀의 오른쪽 계단 옆 벽에는 오슬로 수호성인 홀바르드에 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홀바르드는 무고한 여인을 살리다가 화살을 맞아 죽었다. 살인자는 죽은 여인을 해변에 묻고 홀바르드는 목에 맷돌을 달아 바다로 던졌다. 하지만 시신은 가라앉지 않고 떠올랐고 이를 본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서 살인자를 처벌하였다.


이후 노르웨이 사람들은 그의 유해를 오슬로 대성당에 모시고 순교자로 모셨다. 그래서 성 홀바르드의 오른손에는 맷돌을 잡고 왼손에는 화살을 잡고 있다. 반대편 벽에는 나치 점령기 노르웨이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그린 벽화가 있다.


이곳 시청 홀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매년 12월 이곳 1층 중앙 홀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식이 거행된다.



1901년부터 수여된 노벨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에 따라 물리, 화학, 의학, 문학상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시상하도록 했으나 노벨상의 정신이자 백미인 노벨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하도록 했다.


노벨이 살아 있을 당시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연합국가였다. 하지만 노르웨이가 국력의 차이로 인해 스웨덴으로부터 유무형의 수탈을 당하고 있었다. 노벨은 이를 배려하고 양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노벨 평화상을 오슬로에서 시상하도록 했다. 그러나 노르웨이가 결국 분리 독립하게 될 줄 알았다면 노벨의 결정도 달랐을 것이다.


현재 노벨 평화상 수상자 결정에 전권은 노르웨이 의회에서 선출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갖고 있다. 그들은 후보자 추천 작업과 선별 검사 그리고 최종 결정 과정까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보장받는다.


시청 홀의 오른쪽 계단으로 2층에 오르면 방이 나오는데 이 곳에 뭉크의 작품 <인생> 전시되어 있다. <뭉크의 방>이라고 불리는 이 곳에서 오슬로 시민들은 결혼 서약을 한다. 그래서 주말이면 이 방을 감상할 수 없다.



노르웨이의 대표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우울하고 죽음에 관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잎이 무성한 나무와 그를 둘러싼 가족 그래서 궁극으로는 세대를 이어가는 <삶>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결혼식을 하는 많은 젊은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뭉크는 이 작품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썩어 뭉개질 내 몸에서 꽃들이 피어나겠지.
그것들 속에서라도 나는 영원해지려나?



이 작품은 이후 나치에게 약탈당했다가 전쟁 뒤에 반환받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가미되어 있어 노르웨이 국민들에게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뭉크의 방을 지나면 전통적인 바이킹 문양이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축제의 회랑>이 펼쳐진다. 연회장으로 사용되는 이 홀의 한쪽 벽에는 1905년 독립 이후의 왕과 왕비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반대편 창에는 오슬로 항의 전경이 보인다.


<축제의 회랑>을 지나면 만찬장이 나온다. 만찬장의 전면에 사회주의 이상향을 그린 벽화가 있다. 벽 뒤는 연회장의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이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단정하면서 웅장한 시의회가 나온다.



오슬로 시청사를 나와 트렘을 타고 비겔란 조각공원으로 이동하자.


연간 100 만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비겔란 조각공원은 노르웨이의 조각가 비겔란이 1915년부터 오슬로 시의 지원으로 지은 세계 최대의 조각 공원이다.



정면 입구에서 850미터에 이르는 직선 축을 중심으로 청동과 화강암 그리고 연철로 조각된 그의 작품 212점이 전시되어 있다. 조각상들은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모든 삶의 모습과 감정 등을 표현하고 있다.



인생의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조각상들 중 가장 인기를 그는 것은 성난 꼬마를 연출한 <신나타겐>이다.



이 동상은 인어공주 동상처럼 무지로 예술품을 파괴하는 반달리즘의 희생물이 되어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다리가 잘리는 등 수난을 겪으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다리를 지나 정면 분수대에 이르면 6명의 거인이 물이 넘치는 큰 대야를 높이 들고 서있다.



분수대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조각 공원의 하이라이트인 <모노리트>가 보인다.



화강암으로 만든 17미터의 둥근기둥 안에 121명의 남녀노소가 서로 위로 올라가려고 밀고당기고 있다. 세 명의 석공이 14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은 비겔란이 생각하는 인생의 찬란함과 더불어 삶의 굴레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 역동적인 탑 뒤에는 해시계가 설치되어 있고 그 옆으로 7명의 사람이 수레바퀴를 만든 조각상이 보인다. 이 조각상은 인생의 윤회를 상징한다. 공원 남쪽에는 비겔란이 생전에 거주했던 집과 작업장이 박물관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을 방문하면 공원 내의 조각을 작업하던 흔적이 남아 있어 더욱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비겔란은 공원의 전체를 디자인했지만 완성을 보지 못하고 1943년 세상을 떠났다.



오슬로 여행의 백미는 오페라하우스나 아케르스후스 요새에서 보는 노을에 있다. 북유럽이라 밤이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시작되는 오슬로의 노을을 보고 있으면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만큼 자연 역시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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