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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Feb 21. 2021

파리 에펠탑

영원한 추억으로 남는 파리의 첫날밤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호텔을 나와  파리로 가는 유로스타를 타기 위해 킹스 크로스 역으로 이동한다. 런던에서 파리까지 이동시간은 3시간이며 시차가 1시간 있어 파리 도착 예정시간은 4시간 이후이다.



유로스타 역에서는 국경을 넘어가는 관계로 짐 검사와 여권심사를 하기 때문에 최소 출발시간 2시간 전에 도착하여 수속을 밟아야 한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성처럼 생긴 킹스크로스 역에 여유있게 도착하였다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9와 3/4 정류장으로 가서 기념사진을 남기자.


파리로 가는 유로스타는 우리나라 KTX와 같은 기차라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기차 안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잠시 졸다 보면 파리의 북역에 금새 도착한다. 북역에 내려서 파리 명물인 소매치기를 조심하면서 M이라고 표시되는 지하철역으로 이동한다.



지하철 역에 도착하면 티켓 창구나 머신에서 하루 종일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스 1-2 존을 구입해야 한다. 티켓 요금은 10유로 이하로 매우 저렴하다. 단 내일 베르사유를 가시 위해서는 모빌리스 1-4 존을 구입해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호텔이 있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으면 호텔에 도착한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파리의 호텔을 예약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호텔이 도시 중심과 가깝고 깨끗하며 가성비가 좋아도 센 강 북쪽은피하는 것이 좋다. 상상 이상으로 소매치기와 강도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정한 호텔이 파리 남쪽에 있는 로지인이다. 로지인 호텔은 가성 대비 시설이 깨끗하고 방도 넓으며 다음 행선지인 스위스를 가기 위한 리용 역과도 가깝다. 무엇보다 베르사유를 비롯하여 시내와 접근성이 뛰어난 호텔이다


호텔에서 나와 지하철을 이용해 샤이요 궁으로 이동한다.


지하철에서 내려 샤이요 궁전의 광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에펠탑이 바로 내 눈앞에 펼쳐지면 여행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광장 입구 바닥에 새겨진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프랑스 헌법의 구절도 무시한 채 드높은 에펠탑으로 곧장 달려간다. 그리고 광장 끝에 섰을 때 비로소 내가 유럽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독수리 날개를 펼친 것처럼 대칭을 이루며 서 있는 샤이요 궁전에서 에펠탑까지 뻗어 있는 트로카데로 공원은 푸른 잔디와 커다란 연못으로 에펠탑의 풍경을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트로카데로는 1823년 스페인의 트로카데로 요새에서 프랑스군의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붙여진 것으로 이름으로 이전에는 이 지역을 샤이요라고 불렀다. 샤이요 궁전은 1937년에 열렸던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세운 건물로 현재는 영화 박물관과 인류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트로카데로 광장과 센 강을 가로지르면 에펠탑이 나타난다.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세계 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것으로 세계 박람회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비행기에서도 박람회 위치를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귀스타브 에펠의 설계로 세워진 에펠탑은 원래는 박람회가 끝나면 철거될 계획이었다. 당시 파리의 예술가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에펠탑이 예술의 도시 파리와 어울리지 않는 추악한 철덩어로 비판했다. 애펠탑을 가장 혐오한 예술가는 <여자의 일생>으로 유명한 소설가 모파상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는 에펠탑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자주 점심을 먹었다.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곳이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요.




이후 최신 송신 안테나를 세우기에 이상적이라는 이유로 철거 위기를 모면한 에펠탑은 높이 320m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네 개의 탑 다리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에펠탑의 정상에 오르면 매혹적인 파리의 전경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에펠탑을 나와 지하철로 몽마르트르로 이동한다.


풍차가 많아 파리 전역에 밀가루를 공급했던 몽마르트르에 19세기 말이 되자 저렴한 임대료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수많은 예술가들이 몰려들었다. 그로 인해 이곳은 활기찬 술집과 소란스러운 카바레 그리고 사창가로 번성했다. 몽마르트르의 예술적 전성기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로 당시 피카소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이곳에 살았다.



