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봉기 Jun 07. 2021

흐바르 섬 산책

크로아티아 최고의 섬

스플리트에서 배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흐바르 섬은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일찍이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아서 화려한 건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또한 라벤더의 최대 산지로 사시사철 온 섬을 뒤덮고 있는 싱그러운 라벤다의 향기가 바다내음과 함께 온 섬을 향기롭게 한다.  


배에서 내리자 라벤더유로 만든 향수나 화장품 그리고 비누를 파는 가게들이 여기저기서 여행자를 유혹한다. 라벤더의 꽃말은 정절과 풍부한 향기 그리고 기대이다.


기대감으로 가득  여행자의 눈에 처음 들어온 곳은  스테판 광장이다.



성 스테판 광장은 순백색 몸에 검은색의 얼룩점이 아름다운 개 달마티안의 기원이 되는 달마티아 지방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광장이다. 광장 중앙에 보이는 우물은 152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식수를 위해 사용되었다.


광장 북쪽으로 이동하자 종탑과 클로버 문양이 있는 성 스테판 성당이 나온다.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인 스테반을 위해 6세기경에 세워진 성당은 오스만 제국에 의해 파괴되었으나 16세기에 재건되었다. 대 성당 바로 옆에는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아치가 하나씩 줄어드는 종루가 서 있다.



종루를 지나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베네치아 예술가가 만든 화려한 바로크 제단 위에 있는 13세기에 제작된 성모자상이 여행자를 경건하게 한다.


성당을 나와 뒤로 보이는 골목길을 걸어가면 성벽으로 둘러싸인 하니발 루치차의 여름 별장이 나온다.



16세기에 지어진 별장은 2개의 호화로운 저택과 르네상스식 정원을 가지고 있다. 하니발 루치차는 별장 주변을 벽으로 둘러싸고 하인들은 서쪽 별관에서 지내게 하고 그는 동쪽 저택에서 생활했다.


흐바르에서 가장 유명한 하니발 루치차는 이곳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시를 썼으며 최초의 수도원과 학교를 세웠다. 그가 세운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녀들이 수도원 운영을 위해 만들었던 알로에 실로 만든 레이스는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이 되었다.


다시 성 스테반 광장으로 나와 바다가로 내려오면 동쪽에 창고처럼 보이는 커다란 아치형 건물인 아스날이 보인다.



1331년에 완성된 이 건물은 조선소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물이 노후화되어 1571년에 소실되었다. 1611년 피에트로 세미테콜로 왕자에 의해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된 건물은 1층은 곡물 창고로, 2층은 무기 창고와 시민극장으로 사용되었다. 시민극장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모든 사회 계층이 평등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였으며 지금도 이곳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무기고에서 항구 남쪽으로 내려가자 1465년에 지은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나온다



옥새 빛깔의 바다 위에 아름다운 회랑을 가진 프란체스코 수도원은 하니발 루치차의 무덤을 품고 있다. 무덤을 지나 정원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아드리아해와 하늘이 경계 없이 하나가 되어 여행자에게 최고의 풍경을 선사한다.


프란체스코 수도원을 지나 흐바르 섬의 아름다운 해변길을 따라 포코니 해변까지 산책한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흐바르 섬의 자갈 해변 길은 섬 특유의 느린 시간과 지중해 식물의 향기 그리고 푸른 바다의 싱그러움으로 여행자를 순백의 마음으로 무장해제시킨다. 결국 섬 여행의 목적은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고요함에 깃든 평화를 맛보며 깊은 여유와 위안을 얻는 것이다.


해변 산책을 마치고 광장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기 위해 달마티아노 흐바르 식당을 방문했다.



달마티아 지방의 요리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그릴 오징어와 뇨끼이다.


오징어를 통째로 그릴에 구워 올리브를 뿌리고 채소에 곁들여 먹는 그릴 오징어는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으로 여행자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오징어 먹물로 색깔을 낸 뇨끼는 밀가루지만 쫀득쫀득한 식감과 크림소스의 고소하면서 달콤한 향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섬의 만찬으로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느긋하고 느린 섬에서의 저녁 식사에서 시원한 맥주나 달콤한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식사와 함께 먹는 크로아티아의 맥주인 오쥬스코와 화이트 와인 포십은 만찬의 풍미를 끌어올린다. 물론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검붉은 과실 향의 레드와인 딩가츠를 추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할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급의 와인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식사를 즐기고 나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스페인 요새로 이동한다.  



광장에서 성당을 바라보면서 왼쪽 길로  골목길을 따라서 오르막길과 계단을 오르자 향기로운 바닷바람이 온몸을 스친다. 소나무와 선인장 그리고 라벤더가  썩인 숲길을 지나자 흐바루 타운과 브라치 섬과 비스 섬을 품은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빛나는 전망을 바라보며 산길을 조금 더 오르니 정상에 스페인 요새가 나타난다.  


   

스페인 요새는 오스만 제국의 공격에 대비해 구축한 것으로 1538년 이곳에 입성한 스페인 원정대에 의해 스페인 요새라 불리게 되었다. 1571년 흐바르를 침공한 오스만 제국에 의해 요새의 대부분이 무너졌지만 1971년에 지금의 형태로 복원되었다.


요새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카페가 나온다.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요새 안 전망대인 포탑으로 이동하여 올라서니 흐바르 타운에 붉은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해 질 녘 황금빛으로 기울어지는 햇살은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빛이 조금씩 기울어지고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자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붉은빛이 올라와 마을과 아드리아해를 붉게 물들인다.


예고편 없는 하늘의 마법에 여행자 역시 사랑에 대한 기억과 아픔 그리고 그리움으로 붉게 물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블레드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