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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pr 26. 2021

신을 향한 여행

씨엠립 여행 2

다음 날 아침식사를 마친 후 곡동 마을을 방문했다. 씨엠립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곡동 마을은 캄보디아에 인접한 국가인 베트남과 라오스에서 전쟁이나 재난을 피해 온 난민들이 사는 마을이다. 가난한 나라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곡동 마을 끝에 미취학 아동을 돌보는 커뮤니티 센터가 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소펀 센터장님은 커뮤니티   앞에 작은 집을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처음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했을 때는 황량한 들판에 초라한 야외교실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교실이 있는 건물과 새로 만든 도서관이 있다. 하지만 신축건물인 도서관의 실내는 텅 비어있고 책상은 물론 책조차 없다. 우리 일행은 시내를 돌아다니며 마련한 책과 필기구 그리고 책상을 사서 도서관 안을 꾸몄다.



오후에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나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페인트 작업을 하였다. 저녁이 되자 도서관은 동화 속 파란색 집으로 변모하였다. 가진 것 없이 버려진 아이들을 돌본다고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센터장님의 얼굴 위로 웃음꽃이 핀다.



방과 후 아이들을 데려다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집을 방문하였다. 아이들이 넷이 있는 집은 아버지가 없으며 병든 어머니는 2살도 안된 아이를 달래며 잠을 재우고 있다. 얼굴에 근심과 가득하다.


또 다른 집은 하루 1달러를 버는 직업조차 못 구해 멀리 태국으로 일을 하러 갔다가 월급을 못 받아 사장과 싸우다가 몸을 다친 아버지가 우리를 맞는다. 얼마 후 조금이라도 벌겠다고 남의 집일을 하고 있는 그의 아내가 어색한 웃음으로 다가와 인사를 한다.


한 여름에는 40도가 오르내리고, 우기가 오면 폭우가 몰아치는 이 곳의 집들은 대부분 보기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물어져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뛰놀 수 있도록 만든 커뮤니티센터가 얼마나 절실하고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커뮤니티 센터로 돌아와 아이들을 돌보는 현지 고등학생 자원봉사자 20명과 함께 밥을 해 먹었다.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학생들이 오히려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이 밥을 먹는 내내 마음에 걸렸지만 학생들의 모습은 당당하고 듬직했다.


일요일이자 여행의 마지막 날인 우리는 새벽부터 앙코르 와트로 향했다.



12세기 크메르 제국의 왕이었던 수르바야르만 2세는 수도 앙코르에 자신이 왕이 된 것을 기념하게 위해 당시 태동한 힌두교의 비슈느 신에게 바치는 앙코르 와트를 건설한다.



비슈누 신은 자기 파괴를 통해 세상을 창조한 신으로 앙코르 와트에서 그 석상을 만나볼 수 있다.


앙코르 와트는 길이 3.6km의 직사각형 해자에 둘러싸여 있다. 앙코르 와트의 중앙에 높이 솟은 탑은 우주 중심인 수미산을 상징하고 주위의 4개의 탑은 주변의 봉우리들을 상징한다. 또한 외벽은 세상 끝에 둘러쳐진 산을 의미하며 해자는 바다를 의미한다. 해자를 건너기 위해서는 다섯 개의 뱀의 머리를 하고 있는 수호신 나가가 난간에 새겨진 250m의 사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앙코르 와트의 하이라이트는 1층 벽에 새겨진 804m의 부조이다. 특히 남쪽에 최후의 심판과 동쪽에는 천지창조가 압권이다.  



먼저 남쪽 벽에 새겨진 최후의 심판 부조를 살펴보면 상단에 천국의 모습이 보이고 중간단은 재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한 지옥을 보여주는 하단에는 고문을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18개의 팔을 하고 물소를 타고 심판중인 죽음의 신, 야마 신을 감상할 수 있다.


다음으로 천지창조를 보여주는 동쪽 벽면을 살펴보면 힌두 신화에 나오는 우유의 바다 휘젓기 장면이 새겨져 있다.



벽화 중앙에 창조신인 비슈누가 보이고 비슈누 밑으로 왕관을 쓴 거북이가 있다. 거북이는 비슈누의 또 다른 화신으로 쿠르마라고 부른다. 쿠르마는 우유의 바다를 휘저을 때 바다로 옮겨온 만다라 산이 가라 않지 않도록 산을 떠 받치는 역할을 한다. 비슈누 위로 신들의 신인 인드라가 만다라 산의 꼭대기를 고정시키고 있으며 비슈누의 왼쪽에는 악신인 아수라가, 오른쪽에는 선신인 데바가 신성한 뱀의 모습을 한 바수키의 몸통을 잡아당기며 우유의 바다를  휘젓고 있다.


우유의 바다를 휘젓는 동안 생명의 어머니인 암소를 비롯하여 술의 여신인 바루니와 비슈누의 부인인 락슈미가 탄생하였으며 또한 거품 속에서 6억 명의 무희 압사라가 창조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불로 장생수인 암리타가 나오자 비슈누는 이를 선신들에게만 주었으며 암리타를 마신 선신들은 불멸의 삶을 살게 되었다.



앙코르 와트를 나와 크메르의 미소로 유명한 바이욘 사원과 크메르 제국의 가장 위대한 왕이었던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위해 지은 타프롬을 방문하였다. 특히 영화 속에서 보았던 타프롬은 폐허가 된 사원과 대자연의 생명력이 대조를 이루며 피워내는 고색적인 아름다움으로 방문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시내로 돌아온 우리는 점심을 위해 씨엠립 중심에 있는 크메르 치킨 식당을 찾았다.



캄보디아에 와서 캄보디아의 카레 음식인 아목의 맛을 보지 않았으면 캄보디아 음식을 먹었다고 볼 수 없다. 비록 호불호가 뚜렷한 음식이지만 진득하고 묵직한 카레 향신료의 맛이 진짜 별미다.


향신료를 싫어하는 여행자라면 얇게 썬 쇠고기를 데리야끼 양념으로 굽거나 볶아 마치 불고기와도 같은 캄보디아 전통음식인 록락을 추천한다. 고소한 고기와 데리야끼 소스의 맛이 어우러진 록락과 흰밥을 함께 먹으면 맛있는 캄보디아를 경험할 수 있다.


식당을 나와 톤례샵 끝에 있는 수상마을 메이쯔라이로 향한다. 강어귀에 도착하여도 건기로 인하여 강바닥이 보였다. 그래서 한참을 차를 타고 들어가서 가다가 물이 보이는 곳에서 배로 갈아타고 수상마을로 향했다.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바닥이 드러난 강을 헤쳐 가는 배 위에서 행복에만 매달린 내면의 바닥이 보였다. 수상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 중 일부는 호수에서 고기를 잡고 일부는 음식을 하며 아기를 돌본다. 또한 황토물이지만 수영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즐거움이 묻어난다. 사람들의 일상은 어디서나 똑같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입구에 곡동 마을 고등학생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 나와 있다.



늦은 시간이지만 금방이라도 목욕을 한 듯 깨끗하고 정성 어린 차림이다. 그들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손수건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뒤로 환한 달이 떠 있다.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섰다가 뒤돌아보면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는 선생님들을 보며 공항으로 들어섰다. 많은 인파로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아이들의 모습을 가슴속에 담으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레미제라블에서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평생을 의붓딸인 로제트를 위해 살다가 죽어가는 장발장 위로 천사들이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당신은 신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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