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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Jul 22. 2021

그때 알았으면 더 좋았을 피렌체

인간중심의 시대

피렌체를 자주 방문하다 보면 여행자들의 패턴이 보인다. 피렌체 역에 도착하여  피렌체에서만 맛볼 수 있는 티본스테이크를 먹고 식당 근처에 있는 가죽 시장을 방문한다. 그리고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로맨틱한 사랑의 배경이 되었던 두우모를 오른 후 시뇨리아 광장과 베키오 다리를 건너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 저녁노을에 불타는 피렌체를 보는 것으로 여행자들은 여행을 마친다.


최근에는 서정성 넘치는 르네상스 회화를 감상하기 위해 우피치 미술관을 방문하는 여행자도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피렌체에서 하루 더 머물며 여유롭게 여행한다면 피렌체의 구석구석에 있는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로 방문해야 할 곳이 단테의 집과 교회이다. 특히 단테의 집 바로 옆에 있는 교회에서는 단테가 열렬히 짝사랑했던 베아트리체와 단테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단테가 살았던 중세 천년 동안 그 누구도 남녀 간의 세속적인 사랑이나 인간의 행복을 말하지 않았다. 죄 많은 인간이 갈구해야 할  유일한 소망은 구원이었다. 길고 기나긴 중세 천년의 끝에서 단테는 인간 마음의 문을 열였다.


그는 신이 아닌 인간의 마음으로 왜 우리는 행복하게 살면 안 되냐고 외쳤다. 그가 당시 외쳤던 이야기는 돌체였다.  



돌체는 감미로움을 뜻한다.



마침내 단테는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단테의 집을 나와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말을 걸었던 알레 그리찌에 디리를 건너면 산타크로체 성당이 나온다.



다윗의 별이 성당 중앙을 장식하고 있는 산타크로체 성당으로 입당하면 미켈란젤로와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리고 단테의 묘지가 나온다. 또한 이름만 들어도 고개만 끄덕여지는 위인들의 무덤 위로 화려한 조각 작품과 회화작품이 성당을 장식하고 있다.


화려한 과거를 보여주는 예술품과 현재의 고통을 보여주는 무덤 그리고 미래의 구원을 보여주는 십자가는 성당이 인간에게 최고의 안식처임을 보여준다.


산타크로체 성당을 나와 가죽 시장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메디치 리카르드 궁전이 나온다.



이곳을 방문하면 화려한 궁전의 실내장식도 볼 수 있지만 메디치 가족 예배당에 있는 보티첼리의 작품 <동방박사의 행렬>을 만나볼 수 있다. 동방박사가 메디치 가문의 인물로 대체되어 있는 이 작품에서 당시 메디치 가문의 화려함과 압도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


로마 은행에서 일했던 조반니 메디치는 결혼 후 부자 부인의 지참금으로 은행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로마 교황청의 전용 금고를 운영할 정도로 번성했다.


그의 아들 코지모 메디치는 피렌체의 최고 정치가가 되어 귀족들의 세금을 올리는 정책으로 귀족들과 대립하다가 수년간 추방을 당하였지만 피렌체 시민의 지지와 막강한 부를 앞세워 피렌체로 돌아와서 정권을  장악하였다. 그는 죽을 때까지 국부라는 소리를 들었다.  


당세 그는 피렌체 공화국의 문화와 예술을 장려했다.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위한 후원은 사실 코지모 개인의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하는 은행업은 성경에서 말하는 고리대금이었다.


성경에 고리대금업을 하는 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코지모는 자신과 가족들의 구원을 위한 성당을 짓고 그 성당을 장식할 회화와 조각품에 막대한 재산을 쏟아부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본격적인 후원자가 되었다.


조반니가 죽고 그의 증손자인 로렌초 데 메디치에 와서는 가문의 위세가 절정에 이르렀다. 로렌초 매디치는 미켈란젤로의 후원자로 유명하다. 이후 메디치 가문은 3명의 교황과 2명의 프랑스 왕비를 배출했다.


메디치 궁전을 나와 10분만 걸으면 아카데미 미술관이 나온다. 이곳에 미켈란젤로의 작품인 다비드 진품이 있다.



이곳에 들어서서 미완성이라 더욱 꿈틀거리는 듯한 미켈란젤로의 노예상들을 지나면 우람한 다비드 상을 만날 수 있다. 무엇인가를 노려보는 매서운 눈과 핏줄이 돋은 손 그리고 우아한 자태는 현실의 고통에 맞서서 살아가는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어쩌면 고통과 절망이 인간을 더욱 빛나게 하며 진정한 행복은 아픔 속에서 태어나는 보석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비드상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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