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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Feb 22. 2021

파리 산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파리 호텔의 아침식사는 유럽을 통틀어 가장 소박하다. 햄과 치즈 그리고 바게트를 기본으로 크루아상과 시리얼이 제공되며 음료로 커피와 주스가 제공된다. 가끔씩 삶은 계란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뜨거운 물에 직접 삶아먹어야 한다.



그러나 금방 나온 크루아상과 바케트는 냄새부터 고소한 향을 풍기며 바삭거리는 식감이 너무 좋다. 여기에 버터와 잼을 올려 먹은 뒤 커피 한잔을 마시면 맛있는 아침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베르사유를 가기 위해 서둘러 호텔을 나선다. 파리 근교에 있는 베르사유를 가기 위해 일일 권으로 모빌리스 1-4 존을 사야 한다. 티켓을 구입하였다면 호텔 앞에 있는 트램을 타고 종점에서 내려서 파리 국철인 RER로 갈아타면 30분 만에 베르사유에 도착한다.



베르사유 역에 도착하여 10분 정도 걸으면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이 눈 앞에 펼쳐지며 여행자를 설레게 한다.



루이 14세는 왕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베르사유 궁전을 지었다. 그는 어린 시절 민란으로 공포와 위협의 대상이었던 파리의 궁전을 버리고 아버지가 사용하던 사냥터에 거대한 궁전을 지었다. 20년간 지은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에서 루이 14세는 절대적인 권력자가 되었으며 귀족은 왕을 신처럼 떠받들어야 했다.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은 철저한 좌우 대칭과 장엄한 U자 형태로 방문자를 압도한다.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의 앞면은 파리를 향하게 하고 뒤면은 자연을 상징하는 대규모의 정원을 향하게 한 후 그 중심에 궁전을 두어 자신이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였다.


궁전 내부 역시 절대적인 국왕의 힘과 권위를 보여준다.



본관의 중앙 2층에 위치한 73m의 거울의 방에 들어서면 17개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태양 빛이 커다란 거울과 샹들리에를 비추며 빛의 향연을 펼친다. 대연회를 베푸는 이곳의 천장에는 고대 신화의 영웅들이 그려져 있는 다른 방과 달리 태양왕 루이 14세가 그려져 있어 그가 살아있는 영웅임을 보여준다.



베르사유 궁전 관람의 진수는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되는 베르사유 정원에 있다. 20만 그루의 나무와 산책로 그리고 운하가 조성되어 있는 정원을 미니 전기차나 자전거를 빌려 한 바퀴를 돌다 보면 왕실 정원의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에 누구라도 베르사유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베르사유 궁전을 나와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프랑스 식당은  물론 이탈리아 식당과 중국 식당 그리고 일식당이 있는 먹자골목이 펼쳐진다.



며칠 동안 서양 음식에 질린 여행자라면 저렴하면서 맛있는 베트남 식당 보분을 추천한다. 깔끔하면서 시원한 국물과 식감이 좋은 쌀국수는 배고픈 여행자를 순식간에 만족시킨다. 물론 고수 향이 싫으신 분은 빼 달라고 하면 된다.


베르사유에서  RER 기차를 타면 30분 만에 오르세 미술관에 도착한다.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축한 오르세 미술관은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마네와 모네 그리고 고흐 등의 작품들로 꽉 차있다.


​19세기 화가들은 더 이상 왕이나 귀족들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낭만주의 화가들은 그들의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자유로운 주제로 그림을 그렸으며 사실주의 화가들은 시민혁명으로 주인이 된 시민의 일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또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명암법과 원근법 같은 장식적인 기교를 버리고 평면적이면서 심플한 그림을 그렸다.

그들은 당시 발명된 휴대용 물감을 가지고 기차를 타고 야외로 나가 눈에 비치는 풍경의 빛을 그리기 시작했다.



밀레는 <만종>을 통하여 회화사상 처음으로 자연과 평범한 사람을 주제로 보여주며 자연과 인간을 예찬하였으며 르느와르는 <물 랭 드 라 칼레트의 무도회>를 통해 반짝거리는 햇살과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그렸다.



