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르드에 서다.
스타방에르는 뤼세 피오르드의 하이킹을 위한 전초기지이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뤼세 피오르드를 하이킹하기 위해서는 전날 이 곳에 도착하여 숙소로 이동해 여장을 풀고 다음날 하이킹을 위한 교통편을 미리 예약해야 등 준비를 마쳐야 한다.
먼저 페리 터미널로 가서 왕복 배와 버스로 이루어진 예약 티켓을 구입하고 슈퍼에 들러 내일 하이킹할 때 필요한 점심과 음료를 준비해야 한다. 하이킹 중 매점이나 식당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면 남은 시간 동안 스타방에르 도시를 여행하자. 스타방에르의 볼거리는 대성당과 올드타운 그리고 석유 박물관 등이 있다. 또한 바위의 검도 빼먹지 말고 감상하자. 먼저 대성당으로 가보자.
스타방에르 대성당은 8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벽은 모두 돌로 지어졌다. 또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치형 기둥이 바치고 있는 교회의 천장은 바이킹의 배를 뒤집은 것처럼 목조로 되어 있어 중후하면서 세련미가 넘친다.
특히 1650년대 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앤드류 로리첸 스미스가 만든 바로크 양식의 설교단 장식이 유명하다. 설교단에는 인간의 창조부터 예수의 탄생과 고난 그리고 부활 등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화려하게 조각해 놓았다.
스타방에르 대 성당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올드타운이 나온다. 올드타운에는 18세기에 지어진 250채의 목조 건물이 있는데 현재 주택과 상점 그리고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통 가옥을 보존해야 한다는 스타방에르 시민들의 의지와 염원으로 지켜온 이곳을 방문하면 200년 전 이도시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새하얀 집에 내걸린 바구니에 장미 덩굴이 새파란 하늘과 함께 여행자들에게 즐거운 풍경을 선사한다.
스타방에르의 마지막 방문지는 석유 박물관이다. 스타방에르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정유회사의 본사가 있는 노르웨이에서 인구당 소득이 가장 많은 도시이다. 이곳 박물관에서 영상과 입체모형 그리고 체험 전시관을 통해 석유 채취의 역사와 미래를 경험할 수 있다.
비석유수출국기구 국가 중 가장 산유량이 많은 노르웨이 북해 유전은 석유 저장량으로는 세계 5위이다. 국가 총생산량의 22프로를 차지하는 북해 유전 수익으로 노르웨이 경제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에서 번 돈을 국민들의 복지를 위한 글로벌 연금펀드를 만들었으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헐값에 나온 자산들을 사들이면서 그 규모가 5,700억 달러로 커졌다.
그러나 막대한 부를 쌓아두고 있는 노르웨이가 최근 기초연금법을 개정해서 1963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무차별 선심 앞에서는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스타방에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하브르스피오르드로 이동하여 거대한 3자루의 바이킹의 칼이 바위에 꽂혀 있는 <바위의 검>을 감상하자.
이 작품은 노르웨이를 통일 왕국으로 만든 872년의 하브르스피오르드 전쟁을 기념하며 만들어졌다. 하브르스피오르드 전쟁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당시 헤랄드 페어 헤어 국왕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는 그가 다른 왕국의 공주와 결혼하고 싶어 하였는데, 청혼에 앞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하였다고 한다.
<바위의 검>의 3자루는 각각 평화와 연합, 그리고 자유를 상징한다. 검은 그 길이가 각 10m에 달하며 검자루는 모두 다른 형태인데 이는 통일되기 전에 있었던 노르웨이에 존재했던 세 개의 왕국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조각상은 올라프 5세가 재임하고 있었던 1983년에 만들어졌다.
간단한 여행을 마친 후 저녁 식사 겸 휴식을 위해 <색채의 거리>를 방문하면 좋다.
카페와 식당 그리고 가게가 밀집한 이 지역은 원래 무미건조한 건물들 밖에 없었다. 한 가게의 주인이 자신의 건물 전체에 색칠을 시작하면서 고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색칠로 단장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 이 거리는 스타방에르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거리가 되었다.
특히 집 앞에 있는 우체통은 그 집의 모형을 하고 있어 마치 동화 속 거리 같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페리 터미널로 향한다. 스타방게르에서 30분에 한 대씩 운행하는 페리를 타고 타우로 이동하면 우리의 목적지인 프라이케스톨렌의 입구까지 데려다주는 버스가 기다린다.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등산 입구가 나타난다. 여기서 정상의 바위까지는 왕복 7.6km로 4시간 소요되며 세 번의 가파른 고갯길이 있다. 그래도 초입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하이킹을 시작한다.
중간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한 길 밖에 없는 데다가 중간중간 빨간색 T로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처음부터 가파른 바위산을 올라가면 중간쯤 평지의 숲길이 보인다. 물이 흐르는 계곡의 모습은 싱그럽고 활기가 넘친다.
다시 두 번의 경사진 고갯길을 오르면 이제 목적지까지 바위와 조그만 호수로 만들어진 평지밖에 없다. 그러나 정상에 도착하기 바로 전 바위 산에는 심한 바람이 분다. 심한 바람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마지막 힘을 내어 바위산을 오르면 마침내 프라이케스톨렌이 거짓말처럼 내 눈앞에 나타난다.
시루떡을 칼로 자른 듯한 프레이케스톨렌 바위는 604m의 완벽한 절벽이 주는 공포로, 서 있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심한 바람을 뚫고 한 발 한 발 절벽 끝을 향하여 그 끝에 서면 내 발아래 가장 장엄한 피요르드가 아득히 펼쳐지고 이 곳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충만해진다.
황홀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땀과 공포 그리고 자랑스러운 나를 담아내며 한 순간에 여행자의 기분을 고양시킨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이 곳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며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