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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Jan 11. 2021

히틀러 별장

행복의 조건

뮌헨에서 기차를 타고 히틀러 별장이 있는 알프스 지역의 베르히데스가덴으로 가는 중에 킴 호수를 만난다. 킴 호수에는 두 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 큰 섬을 헤렌 킴제 섬이라 부르고 작은 섬은 프라우엔 킴제 섬이라 부른다. 헤렌과 프라우엔은 각각 남자와 여자를 뜻하는 독일어로 8세기 각 섬의 남녀 수도사들이 신앙에만 전념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들만의 출입만 허용했다고 한다.



킴 호수 역에 내려서 20분을 걸어가면 킴 호수로 가는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이 나온다. 유람선을 타고 20분을 가서 내리면 헤렌킴제 성의 매표소가 나온다. 티켓을 구매하고 헤렌킴제 성까지 천천히 걸어가는 길은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푸른 초원과 울창한 숲으로 여행자에게 최고의 산책길을 제공한다.



궁전 앞 정원에는 3개의 분수가 있는데 그중 1883년에 만들어진 레토 분수는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같은 이름의 분수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분수 중앙에는 그리스 여신 레토와 그녀가 낳은 아르테미스 그리고 아폴로의 대리석 조각이 놓여 있다. 또한 그 아래로는 신화 속에서 레토가 물 마시는 것을 방해해 저주받은 사람들이 개구리로 변하여 레토를 바라보며 울고 있다.


정원을 지나면 루트비히 2세가 지은 최대 규모의 건물인 킴제 성이 나온다. 1878년에 시작하여 1885년에 완공한 킴제 성은 당시 모든 군주가 부러워했던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하여 지은 것으로 70개의 방 중 중앙 부분의 20개만 완성된 채로 보존되어 있다.



바이에른 공국의 비운의 왕 루트비히 2세가 남긴 궁전은 총 세 곳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디즈니 성의 모태가 되었던 노이슈반슈타인 성이지만 궁전 건축에 대한 집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헤렌킴제 성이다. 루드비히 2세는 이 궁전을 만들다가 국고를 탕진하였으며 의회에 의해 탄핵되어 유배되었다가 얼마 후 원인모를 이유로 사망하였다. 궁전 역시 미완성으로 남았다.


킴제 성을 나와 20~30분이면 섬 한 바퀴를 다 둘러볼 수 있다. 섬을 여유롭게 산책하고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와 오늘의 목적지인 베르히데스가덴으로 이동한다. 기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베르히데스가덴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은 쾨니히 호수이다.



호수의 왕이라는 뜻의 쾨니히 호수는 2천 미터의 알프스 봉우리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어 독일에서 가장 청정한 호수로 꼽힌다. 쾨니히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가면 맑은 호수와 절벽 그리고 폭포가 하나로 어우러진 멋진 절경을 여행자에게 선사한다.



맑고 깨끗한 강을 가로지른 유람선은 초록의 산들을 배경으로 하얀 건물에 양파 모양의 붉은 지붕을 한 바르톨로메 수도원 옆의 선착장에 잠시 머무른다. 1134년에 처음 지어진 바르톨로메 수도원은 1697년에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지어졌다. 선착장에 내려서 30분 정도 주위를 둘러보며 그 맑음에 마음껏 취한 후 다시 유람선을 타고 돌아와 히틀러 별장으로 향한다.



히틀러 별장인 켈슈타인 하우스로 가기 위해서는 산 아래 있는 공원 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해야 한다. 매표소 바로 앞에는 산 정상의 켈슈타인 하우스까지 여행자를 데려다 줄 전용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켈슈타인 하우스까지의 산 길은 1차선으로 누구든 전용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오르면 터널 입구가 나타난다. 그리고 좁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수직으로 124m를 오르는 엘리베이터가 나타난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순식간에 정상에 오르면 마침내 히틀러 별장인 켈슈타인 하우스가 기다리고 있다.



흔히 독수리 둥지로 불리는 켈슈타인 하우스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바이에른 알프스가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1939년 아돌프 히틀러의 개인 비서인 마르틴 보어만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이 별장에서 히틀러는 나치 의원들과 회의를 하거나 휴식을 취했으며 50살 생일파티를 개최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평범한 세관원의 아들로 태어나 화가를 꿈꾸면서 미술 학교를 다니던 중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독일군에 입대한다. 1차 세계대전이 독일의 패전으로 끝나자 그는 나치당에  들어가 정치를 시작하였으며 청중을 압도하는 연설로 소수 정당이었던 나치당을 제1당으로 올려놓는다. 이후 그는 1933년 총리직과 1934년 대통령직을 거쳐 총통의 자리에 올라 12년간 독재를 하면서 독일의 부흥을 위해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다.


2차 세계 대전 중  5천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하였으며 그중 600만 명의 무고한 유대인들이 나치에 의해 희생되었다. 히틀러는 유대인이 독일 경제와 언론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독일에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대량 학살하였다. 2차 세계 대전 초기에는 독일이 우세하였지만 1942년 러시아에  패배하고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면서 독일은 항복을 하고 히틀러는 자살로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인종과 국가 이기주의에 매몰된 맹목적인 신념의 지도자인 히틀러가 남긴 별장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절경을 자랑한다. 히틀러의 별장은 인격적으로 성장하지 못하여 자신의 꿈속에서만 살았던 루드비히 2세가 마지막 남긴 킴제 성을 떠 올리게 한다.


하루 종일 물질적이며 감각적인 행복을 쫓은 지도자의 황홀한 건물들을 돌아보면서 비싼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해 평생 억대 빚쟁이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자꾸 어른거린다. 인생의 행복과 평안이 남한테 기죽지 않는 멋진 집을 소유하면 정말 찾아오는 것인지 여행자는 묻고 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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