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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Dec 21. 2020

크루거 파크

사파리 투어

요하네스버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남아공의 행정 수도인 프리토리아로 왔다. 프리토리아는 1855년 옛 트란스발 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프레토리우스에 의해 건설된 도시로 그의 이름을 가져와서 프리토리아라고 부른다. 남아공의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는 행정 수도답게 대통령의 관저인 유니온 빌딩이 있다. 스페인의 왕궁처럼 보이는 유니온 빌딩은 남아공 최고의 건물로 이곳에서 만델라 대통령이 서거 후 장례식이 이곳에서 거행되었다.



유니온 빌딩 앞에 있는 광장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넬슨 만델라 동상이 도시를 다 품에 안을 듯 팔을 벌리고 있다.



1950년대 남아프리카에서는 흑인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 극에 달했다. 공공장소 물론 대중교통과 교육시설 그리고 거주지 등 일상의 대부분에서 백인과 강제로 분리하는 정책인 <아파르트 헤이트>가 시행되었다. 이에 아프리카 국민회의를 중심으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던 만델라는 1962년 요하네스버그의 은신처로 돌아가는 길에 체포되었으며 5년형을 선고받았다가 1964년 항소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27년을 복역했다.


만델라는 27년간을 복역하면서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이 되었으며 199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후 석방된 그는 1994년 자유선거를 통해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으며 350여 년에 걸친 인종분규를 종식시켰다.


유니온 궁에서 나와 볼트레커 기념관으로 이동한다.



프리토리아에서 남쪽으로 12km 정도 떨어진 언덕 위에 있는 기념관은 남아프리카에 이주해 온 네덜란드 이주민들의 힘겨운 이주과정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웠다.



거대한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그들의 힘든 개척사보다는 갑자기 쳐들어온 유럽 사람들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받으며 죽어나간 원주민들의 아픔이 더욱 생각났다. 아직도 남아공의 주 권력층이자 부유층은 소수의 백인들이고 다수의 흑인들은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프리토리아에서 4시간을 달려 아프리카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세계 최고의 사파리 관광지인 크루거 파크를 찾았다.



경상북도 크기의 크루거 파크는 남아공 초대 대통령인 파을 크루거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곳으로 1898년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192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사냥이 법으로 금지되었다. 크루거 파카에는 아프리카의 빅 5라 불리는 표범과 사자 그리고 물소 및 코뿔소, 코끼리를 비롯하여 대형동물만 20여 종 8,0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다음날 새벽 5시, 우리 일행은 사파리 투어를 시작했다. 사륜 구동 사파리 차량에 올라타자 가이드는 의자에서 일어서거나 차량 밖으로 나와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사파리 투어에서 가장 먼저 만난 동물은 기린이다. 우리가 지나가자 큰 키를 이용해 눈만 껌벅이며 기린들이 잎을 먹고 있다. 조금 지나자 차가 움직이지 못한다. 원숭이가 길을 막고 있어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 후로 희귀한 새만 간간이 보이는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침묵을 깨운 것은 코끼리 떼였다. 숲에서 어슬렁거리며 나와 우리 옆을 지나간다. 호기심에 사진을 찍자 짜증이 나는지 갑자기 큰 나무를 쓰러뜨리며 멀어져 간다.



차량을 돌려 강으로 다가가자 코뿔소 한 마리가 물을 먹고 있다. 그리고 강 건너편으로 하마가 수초를 뜯다가 물속으로 몸을 감춘다. 하마는 아프리카 탐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사살한 가장 포악한 동물이라 한다.


잠심과 함께 휴식을 취한 후 오후 사파리가 시작되는데 갑자기 무전이 온다. 무전을 받자마자 사파리 차량이 급히 어디론가 달려간다. 표범이다. 표범은 야행성이어서 보기가 힘들다고 했다. 표범은 금방 잡은 토끼를 먹고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잠시 날카로운 눈빛만 반짝일 뿐 다시 먹이를 먹는데 집중한다. 배가 부른 지 한참을 먹던 토끼를 입에 문 표범은 나무 위로 올라가 먹이를 걸어 놓는다. 가이드는 저 정도면 일주일 정도의 양식은 된다고 한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뒤 다시 투어가 시작되고 우리는 얼룩말과 임팔라를 보았다. 하지만 사자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오려는데 연못 근처에서 거짓말처럼 사자가 나타났다.



어미 사자가 새끼 사자 둘을 데리고 물을 먹으러 간다. 긴장된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지만 사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새끼 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물은 먹고 나자 사자들은 어슬렁거리며 사라진다.



야생 짐승들의 위협적인 포효와 눈빛을 기대한 나로서는 실망스러운 사파리 투어였지만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면서 그 생각이 기우임을 알았다



숙소 앞 바비큐 시설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데  음산한 기운이 돌았다. 숙소를 에워싼 1만 2천 볼트의 고압 전기 철조망 뒤로 수많은 하이에나가 매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오싹했지만 우리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으며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금방이라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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