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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ug 06. 2021

그때 알았으면 더 좋았을 빈

예술가의 향기

오스트리아 수도인 빈을 방문하면 모든 여행자는 슈테판 사원부터 여행을 시작한다.


모차르트의 화려한 결혼식과 장례식이 열렸던 슈테판 사원은 12세기 초 최초의 순교자인 슈테판에게 헌정하기 위해 지어진 성당으로 안으로 들어가면 고딕 양식의 엄숙하면서 화려한 장식의 실내가 펼쳐진다.



실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고딕형 설교단이다. 16세기 안톤 필그람의 작품인 설교단에는 선을 상징하는 4명의 성인과 악을 상징하는 도마뱀과 두꺼비 등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설교단 밑 부문에 수줍은 듯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조각가 자신의 모습이다. 당시 조각가 자신을 새겨 놓는 일은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작가의 자존감이 돋보인다.



설교단을 돌아보고 성구 보관실로 이동하면 탑에 오를 수 있는 418개의 계단이 시작된다. 계단을 따라 72미터의 정상에 오르면 빈의 전경뿐만 아니라 저 멀리 카르파티 산맥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슈테판 성당을 나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시민공원을 방문하면 요한 슈트라우스를 비롯하여 슈베르트와 브루크너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공원 중심에 있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동상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방문객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다.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다가 야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미리 준비한 요한 슈트라우스의 경쾌한 왈츠곡을 듣다 보면 빈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시민공원을 나와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면 빈 분리파 회관인 제체시온이 나온다.


기존의 미술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을 추구했던 빈 분리파 예술가들은 당시 후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영감에 의지하여 음악을 추구하는 베토벤을 존경하였다. 그래서 당시 이곳에서 베토벤에게 바치는 미술 작품을 전시하였다.


지금도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는 베토벤의 가장 거대한 스타일의 교향곡인 <합창>을 모티브로 했다.



세 개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클림트의 작품은 <행복의 열망>으로부터 시작하여 행복을 방해하는 <적대하는 힘>을 거쳐 마침내 예술로 행복을 찾는 <전 세계의 입맞춤>으로 끝이 난다.


특히 <적대하는 힘>에서 음란과 욕망 그리고 폭식을 보여주는 세 여인의 표정은 우리의 행복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준다. 또한 마지막 <전 세계의 입맞춤>에서 여인들의 합창 속에 두 남녀의 입맞춤은 마치 베토벤의 <합창>을 듣는 듯 화려하면서 환희에 찬 클림트의 마음이 느껴진다.    


클림트의 항기에 취해 30분을 걸으면 레오폴드 미술관이 나온다. 레오폴드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클림트의 <삶과 죽음>과 에곤 실레의 <자화상>이다.


클림트의 <삶과 죽음> 앞에 서면 해골로 보이는 죽음이 늘 옆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떤 이는 아기를 안고 행복에 젖어 있으며 또 어떤 이는 사랑에 집착하며 만족하고 있다. 또한 어떤 이는 눈을 감은 채 쾌락에 젖어 있다.


작품 전체적으로 죽음이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며 짧은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았다.



다음으로 미술관에서 가장 치열한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에곤 실레의 <자화상>을 감상한다.


고위 공직자이자 엄한 아버지와 냉담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에곤 실레는 아버지가 성병으로 죽음을 맞이하자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정장 차림에 말쑥한 모습의 그였지만 그는  인간이 성적 본능에 약한 초라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힘들어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처럼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사회적 위선으로부터 자신을 꺼내어 본능에 의해 고통받고 아픈 인간과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렸다. 그는 우리가 우리의 약점과 슬픔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세계를 미친듯이 그려나갔다.


지루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 26살의 젊은 나이에 마침내 쉴래는 클림트를 비롯한 빈 화단의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에디트 하름스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혼 후 신혼의 단맛에 빠져 <가족>이라는 작품을 그리지만 작품이 완성되기도 전에 배속의 아이와 함께 아내가 스페인 독감으로 세상을 떠났다. 3일 후 그 역시 스페인 독감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평소에 존경하고 그를 온전히 사랑했던 클림트가 죽은 지 8개월만이었다.


레오폴드 미술관을 나와 오페라극장 뒤에 있는 알베르티나 미술관을 찾았다. 어둠이 내린 시각에 이곳 계단을 오르자 영화 <비포 선 라이즈>에서 속 제시와 셀린느가 난간에 걸터앉아 있던 장소가 나타났다.



영화 속 제시와 셀린느는 빈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맞이한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 주인공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마음 때문이다. ​



결국 여행은 그리운 사람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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