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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Dec 14. 2020

룩소르 여행 1

카르나크 신전

아스완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의 룩소르에 도착했다. 계절은 여름 끝이지만 뜨거운 태양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미리 예약해 둔 유럽식 호텔은 깨끗하고 에어컨 시설도 잘되어 있었다.


여행과 더위로 지친 몸의 휴식을 위해 하루 종일 호텔방에서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무료하면 루프트탑에 있는 수영장으로 가서 수영을 하며 나일 강을 바라보았다. 유유히 흐르는 나일 강과 야자수 넘어 아득한 지평선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오후 늦은 시간, 더위가 누그러지자 서둘러 카르나크 신전을 찾았다.



카르나크 신전은 기원전 2천 년 경에 아문 신을 위해 지어진 것으로 가장 전성기에는 신관만 600여 명이 상주할 정도로 이집트에서 가장 큰 신전이었다. 원래 이 지방 수호신이었던 아문은 신왕국 시대에 수도를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최고의 신으로 대접받았다. 부조 등에 자주 등장하는 뿔이 난 숫양의 머리를 한 남자의 모습이 바로 아문신으로 이후 태양신 라와 결합해 최고의 신이 되었다.



카르나크 신전 앞에는 스핑크스의 길이 있다. 하지만 스핑크스의 길에 있는 동물은 스핑크스가 아니라 숫양이다. 숫양은 아문신의 상징이다.  스핑크스 길을 지나면 필론이라고 부르는 성벽 형태의 탑문이 나온다. 이집트 신전에서 탑 문의 수가 많을수록 신전의 규모가 크며 그 중요도가 높아진다. 카르나크 신전의 탑문은 무려 10개이다.


탑문을 지나 신전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이 뚫려 있는 중앙 뜰이 나오고 그 뜰을 지나면 수많은 기둥이 줄지어 서 있는 열주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열주전을 지나면 마지막 성소인 제실이 나온다. 이렇듯 정형화된 이집트의 신전의 공간은 저마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거대한 성벽 문은 산을 의미하고 천장 없는 뜰은 열린 하늘을 의미한다. 또한 기둥들이 늘어서 있는 열주전은 숲을 상징하며 마지막 제실은 파라오를 모시는 곳으로 지상에 구현된 천국을 의미한다. 요약하면 신전은 하나의 소 우주를 보여준다.

 



카르나크 신전은 아몬 신을 위한 신전과 부인 무트 여신을 위한 신전 그리고 아들이자 전사의 신인 몬투를 모시는 신전 등 크게 세 개의 신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아몬 신전이 압도적으로 중요하고 커서 카르나크 신전을 아몬 대신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몬 신전의 제1 탑문을 지나면 그레이트 홀이 나온다. 입장하자마자 왼쪽의 나오는 소신전은 아몬신과 무트 그리고 몬트 신을 위한 기도실로 3개의 문이 보인다. 3개의 문은 각각 아몬 신과 무트 여신 그리고 몬투 신을 의미한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람세스 2세의 석상이 있다. 석상 무릎 밑에 있는 여자 석상은 그가 가장 사랑했던 부인인 네페르타리다. 탑문 벽에는 람세스 2세가 카데시 전투에서 히타이트 군을 격멸하는 장면이 부조되어 있다.


그리고 2 탑문을 지나면 이 신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 열주실이 나온다.



대열주실은 큰 기둥이 많이 세워진 공간으로 평균 24m의 기둥이 16줄로 서 있었다. 기둥의 총개수만 134개인 이 공간은 위대한 파라오들의 건축 경연장이었다. 이집트 신왕국 18왕조의 아멘호테프 3세와 19왕조의 람세스 1세 그리고 람세스 2세 등이 이 공간을 거대하게 만들었다. 기둥에는 무척 정교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주로 기둥을 세운 파라오가 적을 물리치고 승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3 탑문을 지나면 투트모스 1세의 오벨리스크가 보인다.



원래 이 곳에는 6개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었는데 투트모스 1세와 투트모스 3세가 각각 3개씩 만든 것으로 현재에는 투트모스 1세가 오벨리스크만 남아 있다. 높이는 22 미터에 무게는 143 톤인 오벨리스크에는 수직 비문이 있으며 모두 파라오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4 탑문을 지나면 14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와제타 전당이 나타난다.



왕위 계승식같은 주요한 의례들이 열렸던 이 곳은 14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공간이었지만 현재에는 기둥의 하단부와 오시리스 동상들만이 남아있다. 특히 이곳에는 30미터에 이르는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가 보이는데 현재까지 이집트에서 발견된 오벨리스크들 가운데에 가장 거대하다고 한다. 원래는 쌍으로 지어진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는 한 개는 파괴되었으며 현재는 한 개만 남아 있다. 하트셉수트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스스로 아문신의 딸이라는 것을 유난히 강조하였는데 이 오벨리스크에도 그 문구가 보인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아문을 위하여
나는 이것을 이루었다.



다음으로 투트모스 1세가 세운 5 탑문이 나오고 5 탑문을 지나면 다시 열주실이 있었는데 훼손이 심하여 그 형체를 알아보기가 어렵다. 폐허가된 열주실 뒤로 투트모스 3세가 세운 제6 탑문이 나오고 6 탑문을 지나면 신전의 마지막 성소인 지성소가 나온다.



지성소는 카르나크 신전에서 모시던 아문 신상과 그 신상이 신전 외부로 이동할 때에 사용되던 배 모양의 가마가 있었던 장소이다. 세로 18m 가로 6m의 지성소는 두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으며 첫 번째 방은 봉헌물을 위한 곳이며 두 번째 방은 신상을 모시던 곳이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지성소는 기도하는 장소가 아니라 신을 만나는 곳이었다.


제실 뒤로 가면 축제전이 나온다.



투트모스 3세의 신전으로 식물원이라고 불리는 축제전은 나일강의 범람과 국가의 풍요를 기원하며 축제를 벌이던 장소로 신전의 벽에는 각종 식물이 새겨져 있다.


축제전에서 정문으로 나오면 신성한 호수가 나온다.



이집트에서 가장 큰 인공 호수인 신성 호수에서 파라오와 사제들이 몸을 씻고 경건한 자세로 종교의식에 임했다고 한다. 신전에 내부에 만들어진 신성 호수들은 태초의 바다인 <눈>을 을 상징한다.


호수 근처에는 파괴된 하트셉수트 오벨리스크와 쇠똥구리 석상을 볼 수 있다.



하트셉수트 오벨리스크의 상단부에는 아문신에게 직접 왕관을 받아쓰는 하트셉수트 파라오의 모습을 묘사되어 있다. 이는 자신의 권위와 힘이 아문 신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보이는 쇠똥구리 석상은 부활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쇠똥구리는 짐승의 똥을 굴려 땅에 파묻고 그 속에 알을 낳는데 이집트 사람들은 그 모습이 태양신이 태양을 굴려 아침을 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쇠똥구리를 부활과 생명력의 상징으로 신봉해왔다.


카르나크 신전에는 지금까지 둘러본 아문 신전 말고도 몬트와 무트의 신전이 있다. 하지만 나머지 신전 들은 규모 면에서 아문 신전보다 작을 뿐 아니라 건물의 구조나 내용이 아문 신전의 것과 비슷하여 관람하지 않고 이곳에서 2.5km 떨어진 룩소르 신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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