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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pr 19. 2021

비엔나 산책

음악의 도시

유럽에서 가장 호화로운 궁전 중 하나인 쉔부른 궁전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으로 베르사유에 비길 만큼 화려한 규모를 자랑한다.


쉔부른 궁전에는 극장과 예배당을 비롯해 무려 1,441개의 방이 있으며 이 가운데 45개를 공개하고 있다. 궁전의 각 방은 우아하고 호화로운 로코코 양식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18세기 후반 마리아 테레지아가 수집한 자기와 칠기 그리고 가구와 회화들로 채워져 있다.



궁전으로 입장하면 마리아 테레지아가 사용한 거실과 연회장 그리고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 정복 당시 사용한 방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궁전을 둘러보고 궁전 뒷문으로 나오면 거대한 정원이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아름다운 샘을 뜻하는 쉔부른 궁전의 정원은 관광객들이 웅장한 바로크 양식으로 꾸며져 있으며 1.7km에 달하는 면적에 분수와 대리석상 그리고 가로스 등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원의 끝에 보이는 언덕에는 그리스 양식의 글로리에테라는 건물이 있다. 18세기 중엽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이 건물은 나폴레옹의 사령부로 사용되었다. 또한 마리아 테레지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 모차르트가 연주한 곳이기도 하다.


쉔부른 궁전을 나와서 지하철로 센티미터 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으로 비엔나의 대표음식인 슈니첼을 즐기자.



연하게 한 어린 송아지 고기를 밀가루와 빵가루 그리고 달걀로 두른 뒤 기름에 튀겨 완성하는 슈니첼은 우리 돈가스와 비슷한 음식으로 바삭한 식감과 담백함으로 비엔나를 찾는 여행자에게 인기가 높다. 인원이 많다면 칼에 모든 고기 요리가 꽂혀 나오는 모둠 고기 요리를 추천한다. 매운 고추와 함께 나오는 모둠 요리는 맛은 물론 엄청난 양과 모양으로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푸짐하면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즐겼다면 트램을 이용해 도심 안에 있는 벨베데레 궁전으로 이동하여 클림트의 키스를 감상하자.



전망 좋은 건물이라는 뜻을 가진 벨베데레 궁전으로 입장하면 바로크식 궁전의 로비가 나온다. 정면에 보이는 계단을 통하여 2층으로 올라가면 <키스>를 위한 특별전시관이 나타난다.



은은한 조명에 작품의 황금색을 강조하기 위해 검은색 배경을 한 전시관은 오직 <키스> 만을 위해 존재한다.


작품을 보면 한 쌍의 연인이 온갖 색의 꽃들이 만연한 정원 끝 절벽에서 무릎을 꿇고 키스하고 있다. 복잡한 의미나 상징성 없이 단순히 남녀가 하나가 되어 육감적인 키스를 하고 있다. 특히 남자의 손을 잡고 있는 여성의 가냘픈 손가락을 보면 지금 여성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키스하는 연인들의 배경에 황금비가 내리고 있다. 황금비 속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두 여인들의 머리는 꽃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남자는 검은색 무늬가 들어 있는 사각형 옷을, 여자는 무수한 원형에 짙은 붉은색과 검은색이 혼합된 무늬가 들어 있는 옷을 입고 있다.


클림트는 두 여인의 감각적인 사랑 앞에서 세상의 모든 근심과 불안 그리고 부조리와 모순이 사라지고 찬란한 기쁨과 아름다움만 남는다고 주장하였다.


벨베데레 궁전을 나와 지하철로 도심 중앙에 있는 슈테판 사원으로 이동하자.



최초의 순교자인 슈테판에게 봉헌된 슈테판 성당은 오스트리아 최고의 고딕 양식 성당으로 1147년에 건설되었으며 1945년에 독일군에 의해 많이 파괴되었으나 전쟁 후 복구를 하여 옛 모습을 찾았다.


비엔나의 혼이라 불리는 슈테판 성당은 건물의 길이가 107m이며 천정 높이가 39m에 이르는 거대한 사원으로 높이 137m에 달하는 첨탑과 25만 개의 청색과 금색 벽돌로 만든 화려한 모자이크 지붕을 가지고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16세기의 조각가 안톤 필그람이 만든 중앙제단과 설교대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매우 아름답다. 이곳에서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졌다.  


성당을 나와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보행자의 천국인 케른트너 거리가 나온다.  



거리의 악사들이 품격 있는 연주를 하는 거리를 내려오면 차례대로 모차르트 초콜릿을 파는 상점과 유럽 최고의 스와로브스키 판매점 등이 나온다. 또한 최고의 디저트를 파는 카페 자허를 만날 수 있다.



1832년 오스트리아의 전설적인 외교관 메테르니히의 궁정 주방에서 일하던 16살의 프란츠 자허는 병이난 수석 주방장 대신에 거물급 손님들에게 대접할 디저트를 선보였는데 엄청난 칭찬을 받았다. 당시 호평을 받았던 디저트는 두 겹의 진하고 강렬한 향미의 초콜릿 스펀지 사이에 살구 잼을 듬뿍 바르고 겉에는 윤기가 반짝반짝하는 초콜릿을 입힌 토르트였다.


카페 자허에 들러 토르트를 입에 배어 물면 촘촘하면서도 맛있게 녹아내리는 초콜릿 빵과 짜릿한 살구의 과일 향이조화를 이루는 환상적인 맛의 세계에 여행자의 마음도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카페 자허를 나와 조금 걸으면 케른트너 거리 끝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가 나타난다.



나치의 망령으로 2차 세계 대전의 패전국이 된 오스트리아는 폐허가 된 비엔나를 음악의 힘으로 재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화로 온전한 건물이 하나 없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재건한 것이 오페라 하우스였다.


파리 오페라하우스와 밀라노의 스칼렛 극장과 함께 유럽 3대 오페라 극장인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는 1869년 5월 15일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의  상영과 함께 개관을 하였다. 이후 1956년부터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카라얀의 공적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오늘날 대중음악에 밀려 그 이름이 퇴색되었지만 오페라는 여전히 그 나라 문화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오페라는 연극이면서도 특히 대중적이다. 오페라는 대중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다가간다. 어떤 연극 작품의 배우도 오페라 가수처럼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와 관객을 향해 노래하며 직접적으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칠 수는 없다.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면 합스부르크가의 궁전인 호프 궁전과 그리스 신전을 닮은 국회의사당이 나온다.



아테나 여신상이 보이는 국회의사당을 지나면 오늘 여행의 종착지인 시청사가 나온다.


여름에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공연이 없다. 모든 공연이 잘츠부르크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대신 여름에 비엔나를 찾은 관광객을 위해 비엔나 시청에서는 시청사 앞에서 성대한 필름 페스티벌을 매일 연다.



카라얀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한 필름 페스티벌은 아름다운 시청사 건물에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를 설치하고 매일  밤 유명한 오페라와 발레 그리고 클래식 공연을 상연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시청사 주변에는 수많은 간이식당과 야외 맥주홀이 문을 열어 방문객들을 축제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전 세계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 중 마음에 드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고 대형 스크린 앞의 의자에 앉아 있으면 상쾌한 바람과  함께 공연이 시작된다. 2시간 동안 펼쳐지는 야외 공연은 여행자의 마음을 황홀하게 한다.


공연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오페라의 아름다운 선율과 목소리가 여행자의 귀에 맴돌면  비엔나를 음악의 도시라고 부르는지 비로소 실감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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