또한 고흐는 <오베르의 교회>를 통해 고흐 특유의 살아서 꿈틀대는 듯한 격렬한 터치와 강렬한 색으로 내면의 아름다움 그렸으며 불우하고 짧은 삶을 살았던 로트렉은 < 화장>을 통해 물랭루주에서 일하는 여인들의 힘든 삶을 보여주었다. 로트렉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삶은 충분히 슬프다.
그래서 화려한 빨간색과 파란색이 필요하다.  



오르세 미술관을 나와 다리를 건너면 튈르리 정원이다. 튈르리 정원은 루브르 박물관과 콩코드 광장 사이에 있는 정원으로 가장 프랑스적인 정원으로 손꼽힌다.



1564년 앙리 2세의 부인이었던 카트린 드 메디치에 의해 만들어진 튈르리 정원은 궁전과 함께 만들어졌으나 정작 그녀는 점성가의 반대로 이곳에서 하루도 살지 못했다.


정원이 완성되자 정원은 귀족들의 사교장이 되었다. 귀족들은 화려한 옷과 새 마차를 자랑하기 위해 정원을 어슬렁거렸으며 태양왕 루이 14세는 이곳에서 첫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며 로마 황제처럼 차려입고 2만 명의 관중 앞을 지나갔다. 궁전은 1871년 파리 코뮌 기간 중 불태워져 사라졌지만 정원은 시민 공원으로 살아남아 파리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휴식처가 되었다.


튈르리 공원 끝에 오랑쥬리 미술관이 있다. 오랑쥬리 미술관에는 세잔과 마티스 그리고 르느와르 등 인상주의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단연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모네의 <수련>이다.



두 개의 큰 타원형으로 이루어진 1층 전시실로 입장하면  모든 전시실이 수련으로 꽉 차 있다. 하지만 수련의 형체는 보이지 않고 해와 물이 만나 펼치는 빛의 형연만이 넘친다. 모네는 수련을 통해 주제와 형식에서 벗어나는 추상화의 선구자가 되었다.


튈르리 정원을 나서면 콩코드 광장이 나온다.



파리에서 가장 크고 역사적인 콩코드 광장은 루이 15세의 명령으로 조성되어 루이 15세 광장이라 불렸지만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한 천여 명이 사람들이 이곳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면서 혁명광장이라고 불렸다. 프랑스혁명이 끝나고 화합이라는 의미의 콩코드라고 불려지는 광장에 이집트에서 선물 받은 오벨리스크가 파란만장한 프랑스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콩코드 광장을 지나면 샹젤리제 거리가 펼쳐진다.



콩코르드 광장에서 개선문까지 2km 길이의 샹젤리제 거리는 파리의 모든 행렬과 축제의 장소이다. 나폴레옹의 유해 반환을 기념하는 행진도 이곳에서 열렸으며 1,2차 세계대전의 승전 퍼레이드도 이곳에서 거행되었다. 현재 7월 14일 프랑스혁명 기념일을 비롯하여 큰 행사 역시 이곳에서 성대하게 치러진다.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보면 루이뷔통 본사는 물론 유일하게 살아남은 파이바 대 저택을 만나볼 수 있으며 풍요로운 앨 포크 시대에 세워진 카페 라뒤레에서 원조 마카롱을 맛볼 수 있다.


지친 몸을 달래며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파란색 천막의 레옹 식당으로 이동한다.



화이트 와인과 버터로 맛을 낸 홍합요리는 바다향과 더불어 담백하면서 감칠맛이 배어 있다. 곁들여 나오는 고소한 바케트나 튀긴 감자와 함께 먹는다면 풍족한 저녁식사로 안성맞춤이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최고의 여행지는 단연 개선문이다. 식당을 나와 샹젤리제 거리 끝으로 가면 개선문으로 갈 수 있는 전용 지하도가 나온다. 지하도를 건너면 개선문이 그 우람한 자태를 드러낸다.  



나폴레옹이 1805년 오스테를리츠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개선문은 수많은 조각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792 프랑스 혁명군의 출발>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애국가를 뜻하는 말과 동일한 <라 마르세예즈>라고 불리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목숨을 잃은 무명용사들의 무덤을 지나 개선문 위로 올라가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한눈에 펼쳐지며 여행자는 승리의 쾌감으로 충만해진다.



별 모양으로 펼쳐진 장엄하고 아름다운 파리 시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왜 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이야기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황홀함에 빠진 여행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리의 전경을 마음으로 새기고 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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