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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Dec 01. 2020

괴레메 야외 박물관

스타워즈와 스머프의 배경이 되었던 터키의 심장 카파도키아는 300만 년 전 화산 폭발과 대규모 지진으로 회색빛 응회암으로 뒤덮였다. 그 후 오랜 풍화작용을 거쳐 기괴한 암석을 형성했고, 사람들은 암석에 굴을 뚫어 만든 수 천 개의 집과 수도원들을 만들었다.


코발트 빛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는 집과 수도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행자는 지구 밖의 어느 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자연과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괴레메 야외 박물관 역시 온통 기암괴석들로 만든 수도원과 암굴교회로 가득 차 있다. 1세기경 기독교의 핍박이 심해지자 기독교인들은 1년 365일을 상징하는 365개의 암굴교회를 만들어 신앙생활을 했다. 현재는 그 중 30개의 교회만 박물관으로 지정되어 일반인들을 맞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성 바실리우스 수도원이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가면 평평한 직사각형 방에 12개의 무덤이 바닥에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 보이는 4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예배당으로 들어가면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벽화와 성 테오도르가 로마식 군복을 입고 이단을 상징하는 뱀과 싸우는 장면의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되자 교세는 날로 확장하여 교회가 큰 재산을 소유하며 타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교회의 세속화에 반대하는 성 바실리우스는 노동과 자선 그리고 공동생활을 토대로 한 수도원을 창설하여 청빈과 순명 그리고 정결로 요약되는 계율을 실천하였다. 이후 수도원의 성직자들은 규칙적인 기도와 명상 그리고 노동 활동을 하였으며 도서관과 학교를 지어 지역 교육도 담당하였다. 또한 자선사업과 농업 활동을 통해 사회사업을 병행하여 중세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다음은 애플 교회라로 불리는 엘마르 교회로 이동하자.



네 개 원주가 받치는 돔이 있는 엘마르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벽화 가운데에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고 유다의 배반 등이 그려져 있다.  교회의 이름은 정문 앞에서 오래전에 무너진 사과 과수원에서 그 이름을 따와 애플교회라 불렀다.


엘말르 교회와 붙어 있는 성 바르바라 교회는 11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천장의 돔은 장수와 불멸을 상징하는 야자수로, 교회의 벽은 비잔틴 양식의 십자가로 장식되어 있다.



바르바라는 기독교 박해시대에 예수를 믿었던 여인의 이름으로 그녀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감금되어 결국 죽임을 당하였다.


입구로 들어서면 한 손에 십자가를 들고 다른 손에 축복을 주는 성 바르바라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녀의 뒤로 두 명의 순교자가 보인다. 그리고 꽃을 닮은 무언가를 쪼아 먹는 수탉의 모습과 두 개의 십자가 사이로 올라온 이상한 생물의 모습도 보인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수탉이 아침 일찍 일어나 악령을 쫓아냈다고 믿었기 때문에 수탉을 많이 그렸으며 또한 악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학적인 마법의 주문들을 많이 사용하였다.


애플 교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2세기경 그려진 최후의 만찬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화려한 프레스코화에서 왜지 모를 숙연함이 느껴진다.   


다음으로 터키어로 뱀이라는 뜻을 가진 일란르 교회를 방문하자.



교회안으로 들어가면 입구 맞은편에는 손에 책을 든 그리스도가 보이고 그의 왼쪽에는 커다란 십자가를 중심에 두고 콘스탄티누스 황제와 그의 어머니 헬레나가 보인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바르바라 교회와 같이 뱀과 싸우는 성 그레고리우스와 성 테오도로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중앙의 그리스도의 오른쪽 벽면에 그려진 세 명의 성인은 성 바실리오와 성 토마스 그리고 성 오노프리우스다. 왼쪽의 오노프리우스를 자세히 보면 얼굴에는 수염이 있으나 가슴은 여자처럼 볼록하게 나와 있다. 오노프리우스는 원래 여인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가 죄를 회개한 후 남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 결과 결국 남자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13세기에 지어진 카란륵 교회로 이동하여 계속해서 감상하자.



13세기에 지어진 카란륵 교회는 채광창이 작아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어둠의 교회라고 불린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빛이 적어 잘 보존된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유다의 배신과 최후의 만찬 그리고 십자가 처형 등 예수의 일대기를 그린 프레스코화를 감상하다 보면 색상이 너무 선명해 최근에 그려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제 괴레메 박물관의 가장 끝에 위치한 차르클르 교회로 이동하자.



교회를 들어가면 정면에 있는 예수의 승천 벽화 아래 발자국 모양이 찍혀 있어 샌들이라는 뜻을 가진 차르클르 교회는 13세기에 지어졌다. 기독교의 성화는 주로 3단계로 나누어지는데 1단계는 예수의 탄생과 성장을 2단계가 예수의 기적을 그리고 3단계는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중심 주제로 가룬다. 이 곳은 마지막 3단계인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그리고 있다.


교회안의 중앙 돔을 보면 예수와 천사장들이 보이고 네 귀퉁이에는 4대 복음서의 저자인 마태와 마가 그리고 누가와 요한이 그려져 있다. 또한 그 옆 벽면에는 그리스도에게 인간의 죄를 사해 달라는 성모 마리아와 세례 요한의 모습도 보인다.




박물관 출구로 나오면 출구 옆에 5층 규모의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보이는데 이전에 수녀원이었다고 한다. 여자 수도사들만 머물렀다는 이곳의 1 층에는 주방과 식당이 있었으며 2 층에는 예배당, 3층부터는 강의실과 기숙사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개방이 안되어 밖에서만 관찰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박물관 감상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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