몽마르트르에 있는 아베스 지하철역을 나와 역 입구를 돌아보면 매혹적인 곡선에 초록색 철제 구조물이 보인다. 19세기 말 식민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던 많은 물자로 풍요로운 시대에 만들어진 지하철 역사는 아르누보 양식으로 장식되어 있다.



역 앞에 있는 아베스 광장은 수녀들의 광장이라는 뜻으로 루이 16세가 몽마르트르 정상에 수녀원을 건설하였으나 언덕을 오르내리는데 지친 수녀들은 이 광장으로 수녀원을 옮겨와 그때부터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세계 각국의 말로 당신을 사랑한다는 단어를 적은 사랑의 벽화가 있어 많은 여행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아베스 광장에서 몽마르트르 사원 쪽으로 걸어가면 이븐 르 탁 거리가 나온다.



이곳은 프랑스의 초대 주교였던 생드니가 순교당한 곳으로 원래 그는 몽마르트르 꼭대기에 있는 마르스 신전에서 처형될 예정이었지만 언덕을 오르다 지친 로마 병사들이 이곳에서 그의 목을 베었다. 목이 잘린 생드니는 그의 머리를 들고 6km 더 걸어가 멈추었으며 그가 멈춘 곳에 현재 생드니 예배당이 있다.


이븐 르탁 거리 끝으로 가면 성 피에르 광장이 나온다.



광장에서 올려보면 파란 하늘 아래 하얀 성당이 서 있다. 사크레쾨르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이 부담된다면 계단 오른쪽에 있는 쿠니 풀라를 이용하자. 푸니쿨라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여유를 가지고 계단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파리의 모습을 즐겼다면 바로 뒤에 보이는 성당으로 이동하자. 1919년에 완성한 사크레쾨르 성당은 아름답기보다는 장엄하고 강렬하다.



1870년에 프로이센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프랑스는 회개하는 심정으로 이 성당을 건설하였다. 성당의 정문 위에는 두 개의 동상이 서 있는데 왼쪽은 중세 프랑스의 전성기를 이끌며 금욕과 청빈 그리고 자선이라는 기독교적 이상을 온 몸으로 보여준 루이 9세이다. 맞은 편에 서 있는 동상은 프랑스를 영국에서 구한 영웅 잔다르크이다. 성당 내부에 들어가면 돔 아래에 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자이크가 보인다. 모자이크화는 그 크기가 세계 최고이다.


성당을 나와 오른쪽으로 10분을 걸으면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가장 유명한 테르트르 광장이 나타난다.




14세기에 만들어진 몽마르트르의 심장인 테르트르 광장은 화가의 거리로 19세기 말에 가장 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피카소와 달리 등 거장들이 떠난 후 명성이 많이 시들해졌으며 오늘날 많은 무명 화가들이 광장 한 구석에서 풍경화나 초상화로 영업을 하고 있다. 또한 광장을 둘러싼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은 맛보다는 분위기를 팔고 있으며 그중 가장 오래된 곳은 1793년 여주인의 이름을 따서 문을 연 라 메르 카트린 레스토랑이다.


테르트르 광장을 지나면 오늘 저녁 만찬을 즐길 식당인 라 본네 프란퀘테가 나온다. 피카소와 르느와르가 자주 이용했던 식당안으로 들어가면 아늑하고 낭만적인 인테레어가 눈에 띈다.



파리의 첫날밤을 즐길 저녁 메뉴로 파리하면 떠오르는 달팽이 요리와 스테이크 그리고 초코 케이크로 구성된 세미 코스를 주문한다.



전식으로 나오는 에스카르고는 식용 달팽이를 끓는 물에 데쳐 마늘과 버터 그리고 파슬리 등을 껍질 속에 넣고 오븐에 구워 낸 것으로 쫄깃하며 풍미가 넘친다. 특히 바질과 올리버유로 만든 달팽이 요리 소스에 바게트 빵을 찍어먹으면 고소하고 달콤한 맛에 여행의 즐거움이 점점 더 고조된다.


본식으로 육즙이 배어 있는 부드러운 스테이크와 싱그러운 향과 깔끔한 뒷맛이 일품인 포도주를 곁들인다면 평생 기억될 파리의 첫날밤이 완성된다. 후식으로 나오는 크림소스의 초콜렛 케익은 파리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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