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장미
부다페스트의 영웅광장은 헝가리 건국 천 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1926년에 완성한 곳으로 중앙에 높이 36m의 기념 탑이 있고 기념탑 주위로 헝가리가 배출한 위대한 인물들의 동상이 늘어서 있다.
십자가와 헝가리 건국의 아버지인 성 이슈트반의 왕관을 들고 있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꼭대기에 있는 기념탑 아래에는 헝가리를 세운 마자르 민족을 이곳으로 인도했던 아라파드를 선두로 7부족장의 기마상이 있으며 바닥의 동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마자르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들을 기억하며
영웅광장에서 시민공원을 지나면 세치니 온천이 나온다.
1931년에 문을 연 세치니 온천은 유럽 최대의 온천으로 네오바로크식의 멋진 궁전으로 꾸며져 있다. 지하 천 미터에서 뿜어 나오는 온천수로 유명한 이곳에는 늘 현지인과 여행자들로 북적거린다.
세치니 온천에서 지하철을 타고 성 이슈트반 성당으로 이동한다.
헝가리를 기독교 국가로 만든 헝가리의 초대 왕인 이슈트반에게 바쳐진 이 성당은 8천5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성당으로 헝가리 사람들의 정신적인 구심점의 역할을 한다. 성당으로 입장하면 중앙 제단에 성 이슈트반의 조각상이 보이고 중앙 제단을 돌아서 왼쪽으로 가면 조그만 경당에 이슈트반의 오른손이 미라로 보존되어 있다.
이슈트반 성당을 나와서 트램을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면 국회의사당이 나온다.
헝가리 건국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1884년부터 1904년까지 지은 국회의사당은 1년을 상징하는 365개의 첨탑과 르네상스 양식의 쿠폴라로 장식되어 있다. 국회의사당으로 입장하면 화려한 16 각형의 중앙 홀을 만날 수 있으며 이곳에서 성 이슈트반을 비롯하여 역대 헝가리 왕들의 왕관을 감상할 수 있다.
국회의사당을 나와 도나우 강으로 걸어가면 강가에 신발 조형물을 볼 수 있다.
강가에서 총살당했던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이 곳에 철을 이용해 저마다 다른 크기로 만들어진 60켤레의 낡은 신발들이 도나우 강 앞에서 넋을 잃고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도나우 강변을 다니는 트램을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면 바치 거리가 나온다,.
부다페스트의 최대 쇼핑거리인 바치 거리는 세련된 상점과 멋진 장식을 한 식당과 카페가 줄지어 서있다. 바치 거리를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1897년에 오픈한 중앙시장이 나온다. 알록달록한 지붕으로 장식한 중앙시장으로 들어가면 과일과 채소 그리고 고기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고 2층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나온다.
오늘 점심은 중앙시장 맞은편에 있는 포 세일 펍에서 굴라쉬로 즐긴다.
밤알 크기의 쇠고기를 양배추와 파프리카, 마늘, 양파, 토마토, 크림과 섞어 끓인 헝가리의 전통음식인 굴라쉬는 매우면서도 깊은 맛으로 우리나라 여행자에게 최고의 맛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육개장과 닮은 굴라쉬로 점심식사를 하였다면 버스를 타고 부다 지역으로 이동해 마차시 성당을 방문한다.
80m 높이의 첨탑과 세라믹 모자이크 지붕으로 장식된 마차시 대성당의 원래 이름은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었다. 이슬람과의 전쟁 때 이곳에서 성모 마리아의 동상이 나와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에 감사해 지은 성당은 헝가리에 르네상스 황금기를 열었으며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마차시 코르비누스 왕의 머리카락이 보존되어 있어 마차시 성당이라 부른다.
지금도 성당의 남쪽 탑에는 결혼반지를 물고 있는 까마귀가 앉아 있다. 코르비누스라는 말은 라틴어로 까마귀를 뜻하며 사람들은 마치시 왕을 까마귀 왕이라 불렀다.
마차시 성당 옆에 어부의 요새가 있다.
동화 속 요새처럼 보이는 어부의 요새는 19세기 말 마차시 성당을 재건축한 슐렉이 성당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헝가리의 여러 가지 역사를 담고 있다. 어부의 요새를 장식하는 7개의 둥근 탑은 896년 도나우 강으로 이주해 온 마자르 7 부족을 상징하고 원추형 지붕은 부족들의 천막을 형상화하였다. 이 곳이 어부의 요새라 불리는 이유는 19세기 어부들이 이 곳에서 적의 침입을 방어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어부의 요새에서 10분 거리에는 부다 왕궁이 있다.
도나우 강이 내려다 보이는 부다 언덕 위에 새워진 부다 왕궁은 새가 날개를 편 것 같은 형상이다. 페스트 지역이 눈 아래 보이는 위치에 세워진 부다왕궁은 현재 국립미술관과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다 왕궁 앞에는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오이엔 공의 기마상이 보이며 동상 아래에는 1697년 9월 11일 당시 전투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 기마상을 뒤로하고 성 벽으로 가면 부다페스트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부다왕궁을 내려오면 세차니 다리가 나온다.
부다페스트는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언덕 위 부다 지역과 언덕 아래의 페스트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1820년 자신의 영지를 방문했다가 아버지의 부음을 받고 장례식 참석을 위해 급히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세체니 백작은 다뉴브를 건너는 배편이 기상 악화로 무려 8일간이나 두절되어 장례식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이에 격분한 세체니는 당시 런던의 타워 브리지를 완공한 영국인 기술자를 초빙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튼튼한 다리를 만들도록 했다.
1839년부터 10년의 공사 끝에 완성된 세치니 다리는 완공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380m의 케이블로 이어져 있었다. 지금도 세체니 다리의 케이블에 갈린 수천 개의 전등이 도나우 강 위로 켜지면 유럽에서 가장 장엄한 야경이 시작된다.
세체니 다리에서 보이는 에르제베트 다리로 가서 트램을 타면 27번 버스의 종점이 나온다. 이곳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타면 겔레르트 언덕이 나온다.
버스에 내려 성벽을 지나 전망대에 서면 노을 진 하늘 아래로 부다페스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빛나는 훈장처럼 중앙에 솟아 있는 국회의사당 밑으로 도나우 강이 조용히 흐르고, 둘로 나뉜 지역을 잡아끌어 올리듯 세체니 다리가 강 위로 솟아 있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형형색색의 빛깔들이 도시 위로 떠오르면 세체니 다리와 국회의사당이 보석처럼 빛난다. 잠시 후 완전히 어둠이 내리면 숨죽인 듯한 고요 속에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에 어떤 것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는 생각에 여행자는 야경을 눈과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긴다.
그러나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언덕을 내려와 선착장으로 이동해서 유람선을 타야 한다.
도나우 강의 검은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는 유람선은 세치니 다리를 지나 국회의사당으로 다가간다. 점점 배가 나아가자 국회 의사당은 밤하늘을 향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모든 여행자가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 순간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다음과 같이 속삭인다.
더 이상 아름다운 도시는 없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도시를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