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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Nov 19. 2020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1

고대 이집트인들이 꿈꾸는 내세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영국의 대영박물관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슈 미술관과 더불어 세계 4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400개의 전시실에 5천 년에 걸친 200만 점의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지에서 매트라고 불리는 매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유물 전시관은 이집트 전시관과 중세 유럽 전시관 그리고 미국 전시관이며 2층에 있는 회화관에서 렘브란트와 엘 그레코 그리고 인상파와 그 이후의 작품을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메트의 관람 순서 상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이집트 전시관이다. 이중 100번 전시실에 있는 페르네브의 무덤부터 감상을 시작하자.



페르네브는 고대 이집트 제2 왕조 시대의 왕자이자 사제로 기원전 2300년대에 만들어진 그의 무덤은 이집트 카이로 남쪽에 있던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에서 발견된 것으로 1913년에 이집트 정부로부터 이 유물을 사 왔다고 한다. 무덤 앞에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사자상이 무덤을 지키고 있다.



페르네브의 무덤은 마스타바라고 불리는 양식으로 지어진 무덤이다. 마스타바는 단층으로된 무덤으로 이 양식이 나중에 계단식으로 변모되었다가 최종적으로 피라미드로 완성된다.



마스타바 입구를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정원이 나타나는데 하늘 부분은 뚫려 있다. 정원을 둘러싼 각 벽에는 문이 있어 작은 방들로 연결되어 있다.



정원을 지나 제사를 올리는 방으로 들어가면 공물을 바치는 문이 나온다. 실제 제물은 중앙이 움푹 패인 문 앞의 석판에 놓였으며 페르네브의 영혼이 이 문에서 나와 음식을 받는다고 고대 이집트인들은 믿었다. 문의 아랫부분에 그려진 4명의 남자는 전부 페르네브의 초상으로 공물을 바치기위해 온 사람들을 환영하기 위해 마중을 나와 있다.



문 옆 벽면에 페르네브가 친척들과 시종들로부터 공물을 받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가장 크게 그려진 인물이 페르네브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인물의 중요도에 따라 그 크기를 달리해서 그렸다. 페르네브의 앞에는 공물로 바친 빵 덩어리가 쌓인 탁자가 놓여져 있으며 탁자 밑에는 공물의 품목이 적혀있다. 빵, 맥주, 소고기, 가금류, 리넨과 같은 옷 등 사후 세계에서도 페르네브는 풍요를 누린다. 인물들 위로도 끝도 없는 빵과 과일 그리고 생선 등의 공물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페르네브 얼굴 앞에 서있는 인물들을 보면 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이는 제사장으로 뒤에 사제가 부어주는 정화수로 공물을 바칠 제단을 닦고 있다. 그 뒤의 사제는 파피루스로 만든 두루마리에 적힌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집트 역사는 크게 고 왕국과 중 왕국 그리고 신 왕국으로 나누어진다. 고 왕국시대의 이집트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범람하는 나일강 주변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사막과 바다로 둘러싸여 외부 침략이 없는 평화로운 지역에서 살았던 그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하여 세상의 모든 것들은 순환한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생명이 없는 건조한 사막과 생명력이 넘치는 풍부한 초목으로 대비되는 환경에서 살았던 그들은 세상을 저승과 이승으로 나누어 이들 역시 반복된다고 생각하였다.


모든 것이 순환한다고 생각한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은 뒤에 저승에서 부활하여 평화로운 내세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저승에서 죽은 영혼이 다시 돌아올 육체를 보호하기 위해 미라를 만들었으며 무덤에는 그들이 꿈꾸는 평화로운 내세를 보여주는 그림과 조각품들로 장식하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생각하는 내세는 현세와 다른 세계가 아니라 현세가 연장된 세계였다. 그들은 죽음 뒤의 세계를 갈대의 들이라는 뜻을 가진 <세케트 이 아르>라고 불렀으며 이는 저승의 신인 오시리스가 지배하는 물과 곡식이 풍부한 낙원으로 현세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의미했다.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돌아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이
고대 이집트인들이 꿈꾸는 내세였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메트의 이집트 전시관에 있는 메케트레 무덤 조각들이다.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 고대 이집트 11, 12 왕조의 재상을 지냈던 메케트레의 무덤에서 발견된 조각들은 당시 풍요롭고 행복한 생활상들을 보여준다.


제일 먼저 당시 빵을 만들었던 제과점과 술을 만들었던 양조장의 모습을 살펴보자. 빵과 맥주를 만드는 것은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같은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이는 둘 다 같은 재료인 밀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작업장은 별도의 공간이지만 하나의 작업장 단지에 붙어 있다.  



어깨에 버톤 단추가 달린 경비원이 양조장의 출입구 안에 앉아 있으며 경비원 앞으로 한 남자가 발효한 술을 검은 점토 마개로 덮인 둥근 주전자에 붓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 한 여자가 반죽을 하고 있다. 경비원이 있는 좁은 문을 통과하면 한 남자가 유봉으로 곡물을 으깨고 있으며 그 옆으로 두 여자가 이를 밀가루로 갈고 있다. 또한 바로 옆에서 불을 땐 오븐에서 빵을 만들고 있으며 그 옆에 선 남자가 사각형 대야에서 누룩을 추가하고 있다.  그 다음칸에는 건장한 남자들이 반죽과 효모를 발로 밝아서 액체로 만들어 큰 통에 넣고 발효시키고 있다.  


다음 전시관에서 4천년 전 축사를 감상하자.



축사의 한쪽 칸에는 도축을 위해 소를 살 찌우고 있다. 큰 마구간에 있는 소 4 마리는 사료를 먹고 있으며 입구가 있는 칸에는 사료 더미와 곡물 자루가 보이는 곳에서 남자들이 손으로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소 중 하나는 너무 뚱뚱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보이며  문 옆에는 지휘봉을 손에 들고 있는 감독자가 앉아 있다.



다음 전시실에 보이는 모형에서는 곡물 자루를 운반하는 6명의 남성이 보이고 그 옆으로 곡물의 출입을 적고 있는 서기관들이 보인다. 네 명의 서기관 중 두 명은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사용하고 있고 두 명은 나무 판에 글을 쓰고 있다. 곡물 자루를 운반하는 남자가 6 명인데 비하여 서기관이 9명인 것으로 보아 당시 곡물 출입을 담당하는 서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음 전시관에는 노를 들어 올리고 강 하류로 흘러가고 있는 배를 보여준다. 이 모형에서 조타수는 기다란 키를 조종하고 있으며 뱃머리의 선원은 시시각각으로 변화는 물결과 수심을 측정하고 있다. 또한 메케트레는 객실 앞에 앉아 장님 하프 연주자의 음악에 맞추어 가수들이 부르는 음악을 듣고 있으며 그 앞에 선장이 서 있다.


마지막으로 조각품 중의 하이라이트인 공물을 옮기는 여인을 감상하자.



고왕국 시대에 장례식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여인은 머리에 음식 바구니를 이고 오른손에 오리를 들고 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저승의 신 오시리스의 색인 푸른색을 하고 있으며 화려한 의상과 여러 가지 장신구를 보아 그녀가 중요한 인물임을 나타낸다. 어쩌면 그녀는 죽은 자를 지키는 여신인 이시스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있는 것은 농촌 지역의 이집트인들이 세상에서 수행해야 하는 많은 의무들을 상징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은 셀 수 없는 영원한 과거이다. 고대 로마의 시대에서 다시 2천 년 전을 과거로 가야 인류 태동기의 4천년 전이 나온다. 이러한 시기에 이집트인들이 사실적이면서도 정교한 장식물들을 만들고 이를 영생을 꿈꾸는 무덤 장식에 사용하였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현재를 내세의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인식하였으며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깨달으며 살았다.  



이제 박물관에서 가장 큰 전시실로 이동하여 덴두르 신전을 감상하자.  


1965년 이집트의 아스완 댐 건설로 많은 고대 유물들이 수몰 위기에 처했는데 당시 미국은 유물 보존을 위해 이집트를 전격적으로 지원했다 .아부 심벨 신전이 이 때 미국의 도움으로 수몰을 면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이집트 정부는 덴드루 신전을 미국에 기증하여 현재 이 곳에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15 년경 이집트의 로마 총독 페트로니우스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지시에 위해 지은 댄두르 신전은 저승의 신인 오시리스를 섬기는 신전으로 당시 이집트 남쪽 끝에 있었던 누비아의 왕과 그의 두 아들을 위해 지었다.


신전 입구에 아멘호테프 3세의 동상이 보인다. 기원전 1400년경 열두 살의 나이에 즉위한 아멘호테프 3세는 이집트의 나폴레옹이라 부리는 투트모스 3세의 아들로 그의 아버지가 이루어 낸 성과로 이집트 역사상 가장 번영한 이집트를 물려받았다.


아멘호테프 3세 뒤로 나일강과 죽음의 바다를 의미하는 큰 저수지가 보이고 그 뒤로 신전의 필수 요소인 탑문과 전실 그리고 공물실과 성소가 차례로 보인다.



육중한 탑문을 지나면 공물실 입구에 파피루스로 장식된 기둥과 연꽃으로 장식된 기둥 머리가 보인다. 파피루스는 북부 이집트를 상징하고 연꽃은 남부 이집트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둘이 합해진 기둥의 형상은 통일 이집트를 나타낸다.



기둥 위로 날개를 펼친 지상의 왕이자 신인 호루스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집트 신화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처녀의 몸에서 태어난 이집트의 호루스는 위대한 태양의 신 <라>의 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직접 세상에 내려왔다. 그는 자신의 몸을 날개 달린 태양의 원반으로 변신시켰으며 두 여신을 뱀의 형태로 하여 자신의 옆에서 함께하도록 하였다. <라> 신의 적을 성공적으로 없앤 후 호루스는 지혜의 신 토르에게 남, 북 이집트 땅의 모든 신전에 날개달린 태양과 수직의 뱀 모양을 세우도록 명령을 했다.



공물실의 벽에는 신들에게 공물을 바치는 파라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오른쪽 벽에서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지혜의 신인 토트에게 술을 바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토트 신 뒤로 습기의 신인 테프누트도 보인다.



현관의 남쪽 벽에는 저승의 신 이시스가 누비아 부족장의 두 아들을 위해 향을 태우고 있는 모습이 있다.



성소 뒤쪽 벽에는 아우구스투스가 저승의 여신인 이시스에게 공물을 바치는 부조가 있다. 역시 위에는 태양의 모습을 하고 두 뱀이 옆에 있는 호루스신의 모습이 보인다.



파라오와 제사장만이 출입이 가능한 중앙 성소에 기원전 300년에 이집트 남서부 델타에서 모시던 태양신 라의 아내이자 여사제인 타게램 조각상이 있다.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조각상은 친절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가족의 평안을 지켜주는 여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조각상 뒤로 여신의 남편인 매테호프의 경력이 적혀 있다.


고대 이집트 인들을 자신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신전을 지었으며 그곳에서 영생을 꿈꾸며 경건한 마음으로 일상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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